인형극단 ‘수세미’
인형극단 ‘수세미’
  • 신도성
  • 승인 2013.11.19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맨땅에서 맨손으로 인형극 싹 틔운 ‘학부모들’



대본집필, 인형·무대제작, 공연까지 자체 해결
창작극 '대화' … 세계인형연극제 출품 특별상

지난달 중순 괴산 문광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인형극을 관람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형극을 공연한 주체가 전문 인형극단이 아니고, 괴산지역의 학부모들이 만든 아마추어 인형극단이었다. 주인공은 문광초학부모회 총무인 김윤정 씨가 대표로 있는 인형극단 '수세미'다.
인형극은 무한한 창의력과 다양한 표현력 등으로 교육적 효과가 뛰어난 장르다. 어린이들에게 인기있는 TV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와 텔레토비도 인형극의 한 종류다.

교육적 효과 뛰어난 연극 장르

▲ 인형극단 '수세미' 단원들이 문광초에서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공연을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 인형극단
'수세미' 식구들은 8명에 불과하다. 대표인 김윤정 단장을 비롯해 김언수, 김보숙, 주은진 씨 등이 주축멤버다. 나머지 4명은 든든한 후원군이자 단원인 남편들이다. 공연기획, 극본구성, 인형제작 등은 주로 부인들이 담당하고 무대제작, 음향설치 등은 남편들이 담당한다. 공연은 함께 진행한다. 소규모 인원으로 인형을 만드는 것부터, 대본을 쓰고, 공연까지 모두 외부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인형극은 막대인형극, 손동작 인형극, 관절인형극, 그림자 인형극 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중에서 관절인형극이 제일 까다롭고 손이 많이 가는 기술적인 인형극이다.
'수세미'는 척박한 환경에서 태어났다. 대도시가 아닌 예술문화의 변방에서. 지난 2012년 춘천 세계인형극축제에 관절인형극 '대화'를 출품, 특별상을 수상했다. 특별상은 전문인형극단이 아닌 아마추어 극단이 수상한 최초의 수상이었다. 인구 1만명에 불과한 시골지역의 인형극단이 처녀 출전해 25개 극단과의 겨루기 끝에 받아낸 자랑스런 성적표다.
이 인형극단은 2010년 지역아동센터 인형지도자양성과정 프로그램을 수료한 수강생이 중심이 돼 구성됐다.

초등생 대상 창작극 공연
'수세미'는 지금까지 5번의 공연을 가졌다. 괴산두레학교에서 인형극축제 출품작 '대화'를 공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괴산도서관에서 유아용 테이블과 그림자 인형극을 공연했다. 또 지역아동센터에서 삼성꿈장학재단 후원으로 어린이인형극을 펼쳐보였다. 지난달에는 문광초에서 관절인형극이 가미된 멀티인형극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을 공연해 박수를 받았다. 지난주에는 괴산시장카페에서 손동작 인형극을 초청공연했다.
괴산두레학교 사무국장으로 있는 김언수 단원은 순수한 창단동기를 강조했다.
“재능을 사장시키는 것이 너무 아쉬웠어요. 그래서 몇 명이서 뜻을 모았어요. 두레정신을 발휘해서 한번 해보자고…”
평소 아이들 교육 등에 관심을 가지며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젊은 엄마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모여 대본을 쓰고, 인형을 직접 만들어 작품을 제작하고 연습을 거듭했다.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 주은진 단원은 “처음에는 투덜대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가장 강력한 지원군이 됐다”며 “가정화목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괴산군다문화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김보숙 단원은 “돈 써 가며 고생을 사서한다고 남들이 미쳤다고 한다”며 “어려움도 많지만 그 만큼 성취감도 크고, 단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환하게 웃었다.

성폭력 예방 인형극 만들 계획
김윤정 단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입장에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인형극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인형극은 장애인식개선, 흡연예방, 선거참여, 보이스피싱예방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일반적 강의보다 훨씬 효과가 높아 각광을 받고 있다.
모래땅에서 피어난 야생화 같은 존재인 극단 '수세미'가 무럭무럭 자라 꽃을 피운다면 극단을 위해서도,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축하할 일이겠다.



미/니/인/터/뷰

“인형극으로 성·학교폭력 예방할 수 있어요”

김윤정(36)  대표
김윤정(36) 대표
“인형극은 르네상스 시대 '마리오네트(Marionette)'라 불리며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흥미로운 연극 장르입니다.”
김 대표는 '실내 인테리어업을 가진 남편'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다.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설득력을 지닌 화술이 돋보인다.
“학교폭력 예방도 단순히 전단지만 배포하는 것 보다 인형극을 통하면 훨씬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공모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말로 '자치단체나 교육청, 기업 등의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대신하는 듯했다.
전국적으로 올해 장애인식 개선 인형극은 공연비용은 서울시가 댔고, 원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참여 인형극을, 언어습관 고치기 인형극은 강릉교육청이, 흡연피해 인형극은 태백보건소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어르신들을 위한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 인형극은 매우 흥미롭고 효과적인 방법아닐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