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전통민화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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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0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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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조명되는 민화, 조상의 멋과 여유를 배우다


고추축제 중의 하나로 열린 회원전에 임각수 군수가 찾아와 기념촬영을 했다


2010년 창립전 열어 … 해마다 고추축제 행사로 회원전
아름다운 색감, 통쾌한 풍자, 상징적 표현이 민화 매력


요즘 민화 열풍이 거세다. 어디를 가든 민화가 쉽게 눈에 띄고, 전시회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취미생활에서 뿐만아니라 패션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화를 활용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고, 학계에서도 민화를 재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화를 배울 수 있는 곳도 전국적으로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형마트 문화센터도
민화 강좌를 개설했고, 문화재단이나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운영하는 강좌도 다수다.
괴산에서도 민화를 배울 수 있다. 괴산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강좌에 민화과정이 개설되어 있다.
이곳에서 민화를 배운 수강생들이 중심이 되어 생겨난 모임이 '괴산전통민화연구회'다.
15명의 회원들은 예술대전 심사위원인 이종남 민송전통미술연구소장의 지도로 민화를 배우고 있다. 회원들은 2010년 괴산문화체육센터에서 창립전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매년 한번씩 작품전을 열고 있다.
창립전에는 유준상 회원이 신선도, 장생도를 출품한 것을 비롯해 화접도(이은영) 연화도(김영경) 궁모란도(김해정?윤혜준) 작호도(신성숙) 모란도(우미숙?이애순) 화훼도(원일주) 일월오봉도(경미숙) 등을 출품했다.
지난 고추축제 기간 중에 열린 회원전에는 김종성 회장이 어해도를 출품한 것을 비롯해
궁모란도(김연희 김영림) 화접도(김정호) 화훼도(나숙연?이경희?장영주) 연화도(이문희?원일주) 봉황도(이은영) 문자도(이애순) 화조도(안종욱) 모란도(진성옥) 등을 출품,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괴산도서관 평생학습 민화과정 수강생 중심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중예술임에도 그동안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했던 민화.
일제 강점기에 명맥이 끊겼고, 한때는 불쏘시개로 사용될 만큼 천대받던 때도 있었다.
민화의 아름다움과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사람에 의해서다. 일본 민예운동의 창시자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1950년대 말 쓴 '불가사의한 조선민화'라는 칼럼이 기폭제가 됐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은 열열한 민화 예찬론자였다. 그의 남달랐던 민화 사랑으로 호암미술관에는 다수의 민화가 소장돼 있다.

이른바 민화의 '화려한 귀환'이라고 해도 좋을 듯 싶다. 왜 사람들은 다시 민화에 열광하게 됐을까?
아름다운 색감, 통쾌한 풍자, 상징적 표현 등이 민화의 치명적 매력이다. 거기다 배우기 쉽다는 것. 민화는 대부분 옛 그림을 베껴 그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처음 배우는 사람도 그럴듯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화 그리기가 삶의 질 높여주었다”

이 동아리 회원들은 가정주부, 농업인, 귀농인 등 다양하다. 그러나 붓을 드는 순간만큼은 한마음 된다.

김종성 회장은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도 민화”라면서 “괴산에 와서 고추축제장에서 민화를 접하고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했다.

4년째 민화를 배우고 있는 원일주씨는 태교로 민화를 시작한 경우다. 신 후 태교에 좋을 취미를 찾고 있었는데 지인이 민화를 권했다. 학창시절 미술을 좋아했던 것도 쉽게 결정한 이유가 됐다.

“정말 태교에 도움이 됐는지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수업장소에 데려갔더니 혼자서 잘 놀던데요. (웃음)”

귀농한 장영주 씨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행복하다고 했다.
시골에 와서 소일거리를 찾던 중 2년 전부터 시작한 민화 그리기가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고 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리는 건 아닙니다. 스스로의 만족감을 얻는 거죠. 혹시 애들이 원한다면 표구해서 선물할 수도 있겠죠. 허허.”

사업을 하는 김연희씨는 “우리네와 친숙한 그림이라 가슴에 와 닿았다”며 선조들의 얼과 멋이 담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밝은 색감' 때문에 깊이 빠져버렸다는 이문희씨는 “예전엔 민화를 '무속화'라고 잘못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민화는 대중과 함께 호흡했던 우리나라 전통그림.”이라고 강조했다.

이종남 작가는 “민화는 세련미가 부족한 듯 보이나 그들 나름대로의 정서를 잘 표현한 '좋은' 그림”이라며, “그림은 얼마나 생각을 잘 표현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큰소리만치는 양반”

우리 민족은 남다른 유머 감각을 지니고 었었다.
민화는 대부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민중들이 주로 그렸기에 풍자적이고 파격적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까치는 복을 부르는 새이기도 하지만, 힘없는 서민을 대신한다.
그리고 호랑이는 잡귀를 쫓아내는 의미도 있지만, 우수꽝스러운 얼굴로 까치와 함께 있는 호랑이는 큰소리만치는 양반을 조롱하는 상징으로 쓰였다.
각박한 세상, 황금만능의 세상에서 서민들이 민화를 통해 파격의 미를 즐기면서 가식적이고 파렴치한 '힘 있는 자'들을 농락하고 싶은 마음이 움직인 것은 아닐까?

민화 속으로 빠져들면, 소박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손번성, 부귀영화를 염원하고 인생무상을 노래하던 선조들의 모습과도 조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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