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괴산잡곡
농업회사법인 괴산잡곡
  • 신도성
  • 승인 2013.04.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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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농산물로 희망 키우는 향토기업

11년 전 친환경 인증 · '잡곡 작목반' 결성
농촌진흥청 특성화사업 '잡곡부문 전국 1위'

공장전경. 도정시설, 선별시설, 저온창고 등이 갖춰져 있다.
공장전경. 도정시설, 선별시설, 저온창고 등이 갖춰져 있다.
열정과 성실 그리고 우수한 기술로 성장한 향토기업. 지역경제 활성화와 주민 일자리 창출, 지역 경쟁력에 대한 진정한 해법을 향토기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향토기업이 가진 희망 - 그것을 조명하기 위해 '괴산잡곡'을 찾았다.

고장에서 태어나 고장 사람들에 의해 고장의 특산물을 활용해 전국 최고 반열에 서게됐다면 칭송받아 마땅할 것이다. 이름 하여 향토기업. 농업회사든 주식회사든 기업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괴산에 작지만 강한, 그리고 소중한 기업이 있다. 농업회사법인 '괴산잡곡'이다.

◆"제값 못 받는 농민들 안타까워 시작"

이 회사는 20년 전인 1992년에 탄생했다. 당시 괴산소비자협동조합에 근무하던 경종호(57) 씨는 손길이 많이 가고 채산성이 떨어져 조합에서 사업을 접기로 한 잡곡사업부를 인수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영농조합 군자농산이다.

“밭이 많은 고장이라 잡곡이 많이 생산됐지만, 농민들이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먼저 한 일은 농산물 변질 없이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저온창고를 짓는 일이었습니다.”

경 대표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한살림과 민우회의 도움을 받아 저온창고(99㎡)를 건립했다. 가을 수확기에 농민들로부터 잡곡을 사들여 저장을 했다가 가격이 오르면 판매했다. 한살림과 민우회에도 꾸준히 납품을 했다. 생산자도 현지에서 도매상에게 넘기는 것보다 소득이 높았고, 군자농산도 수익이 쏠쏠했다.

그는 사업 시작 1년 만에 변화를 시도한다. 포장 단위를 소량화 했고, 잡곡 가공품도 판매를 시작한 것. 또한 잡곡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주변 농민들과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그 당시 시도한 변화가 현재의 괴산잡곡을 있게 한 밑받침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2002년 잡곡 친환경 인증 획득

최신식 설비인 도정시설. 자동제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최신식 설비인 도정시설. 자동제어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다.
그러한 그의 노력과 혁신은 4년 후에 작은 열매를 맺는다. 지난 1996년 농림식품부 전통식품 지정업체로 선정돼 국가지원을 받게 된다. 그리하여 400㎡ 규모의 도정가공시설을 갖춘 공장을 준공하게 되고, 130㎡ 규모의 저온창고도 건립하게 된다. 더불어 보리차, 옥수수차, 엿기름, 찹쌀가루 등의 가공 식품도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된 것이다.

“청정지역에서 정직한 농부들이 가꾼 믿을 만한 농산물을 '자식에게 먹이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공급했습니다. 이익을 생각하기 보다는 '괴산하면 잡곡, 잡곡하면 괴산잡곡'이란 이미지를 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친환경농산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것은 친환경농산물 유통과 농촌운동을 함께하는 한살림의 영향으로 남보다 일찍 친환경농산물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아마도 전국 최초일 것이라 예상되는 '괴산 친환경잡곡작목회'(회원 35명)를 당시 칠성면 농업상담소장 황용하 씨와 함께 결성한다. 그들과 힘을 합해 계약재배를 실행, 드디어 2002년 잡곡 친환경 인증(무농약 재배, 화학비료 관행농법 30%이하 시비)을 획득하게 된다. 그는 전국 최초로 대량의 친환경 인증 잡곡을 공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감을 얻어 일반창고(165㎡)와 저온창고(165㎡) 저온저장탱크 등을 증축했다. 그 후로는 '호랑이 등에 날개를 단'격이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한 시절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한 것. 지역 농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술잔을 기울이며 얻은 결실이라 더욱 뜻 깊은 일이었다.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여 얻은 열매였다.

친환경잡곡을 수확하는 모습.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친환경잡곡을 수확하는 모습. 방송국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그로부터 2년 후에는 잡곡 품질관리의 핵심인 저온창고를 대폭 확장(530㎡)했다. 그리고 '청정 괴산'의 지역성을 강조하면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상호를 '군자농산'에서 '농업회사 괴산잡곡'으로 변경했다.

“저렴한 외국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하는 것에 일종의 비애를 느꼈습니다. 잡곡 산지인 괴산에까지 안전성이 확보되지 못한 수입산 농산물이 밀려들어오는 현실이 서글펐습니다.”

◆'괴산하면 잡곡, 잡곡하면 괴산' 반쯤 달성

그는 친환경 잡곡 보급에 일종의 사명감을 갖게 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자천하지대본'이라던 우리가 어쩌다 이리 되었나 자괴감이 든 것이다. 그는 잡목반 회원 수를 늘리고 친환경농산물 국가 인증에 몰두했다. 그리하여 얻은 결실이 지난 2006년에 획득한 우수농산물 관리시설 인증, 친환경 농산물 이력추적 관리 인증과 친환경 쌀 도정공장 준공이다. 지난 2008년에는 농촌진흥청 웰빙잡곡 프로젝트 사업 시범업체로 선정됐고, 지난 2009년에는 노동부 지정 클린 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농촌진흥청 특성화 사업 잡곡 부문 전국 1위를 차지했다. 특성화사업 선정은 전국 잡곡 생산 · 가공 ·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한 공모를 통해 생산품 품질, 가공기술, 유통량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심사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도움으로 얻어진 값진 결과였다. 그의 꿈인 '괴산하면 잡곡, 잡곡하면 괴산잡곡'을 반쯤은 달성한 것이다.

괴산잡곡은 탄력을 받아 지난 2010년에 칠성면 도정리 대지 5000㎡에 1650㎡ 규모의 대형 공장을 준공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곳은 도정실, 정선실, 분쇄실, 볶음실, 포장실 등 현대식 설비를 갖추고 있다. 사무실 직원 4명을 포함해 직원 20여명의 식구가 일하고 있다. 모두 인근 지역 주민이다.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보면 200여 명의 고용 인력을 가진 중소기업체 못지않다.

괴산잡곡의 존재감은 농촌진흥청 식량과학원 기능성잡곡과, 화학물질안전과와 자매결연을 체결하고 일손돕기 등의 교류를 갖고 있는 것에서도 확인된다.

현재 괴산잡곡에서는 검정깨, 들깨, 참깨, 검정콩, 메주콩, 서리콩, 오리알콩, 울타리콩, 콩나물콩, 쥐눈이콩, 검정팥, 붉은팥, 녹두, 수수, 결명자, 기장, 차조, 율무, 청태, 황태, 옥수수 등 20여 가지의 잡곡을 취급하고 있다.

◆수매잡곡의 40% 친환경·유기잡곡

 친환경 잡곡사진. 콩 조 팥 등 취급 잡곡이 20여가지나 된다.
친환경 잡곡사진. 콩 조 팥 등 취급 잡곡이 20여가지나 된다.
괴산잡곡 공장은 저온창고만 990㎡에 이른다. 수매한 잡곡을 고객이 원하는 날짜에 도정해 공급하기 위해서다.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지만, 고품질 유지를 위해 빈틈없이 실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잡곡 판매로 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 250여 농가, 230ha에서 잡곡 계약재배를 하고 있다. 연간 친환경잡곡 수매량은 160t 가량 된다. 이중 괴산지역 계약재배 농가는 150여 가구, 재배면적은 150ha, 생산량은 100여t이다. 전체 수매잡곡의 40% 정도는 친환경잡곡이다.

'씨 뿌리는 농부의 마음'을 간직한 경 대표에게 “이 정도면 잡곡 생산 · 가공 · 유통 분야 전국 최고 아니냐?”고 물으니 '그런 걸 왜 묻느냐'고 반문한다. 장사꾼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 대표는 세계유기농엑스포를 앞두고 전국의 생산자를 위한 설명회를 여는 등 유기잡곡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다행히도 괴산 지역 농업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친환경 잡곡재배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벼농사는 기상재해가 닥쳐도 15% 이상의 감소는 드물지만, 잡곡은 50% 이상의 감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상 변화에 대한 대응이 무척 어렵거든요. 잡곡 생산의 안정성을 갖춰야 하는데 그게 걱정입니다. 수확량이 감소하면 생산 농민도 어렵고 소비자는 수입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요.”

생산자와 소비자를 걱정하는 그에게서 '사람과 새와 곤충이 나눠 먹는 콩 세알'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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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과 경쟁하려면 안전성 확보가 핵심”

 경종호 괴산잡곡 대표
경종호 괴산잡곡 대표
-괴산이 고향이지요.
“괴산 칠성이 고향입니다. 오십 몇 년 동안 고향을 떠난 적이 하루도 없지요. 그러고 보니 '고향 지킴이'가 되었군요. 허허“

-향토기업으로 성공한 것에 대해 지역 주민의 칭송이 자자하던데.
“부끄럽습니다. 제가 신문에 날 입장도 못되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농산물 제값받기에서 출발한 건데, 어쩌다보니 잡곡을 취급했고, 우리농산물 애용과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분위기 덕을 봤지요. 특히 한살림을 만난 건 제게 행운이었죠.”

-일찍이 친환경 농산물에 눈을 떴는데.
“값싼 수입농산물과 경쟁하려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라고 봤어요. 사실 수입농산물의 아킬레스건이 그것 아닙니까. 남보다 조금 일찍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 거지요."

-아들이 사업을 돕고 있다면서요.
“대학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한 아들이 이 일을 돕고 있어 든든합니다. 인터넷이나 SNS 등은 나보다 훨씬 낫지요. 비즈니스 상 온라인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어요.”

-지역사회에 좋은 일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나고 자란 곳이 여기인데요. 그리고 고향사람들 덕분에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게 도리 아니겠어요. 고마운 분들이 많아요.”

-특히 고마운 몇 분을 꼽는다면.
"모두 고마운 분들이지만 각 분야별로 애써주신 눈비산마을의 조희부 님과 이재화 님, 칠성의 성보영 님과 황용하 님, 그리고 작목반을 그동안 관리해준 형님(경동호)과 생산자와 소비자,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인근의 칠성초등학교와 칠성중학교 학생들에게 잡곡밥을 먹이기 위해 잡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학생시절 외로움을 달랬던 추억이 있는' 하모니카를 칠성중학교 전교생에게 선물하는 등 그동안 2000여만 원 어치의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의 평판으로 보나 경 대표의 성품으로 보나 고향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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