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맛농장 안광진 대표
옛날맛농장 안광진 대표
  • 신도성
  • 승인 2013.04.26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기농 제치고 자연농 실천하는 '행복한 농부'

무경운·무농약·무비료·무제초 '자연농법 핵심'
수많은 미생물 힘 살려 유기고추 생산하는 '고수'


우리맛농장 안광진 대표가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모를 살피고 있다.
우리맛농장 안광진 대표가 비닐하우스에서 고추 모를 살피고 있다.
4월 중순의 봄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다. 20년 만이라나…. 비닐하우스 안의 고추 모가 죽었다. 노부부는 며칠 동안 식재한 자식 같은 고추 모가 400평이나 얼어 죽었는데도 실망하거나 푸념하지 않았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데 익숙해진 듯 했다.

“수확을 앞당길까 하고 며칠 일찍 심었더니, 날이 차서 죽었어요. 며칠 헛고생했네요. 허허”

괴산군 장연면에서 유기고추 농사를 짓는 안광진 씨의 겉모습은 농촌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0대 촌로였다. 그러나 그는 친환경농법보다 한 수 위인 자연농법으로 농사짓는 '앞서가는 농부'다. 그것도 제대로 된 전문서적 한 권 없는 열악한 조건에서 병충해가 심한 고추를 자연농법으로 키운다. 그렇다고 농대를 나왔거나 가방끈이 긴 귀농인도 아니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50년 동안 농사만 지은 시골 아저씨다.

◆"자식에겐 유기고추 먹여야지"
"몇 년 전 객지에 나가 사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먹을거리를 주섬주섬 싸주는데, 며느리가 임신을 했단 말이지요. 문뜩 농약 친 농산물이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 해가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드는 겁니다. 농약을 여러 번 치는 고추가 신경 쓰이더라고요."

그는 2007년에 친환경 고추재배를 시도했다. 책도 구해보고 농업기술센터를 들락거리며 노지에서 저농약 고추재배를 시도한 것이다. 할 수 있는 노력은 다했지만 실패했다. 2년 동안 경험한 끝에 얻은 결론은 친환경 고추를 생산하려면 시설재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대로 해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비닐하우스를 짓고 자연농법을 시도했지요."

◆땅 갈지 않고 풀과 싸우지 않는다
자연농법은 유기농법을 뛰어넘어 '흙의 힘'을 키워 농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이다. 친환경농법에는 농약을 허용기준의 50% 쓰는 저농약농법, 농약을 쓰지 않고 화학비료도 30% 이하로 뿌리는 무농약농법,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는 유기농법이 있다. 자연농법은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는 것은 기본이다. 호밀, 콩, 청보리 등을 재배해 거름으로 쓰고, 식초나 미생물제재를 농약 대신 사용한다.

그는 660m²크기의 비닐하우스 10동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 100m 쯤 돼 보이는 고추밭 둑에는 가느다란 점적호스가 설치돼 있다. 밭고랑 사이의 흙은 매우 부드러웠다.

“땅이 부드럽고 수분량을 잘 조절하면 고추 뿌리가 깊고 잔뿌리가 많이 생기지요. 건강하고 튼튼한 고추대가 만들어 집니다. 당연히 병해충에도 강해지고요.”

그는 자연농법 핵심 기술인 `4무 영농'을 실천하고 있다. '4무 영농'은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업,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무농약농업,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무비료농업,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무제초제 농업을 말한다. 토양 거름은 고추 고랑에 청보리를 심어 대신한다. 병충해 방제는 미생물제재나 식초발효액 등을 사용한다. 농약을 쓰지 않고도 고추를 생산할 수 있는 밭을 만든 비결은 흙에 있다. 그가 흙을 살리는데 5년을 쏟아 부어 성공한 것이다.

◆농업의 새로운 영역 '자연농법'
'보릿고개'로 상징되는 배고프던 시절, 그 때는 '질보다는 양'이었다. 품질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자급자족이 국가의 지상목표였기 때문에 오직 증산만을 위한 영농이 이루어졌다. 비료와 농약이 개발되고, 다수확 품종이 보급돼 증산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변했다. 증산에 기여한 농약과 화학비료가 환경파괴와 더불어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은 친환경농법과 자연농법일 것이다.

“청보리를 심으면 거름도 될 뿐아니라 잡초 억제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탄저병, 진딧물 등의 병충해도 감소됩니다. 유인효과 때문이지요. 일석삼조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애기하지만, 쉽지 않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되는 방법이니 말이다.

그는 작년에 고추 시설재배로 1억 원 남짓한 매출을 올렸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갖고 있지 않는데도, 소비자 직거래로 모두 소화했다. 알음알음 늘어난 고정고객이 200명쯤 된단다.

“주문은 많은데 생산량은 한정돼 있어 미안할 때가 많아요. 두 늙은이가 일하니 면적을 더 늘리기도 어렵고, 이 정도만 해도 먹고 살만하니까…”

자식에게 먹일 생각으로 농사를 지어서 일까, 값이 일반 고추와 큰 차이가 없어서 일까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고 했다.

◆“돈 보다 좋은 농산물 제공이 먼저”

“자연농법을 통해 최고의 고추 생산한다” 이것이 '연구하는 농부' 안광진 씨의 소박하지만 원대한 꿈이다.

'농약과 비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땅을 갈지 않고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라는 기존의 농사 상식을 뒤엎었다. 주위의 냉소를 이겨 낸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농촌진흥청과 괴산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 아래 '비가림 유기 고추재배 매뉴얼' 작업을 수행 중에 있다. 그의 영농일지가 교본으로 제작될 것이다. /신도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