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
  • 신도성
  • 승인 2013.03.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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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인 삶 모색하는 유기농 협업단체

솔뫼농장의 상징 솔뫼 어울림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논다.
솔뫼농장의 상징 솔뫼 어울림터.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논다.
솔뫼농장을 찾던 날 봄비가 내렸다. 회원 20여명이 농장의 상징인 황토집 '어울림터'에 모여 있었다. 봄맞이 대청소를 위해 모두 모인 것이다. 마당엔 너댓 살 아이들이 장난치며 놀고 있다. 시골마을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이다. 국보급 존재인 아기 업은 새댁도 눈에 띄었다.
'어울림터'는 솔뫼농장의 사랑방, 아니 공동체 문화의 산실이다. 회의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아이들 공부도 가르치고, 손님을 맞기도 하는 제대로 활용되는 '주민 커뮤니티센터'. 여기서 여성회원들이 함께 준비한 점심식사를 했다. 메뉴는 쌀밥과 깻잎장아찌, 도라지무침 겉절이, 엄나무백숙 등이다. 모든 식재료가 유기농작물이거나 산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다.

◆모든 작물 유기농법으로 재배
괴산군과 상주시의 경계인 청천면 이평리에 자리 잡은 솔뫼농장은 유기농업으로 먹을거리를 생산하고, 가공하는 주민공동체다. 우리나라 최초의 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으로 알려져 있다.
백두대간의 산자락 이곳은 오염이 되지 않은 청정지역 이어서 유기농업을 하기 위한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조합 회원은 17가구 25명이다. 지역 토박이는 5가구이고, 귀농인이 12가구다. 오십대의 이하가 90%여서 활력이 넘친다. 흥미로운 것은 부부도 개별적으로 출자하고 가입한다는 것 - 공동체의식의 발로일까, 아니면 남녀평등의 산물일까?
1990년대 중반 칠성면 송면지역은 이러저런 이유로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짓는 농부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달래려고 친목 모임을 만들었다. 지역 토박이인 정천복·이형근·김철규·김용옥 씨와 귀농인 김의열·김기열 씨 등 6명이 멤버였다.
이들은 뜻을 모아 1996년 말 8가구로 '솔뫼유기농업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공동으로 땅을 장만했고, 결속력을 높이기 위해 가입서약서도 받았다. 품질위원회와 가격위원회도 결성했다. 2억 5000만 원을 지원받아 '소비자의 집'을 짓고, 농기계 등을 장만했다. 그리고 모든 농작물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를 시도했다.

농작물 씨를 뿌리는 모습. 공동으로 일하기도 하고 서로 돕는다.
농작물 씨를 뿌리는 모습. 공동으로 일하기도 하고 서로 돕는다.
◆농산물 판매액 연간 1억 원
“초기에 어려움이 말할 수 없었습니다. 수확을 못할 때도 있어 흔들리기도 했지요. 정일우 신부님이 도움을 주셨어요. 정신적 지주셨지요. 용기도 주시고, 모금활동도 벌이셨어요.” 카톨릭농민회에서 일하다 귀농한 솔뫼농장의 산증인이자 브레인인 김의열 총무의 회고다 .
솔뫼농장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찹쌀, 토마토, 콩, 고추, 옥수수, 호박, 수세미, 고구마 등이다. 주로 한살림에 공급한다. 한살림에 공급하는 농산물 판매액은 연간 1억 원 남짓하다. 농사는 개별경영이 주가 되고, 부분적으로 옥수수, 늙은 호박, 배추 등은 농장 사업으로 짓고 있다.
초창기에 무농약으로 시작해 2001년부터 모든 농사를 유기농으로 전환하기 시작해 현재는 판매에 상관없이 모든 농사를 유기농으로 짓고 있다. 경작 면적은 20만㎡ 규모이고, 재배면적 기준으로 논농사 40%, 밭농사 40% 시설재배 20% 이다. 저온저장창고와 2.5t 냉장탑차도 보유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려면 일 년 이상의 유기농업 경험이 있어야 하고, '개인이익보다 공동체 우선' '친환경적 생활' '유기농업 실천'등의 내용이 담긴 회원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매달 열리는 조합원 회의를 통해 이뤄진다. 다수결을 통해 이뤄지지만, 가능하면 만장일치로 결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동체 대표는 장래붕 10대 회장이 맡고 있으며, 여성 대표는 민경기 회원이다. 모든 임원은 2년에 한 번씩 바뀐다.

고추장 담그는 회원들.
고추장 담그는 회원들.
◆'투구새우' 서식…유기농 보증
농약과 비료가 사라진 이곳에서는 투구새우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1급수에서만 사는, 까다로운 이 어류는 유기농업의 보증수표다. 논살림(논생물 다양성 조사) 활동에도 시범 논을 제공해 참여하고 있다. 여치나 메뚜기는 어린이들 대상 이벤트 소재가 될 정도로 흔해졌다.
메뚜기 잡기, 가재 잡기, 여치 집 만들기 등은 아이들에게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교육으로도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비닐하우스 농장에서는 주로 천적을 이용한 농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가까스로 남아 있다. 솔뫼농장 덕분이다. 근래 들어 젊은 귀농인이 늘면서 학교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의 공부방 '꿈터'도 농장식구들이 서로 도와가며 제대로 운영되고 있다. 농장에는 권력자(?)가 없다. 처음부터 평등과 균형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귀농한 젊은 회원들의 민주적인 분위기가 밑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운영과 도전 사이의 긍정적 긴장감, 이것이 솔뫼농장의 활력과 생기의 원천인지도 모르겠다.
지역사회에서 솔뫼농장 회원들은 초기에 별난 사람들로 비춰지기도 했다. 예전에는 '어림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잘 살아봐라' 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당신들이 앞을 내다봤어요' 라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농사에 주력하던 솔뫼농장은 2000년대 중반 전환점을 맞는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공공장을 운영하기로 하고 착실히 준비해 2006년에 공장을 준공해, 한살림의 식품가공생산지로 선정됐다. 엿기름, 유기농고추장, 유기농메주를 한살림에 공급하기 시작해 작년에는 매출액이 5억 원에 이를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내실 있고 활발한 생명살림 실천 활동을 인정받아 한살림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우수 생산공동체상'을 받기도 했다.

솔뫼유기영농조합법인이 농장에서 추수감사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를 열고 있다.
솔뫼유기영농조합법인이 농장에서 추수감사제와 함께하는 가을음악회를 열고 있다.
◆꾸러미사업 '누이 좋고 매부 좋고'
2010년에는 가까운 먹을거리 운동과 토종 종자 보존 차원에서 제철 농산물을 제때에 공급하는 '꾸러미 사업'을 시작했다. 야채나 채소를 수확해서 바로 보내는 '꾸러미'는 종류만 수십 가지. 솔부추, 얼갈이, 깻잎, 삼백초 잎, 순무, 뿌리배추, 토마토, 뿔시금치 등 유기농 제철 식재료는 물론이고, 솔버섯, 싸리버섯 등 자연산 먹거리와 청국장, 고추튀각, 토마토 농축액 등도 철에 맞춰 보낸다. 꾸러미사업을 주도하는 박명의 회원은 “먹을거리를 넘어 흙의 생명력과 산림의 치유력을 소비자들에게 보내고 싶다”고 희망을 얘기했다.
수백 명의 후원과 출자로 10kW급의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했다. 전기사용량의 70% 정도를 충당한다. '어울림터'를 지으면서 귀틀집에 황토로 마감하고 구들과 태양열온수시설을 갖춰 연료비를 절감하고 있다. 태양광발전소가 있는 유기농업 농장 - 연료비 아끼고, 이미지도 높아지는 '꿩 먹고 알 먹고'다.
젊은 사람들이 많고 또 외부인의 방문이 잦아서인지 문화 활동도 다양하다. 농활을 오던 대학생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는 '솔멩이 배움터'는 2001년에 시작됐다. 방학 때 대학생들이 지역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지내는 프로그램이다. 10년 넘게 진행하며 인연 맺은 선후배들과 자라난 지역의 아이들이 솔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솔사모)을 만들어 2004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겨울 솔멩이 문화교실(영화상영, 짚공예, 바느질모임 등)도 열고, 솔멩이 도서관 모임도 있다. 농장사무실 한 켠에 후원받은 책으로 마을도서관을 꾸미고 완전 개방을 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함께 식사도 한다. 모두 유기농이다.
필요에 따라 함께 식사도 한다. 모두 유기농이다.
◆자연의 순리에 맞춰 생활
독일에서 유학을 한 장래붕 회장은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이곳에 와서 찾은 것 같다”며 “예전에는 돈과 일 밖에 몰랐었는데, 농장에서는 적어도 돈이 최고의 가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박이이면서 산타기 달인인 김철규 회원은 “처음에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자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었지만, 이제는 땅이 살아나 일반 농사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솔뫼농장은 우리 사회에서 시장체계를 넘어서는 대안적 삶의 양식을 모색하는 사람에게 성공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견학을 오는 이들이 1년에 1500명에 이른다.
이웃과 조화롭게 어울려 함께 땀 흘리고, 마음을 닦으며 아이들에게도 자연의 정기를 마음껏 마시게 하는 솔뫼농장 사람들. '문장대온천개발'이나 '대야산석산개발' 같은 인간 탐욕의 오발탄만 아니면, 그들은 아주 평화롭게 자연의 순리대로,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 갈 것이다. / 신도성 기자

직/격/인/터/뷰

“회원 모두가 벽허물고 생활”
“생산자-소비자 고마운 관계”

김의열 솔뫼농장 총무
김의열 솔뫼농장 총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계기는?

“대학 졸업 후 카톨릭농민회 간사로 일하다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란 책을 읽고 감동받아 귀농했다. 농촌의 작은 단위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아이가 여섯이라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라도?
“도회지의 상식으로 따지자면 무모한 일이겠지만,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순리에 따르는 일 아닌가?”

-각자 걸어온 길이 다른 사람들이 모였는데 어려움은 없나?
“삶의 경험과 입장의 차이로 나타나는 문제들이 있다. 기존 회원과 새로운 회원 사이의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고, 소농과 대농 그리고 귀농인과 귀촌인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가 존재한다. 벽을 허물고, 삶의 그릇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회원 모두가 그런 꿈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이상적인 마을공동체로 여기는 시각도 있던데
“조금 부풀려진 면도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거래관계지만, 우리는 서로 고마운 수준의 관계는 된 것 같다. 이제 서로 편하게 오가는 반가운 관계로 발전시킬 것이다. 그런 속에서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의 내면에는 남다른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런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이십 대의 나이에 '생명'의 가치에 눈뜨고, 농촌공동체를 꿈꾸면서 일관되게 한 길을 걸어왔다는 게 놀랍고 경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별명이 왜 '블랙홀'인지도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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