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읍 신도식 씨
괴산읍 신도식 씨
  • 신도성
  • 승인 2013.01.2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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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동안 혼자 50m 동굴 판 할아버지

신도식 할아버지가 자신이 판 동굴 입구에서 동굴 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도식 할아버지가 자신이 판 동굴 입구에서 동굴 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도식 할아버지는 괴산 남산 밑에서 9년째 동굴을 파고 있다. 동네 약수터를 개발하기 위해 물줄기를 찾아 파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동굴이다. 이 동굴은 높이와 폭이 1m 남짓한 길이 50m 규모이다. 이름은'명산 영선동굴'. 이 동굴에서 나오는 물은 황토 약수인 '신비의 지장약수'.

◆약수터 만들다 동굴파기 시작
10여년 전 괴산읍 중심가에 살던 그는 직장 종양수술을 받고 60대 중반의 나이에 남산 밑 외딴 곳에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 건강을 위해 한적한 곳에 삶의 터전을 잡은 것이다. 약수를 마시면 몸에 좋을까 싶어 뒷산에 약수터를 파기 시작했다. 흙도 아니고 바위도 아닌 석회암의 굴 파기는 나름 재미있었다. 얼마쯤 파고 들어가니 물이 흘러나오는 공간이 발견됐다. 사람이 서서 움직일 수 있는 넓직한 천혜의 동굴 약수터가 발견된 것. 크게 기뻐한 그는 굴 파기에 심취한 탓일까 어느날 산신령이 나타나는 선몽를 꾼다.

“남산에 동굴이 있으니 찾아 보거라. 그곳엔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이니…” 하늘의 계시라 느낄 만큼 충격을 받은 그는 곧바로 단양 고수동굴을 찾았다. 고수동굴 모습은 그가 꿈 속에서 본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 씨의 집 50m 옆에는 입구가 바위로 가로 막혀 있는 굴이 실제로 존재한다. 틈새만 있지 들어갈 수가 없는 곳. 길이가 얼마인지 폭이 얼마인지는 학인할 수가 없는 곳이다.

“여기서 괴강까지 동굴이 연결돼 있는 것이 틀림없어. 그러면 그 길이가 십여리쯤 될거야”그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4km에 이르는 화려한 종유석과 강으로 연결돼 물이 흐르는 신비한 모습을 지닌 자연 동굴이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약수터에서 자연 동굴과 연결되는 통로를 만들기로 한 것. 무엇엔가 홀린듯 아무 무념무상의 상태로 숙명처럼 굴을 팠다.

◆자연동굴과 연결통로 만들 생각
바위를 망치로 부수고, 징으로 깨뜨리고, 맨손으로 긁어내고…. 그가 사용한 도구는 집에 굴러다니던 망치와 징 그리고 호미와 부삽이 전부다. 깨진 돌을 그릇에 담아 한 시간에 한 번씩 밖으로 나르는 일은 바위를 깨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었을 것 같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계속 굴을 팠다. 할머니의 성화도, 자식들의 만류도, 친구들의 핀잔도 그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한여름과 한겨울은 작업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고, 그렇게 지낸 세월이 무려 9년. 요즘은 더욱 의욕이 충만해 있다. 동굴 맨 앞쪽 벽을 망치로 치면'텅텅'거리는 울림현상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보고 미친 짓 한다고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라. 몸은 힘들지만, 굴을 파고 있으면 행복을 느껴 마음도 편안해지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내가 큰 수술 받았는데, 지금은 아주 건강해. 이것만으로도 많이 보상받은 거지. 꿈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거 그게 인생이지 뭐”

사람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신도식 씨. 그가 방 벽에 직접 써 붙여 놓은 '희망이 있으면 고난도 영광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크게 들어왔다. 70대 중반인 할아버지의 정신력과 피부색은 30대를 연상시키고, 표정은 구도자의 그것처럼 아주 평화롭다.

◆목표는 올해에 개통 하는 것
남들은 비웃었지만, 자신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천직인냥 굴을 판 할아버지. 오랜 세월은 그에게 유명세를 안겨 주었다. 그가 징으로 쪼아댄 동굴의 바위는 어느새 산신령 형상이나 동물 모습이 새겨져 있었고, 동굴 약수가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약수터를 찾은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언제부터인가 약수터 옆에 잇는 산신령 바위에다 돈을 놓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팔공산'합격바위'에 기도하는 학부모들이 돈을 놓고 가듯이…. 그의 책상 위에는 '할아버지 덕분에 건강을 되찾았다'는 감사 편지와 친필 약수 보증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

"약숫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미안한지 고마운지 돈을 주는 거여. 내가 안 받았지. 그랬더니 여기 바위에다 돈을 놓고 가는거야. 그 돈을 한 푼도 안 쓰고 그대로 모았지. 좋은 일에 쓰려고" 할아버지는 그렇게 모아진 돈을 작년 말에 괴산군민장학회에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

할아버지 동굴은 요즘 괴산의 명소가 되었다. 기네스북에 올려도 될 것 같은 인공동굴과 지장약수 그리고 옛칼국수 탓일거다. 할머니가 홍두깨로 직접 밀어서 만드는 옛칼국수 맛은 썩 괜찮다. 더불어 가마솥에 끓여 만드는 손두부도 마찬가지. 장소가 외지기도 하고 동굴 구경 온 사람들이 원해서 할머니가 시작한 부업이다.

'자신이 판 굴이 자연동굴과 연결되면 많은 사람들이 찾게 될 것이고, 그러면 부자마을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할아버지. '목표는 올해 안에 동굴 개통식을 갖는 것'이라는 그의 동굴 파기는 계속될 것 같다.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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