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화양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 신도성
  • 승인 2012.11.2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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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정신 되새기는 화양동지킴이 모임”

◀ 선비풍류축제를 마치고 회원과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조한정 회원></figure>				</div>

단풍은 햇살을 받아 계곡에서 빛나고, 가로수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을 친다. 설레는 마음을 추스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 곳에는 화양구곡이 있고, 우암이 있고 그리고 '화양동을 사랑하는 사람(이하 화사모)'들이 있다.
그들은 화양동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모였다. 화양동이 고향인 사람도,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저 화양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인터넷카페 모임 회원 70명, 일반 회원 30명 등 모두 100명. 40대 여성회원이 70%. '선비'라는 주제의 모임 성격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젊은 단체다.
화양동은 경천벽에서 시작해서 화양서원이 있는 운영담, 암서재가 있는 금사담, '비례부동'이 숨어있는 첨성대, 화양계곡의 백미인 파천 등 십여 리 아홉 구비 계곡이 절경을 이루는 곳. 경치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선비문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이곳은 송시열이 임금을 잃은 슬픔을 간직한 채 은거한 곳으로, 성리학의 중심지이자 유학자들의 집결지였다. 우암 유적으로는 금사담 바위 위에 지은 정자 서재 암서재, 대표적 우암 제향서원인 화양서원, 만동묘, 명나라 마지막 황제 의종 친필 암각글자인 비례부동(예가 아니면 행하지 말라) 등이 있다.

◆ 인터넷카페 개설…회원 모집
화사모는 2009년 봄 우연한 기회에 탄생했다. 방송통신대 수강생들이 문화탐방을 화양동으로 오게 됐고, 강의를 맡았던 김양식 충북학연구소장을 중심으로 20여 명의 수강생이 2009년 정월 대보름에 화양동에서 서낭제를 올리고 발대식을 가지면서 태동됐다. 초대회장은 김근수 중원대학교 향토문화연구소장이 맡았다. 이렇게 시작된 모임은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카페를 개설하고 홍보활동을 벌였다. 성리학 보다는 화양구곡의 절경에 매혹된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는 바람에 금방 50명으로 늘었다.
선비정신에 관심이 많은 이순아 회원은 “일단 화양동을 찾은 이들은 화양서원을 살펴보면서 성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들은 선비정신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한학자인 박온섭 회장은 “조선시대 선비정신은 절제를 미덕으로 삼고, 인을 실천하는 정신으로 이러한 가치관은 지식인 사회에만 유효한 것이 아니고 사회 저변에 확산된 국민사상이었다”고 강조한다.

◆ 문화재청, 올해 3000만 원 지원
이 모임은 순수 민간모임으로 출발했지만, 그 동안의 족적은 화려하다. 주머니 돈을 털어 화양구곡 트래킹, 서원 스테이, 템플 스테이, 화양구곡 달빛여행 등 화양동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쳤다. 그 후 괴산군과 충청북도의 지원을 받아 화양서원 생생체험, 선비학교 운영 등 선비문화를 되살리는데 힘썼다. 꾸준한 노력의 결실은 문화재청 '생생문화재체험30' 선정으로 나타났다. 올해 문화재청으로부터 3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주요 프로그램은 화양서원 생생문화체험, 화양서원 선비학교, 화양구곡 선비길 걷기, 화양동 선비풍류축제 등이다.
화양서원 생생문화 체험은 비례부동 탁본, 선비경행, 경서강독, 판화, 다도 등 체험활동 위주로 이뤄진다. 주로 학생들 체험학습 기회로 활용된다. 탁본은 이천순 씨가 맡고, 구곡도 판화 찍기는 서원앵 씨가 맡는다. 다도는 홍진희 씨가 맡고 있다.
화양서원 선비학교는 명심보감 새기기, 우리가락 배우기, 시조 짓기, 요가 배우기, 선비 정신 강의 등으로 이뤄진다. 박온섭 회장이 훈장을 맡고, 안금자 씨가 진행을 담당한다.
화양구곡 선비길 걷기는 선비길 이름 알기, 명상하며 걷기, 파천 다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경관해설사인 이천순 씨가 담당한다.
화양동 선비풍류축제는 화양서원 체험, 풍물 공연, 시조 읊기, 달빛 여행, 퍼포먼스, 음악회 등으로 꾸며진다. 이 행사는 지역주민이나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로 꾸며진다. 모두가 어우러져 선비의 풍류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화양서원 체험은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영운 씨가 맡는다.
운영담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한정 회원은 “선비풍류축제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선비 풍류문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축제”라고 자랑했다.
우암이 중국 무이구곡을 본 따 이름 지은 화양구곡. 황금만능, 생존경쟁의 시대에 휴머니즘을 바탕에 깔고 있는 선비정신을 되살릴 수 있다면, 팍팍한 서민 삶의 질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그 싹이 화양동에서 트고 있다. '화사모'에 의해서.

미/니/인/터/뷰

강현숙 카페지기
강현숙 카페지기
“화양동은 역사문화자료 많이 간직한 곳”

“방송통신대 충북지역대학 지역문화 수강생들이 문화탐방을 화양동으로 오게 됐어요. 성리학의 본산 화양서원이 있고, 계곡이 무척 아름답잖아요. 그 두 가지에 매료됐어요”
당시 수강생이었던 강현숙 카페지기는 '화양동처럼 아름다우면서 역사문화자료를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은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화사모 회원들 중에는 참 선비정신이 일제 강점기에 의해 단절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계승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초창기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한 강 씨는 학술담당을 거쳐 현재 총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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