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탁 양궁훈련원장
김형탁 양궁훈련원장
  • 이재근
  • 승인 2012.10.29 1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양궁 발전 이끄는 '대부'

김형탁 원장이 양궁훈련원에서 정확하게 활을 쏘아 과녁에 맞춘 화살을 가리키고 있다.
김형탁 원장이 양궁훈련원에서 정확하게 활을 쏘아 과녁에 맞춘 화살을 가리키고 있다.
“군민들께서 주는 상을 받았습니다. 값진 상이어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양궁을 통해 우리 고장을 널리 알리고, 양궁 꿈나무를 육성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지난 15일 '괴산군민의 날' 행사에서 괴산군민대상을 받은 김형탁(59·김형탁 양궁훈련원 원장) 씨는 이 고장 출신이 아니어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서울에 살다가 2004년도에 괴산으로 이주해서 9년째 살고 있다. 양궁훈련장을 건립해 소도시인 괴산을 '세계적인 양궁훈련장'으로 알려지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초등학생을 선발해 '양궁 꿈나무'팀을 창단, 괴산 양궁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실내양궁대회를 괴산에 유치해 매년 열고 있다. 전국 동호인 양궁대회도 마찬가지다. 괴산을 '양궁의 메카'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괴산군민대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울릉도 출생인 그가 괴산에 터를 잡게 된 이유는 이렇다. “10년 전에 국궁 승단심사위원으로 방문했 때 자연 경관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들이 정돈이 잘 돼 있고, 주민들의 심성이 바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고 한다. 그는 산 좋고, 물 좋고, 사람 좋은 곳에 뼈를 묻을 생각으로 이사를 왔다. 노후에 정착할 곳을 찾으려고, 거제도부터 파주까지 10여 곳을 저울질하다가 괴산에 정착한 것이다 .
그는 “정작 괴산 주민들만 살기 좋은 곳이란 걸 모르는 것 같다”며 “정말 좋은 고장이다”라고 찬사를 보낸다. 그의 괴산 예찬은 괴산 토박이보다 더 진정성이 있다.

◆한국양궁 부흥기 이끈 산증인
아주 마음씨 좋고, 소탈한 옆집 아저씨 같은 인상을 김 원장은 우리나라 양궁이론을 혼자의 힘으로 정립했고, 세계 30여개 나라의 초청을 받아 양궁을 가르치는 양궁의 대부다.
우리나라 양궁의 본격적인 부흥기는 그에게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일본의 양궁기술을 들여다 연습을 하고, 훈련을 했지요. 그런데 뭔가 부족하고, 성에 차지 않는 겁니다.“
그는 혼자서 공부했고, 스스로 연구했다. 실패하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젊음도 불태웠다. 그 결실이 우리나라 양궁기술서의 효시인 '양궁의 실전과 이론'이다. 지금도 이 책은 양궁기술의 바이블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에도 능하다. 외국 양궁 선수들의 필독서인 영문 양궁기술서인 'kim hyung tak archery'도 그의 저서다.
광운고등학교 재학시절, 양궁에 입문했다. “화살 들고 있는 선배 모습이 멋있어 보여 학교 궁도부에 가입하게 되었죠. 과녁을 명중시켰을 때의 '짜릿함'에 이끌려 평생을 투자하기로 했다.”
태권도 선수였던 그는 우연찮게 양궁에 입문했지만, 태권도 보다 양궁이 더 재미있었다. 현대정공에서 코치생활을 하다 1983년부터 4년 동안 국가대표 코치로 활약하게 된다. 그가 국가 양궁 여자대표팀 코치로 활약하던 1984년 LA올림픽에서 서향순 선수가 양궁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국가적인 경사였다.”
30년 가까이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도 그의 미소에 흐뭇함이 묻어났다. 그 후 아들의 건강을 위해 대만으로 간다. 따뜻한 곳에서 생활하면 아들 건강이 좋아질까 해서였다. 대만 국가대표 양궁 감독으로 10여년을 일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체육훈장 맹호장을 받았지만, 대만에서는 5개의 훈장을 받을 만큼 인정을 받았다.

◆연간 외국선수 200명 양궁훈련원 찾아
그는 요즘도 1년에 10여 차례 러시아, 태국, 중국, 미국, 덴마크, 우크라이나 등 각국으로 초빙되어 기술 지도에 나선다. 그가 초빙돼 가르친 각국 선수들은 대부분 1년 이내에 그를 찾아온다. 올해도 12개국에서 200여 명이 괴산에 있는 김형탁 양궁훈련원에서 훈련을 하고 돌아갔다. 연인원으로 보면 1500명 수준이다.
외국 선수들이 괴산을 찾는 이유는 그의 지도력과 국내 유일의 국제양궁연맹 공식 훈련장으로 인증을 받은 양궁훈련원이 있기 때문이다. 이 훈련원은 길이 120m, 폭 40m로 40명이 동시에 훈련할 수 있으며, 자세 분석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 FITA로부터 유일하게 공식 훈련장으로 인증을 받은 곳”이라며 “제가 국제양궁연맹 코치위원이라 가능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스포츠가 학교 중심으로 이뤄진다. 처음부터 선수로 스포츠를 접하게 되는 것이다. 외국 선수들이 취미로 접근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그는 2009년도에 초등학생 30명을 선발해서 '양궁꿈나무' 동아리를 만들었다. 괴산군문화체육센터 등과 협력해 양궁 스타를 배출할 생각이다.
김 원장은 “내년에 중원대학교 양궁팀이 신설된다”며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갖춰지면 놀랄만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 괴산 양궁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세계적 양궁 메카의 명성이 지속되도록 그 토대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40년 이상을 활을 만지며 살아온 김 원장은 회갑을 넘긴 나이에 미국 골프코치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취재 / 신도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