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소수면 수리1구 가장골마을
괴산군 소수면 수리1구 가장골마을
  • 강승원
  • 승인 2011.05.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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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공장 건립 막아낸 당찬 동네

▲ 눈비산 자락과 들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가장골 마을. 행정중심 마을로 면민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소재하고 있다.
▲ 눈비산 자락과 들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가장골 마을. 행정중심 마을로 면민의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들이 소재하고 있다.

가장골은 눈비산 자락 숙골 서남쪽에 있다. 조선시대 영남지방 선비들이 한양을 가는 지름길에 위치한다고 해서 가장골로 불리고 있다.
괴산읍에서 10㎞ 떨어진 면소재지 마을이다. 괴산∼음성 간 국도 37호선이 지나는 곳으로 시내버스와 직행버스를 이용할 수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마을은 눈비산 끝자락에 걸쳐 비스듬한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동쪽으로는 너른 들판과 동진천 상류가 흐르고, 남으로는 괴산읍 북으로는 음성읍을 향해 있다. 마을에는 면사무소, 소수초등학교, 농협소수지소, 소수우체국, 소수치안센터, 소수보건지소, 소수의용소방대 등이 있다.
옛 37호 국도인 마을 앞길을 따라 맛 집들이 있다.
옛 영화를 간직한 채 고즈넉한 모습으로 막걸리 향취를 품고 있는 소수양조장, 괴산읍과 음성 등에 볼일 있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소수정류장(대표 허영준·74), 지친 몸을 달래며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실 수 있는 노인들의 쉼터 소수상회(대표 최옥희·78) 등은 빠르게 변하는 세태와 비교하면 반대로 과거를 향해 걸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모습 그대로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에는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지었던 마을회관 건물이 중앙에 있고, 자연석으로 지은 정겨운 교회 건물도 있다.
◀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주민들이 동참해 건립한 마을회관. 오래됐지만 균열도 없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 70년대 새마을운동 당시 주민들이 동참해 건립한 마을회관. 오래됐지만 균열도 없이 튼튼하게 버티고 있다.
마을회관은 동네 할머니들이 쉬었다가는 사랑방처럼 훈훈함이 남아 있다.
박성화(67) 이장은 “얼마 전 마을에 경로당을 지을 수 있었지만 주민 의견에 따라 거절했다”며 “'마을회관이 건축한지 오래됐지만 균열도 없이 아직 튼튼한데 왜 허무느냐'는 의견이 많아 국가 예산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짓지 않았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55호 가구에 78세대 144명이 거주하는 가장골 마을은 주민 7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들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쉼터와 배움터 역할을 하는 소수지역아동센터도 있다.
면사무소에는 마을 어른들을 위한 한글교실, 마당 가득 들꽃 심고 가꾸는 들꽃 집도 있다.
3년 전부터 이곳에 둥지를 틀고 들꽃을 모으고 가꾸며 연구하는 한 주민은 동네아이들의 야생화 관찰학습장으로도 모자람이 없을 만큼 400여 가지 들꽃을 정성껏 돌보고 있다.
이 마을에는 작은 연못이 있어서 여름부터 늦가을 까지 연꽃이 아름답게 핀다.
얼마 전 봄나들이 다녀왔다는 차영복(77) 할아버지는 “우리 마을은 삼태기 마을”이라며 “이곳에 이사 와 살다 다른 마을로 이사 간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되어 간다고 해서 옛날 풍작을 위해 거름을 밭에 뿌릴 때 사용했던 농기구 이름을 따 '삼태기 마을'로 불렀다”고 했다.
주민자치센터에서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윤영화 씨는 매주 화·목요일 2회에 걸쳐 마을 어르신 7명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박 이장은 자신이 태어난 집에서 줄곧 살고 있다. 군대 제대 후 건설업에 종사하러 외지로 나갔다가 85년 마을에 정착했다. 이후 13년간 마을 이장을 맡았다.
이장직을 내놓고 타향에서 6년 간 생활하다가 2005년에 다시 정든 고향으로 돌아와 이장직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에 마을 주민이 화합했던 이야기를 했다. 마을 뒤편 눈비산 산자락에 레미콘 회사가 입주하려고 공사를 시작했는데, 소수면 주민들이 힘을 합쳐 반대했고 기업에서 군을 상대로 소송을 했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드문 일이라며 기뻐했다. 당시 그는 레미콘 건설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을 맡아 주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슬기롭게 대처했다.
그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전개되던 시절 마을안길 포장과 마을회관 건립을 위해 모든 주민들이 팔을 걷어 올리고 힘을 모았다”며 “지금은 모두 나이 들고 기운을 잃어 혼자 지내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한 “아마 10년이 지나면 마을 규모가 지금보다 더 작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7년 소수면 이장단 회장을 역임하면서 면민 전화번호부를 제작했다. 마을 유래를 직접 조사해 실었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일일이 챙겨 1200권을 만들었다.
그는 “1면 단위에서 휴대전화 번호까지 실린 전화번호부 제작은 보기 드문 일이다”며 흐믓해 했다. 현재 그 전화번호부는 주민 필수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동/네/사/람/들

91세 어머니 봉양하는 소문난 효자

박성화(67) 이장
박성화(67) 이장
박 이장은 이장 경력이 13년이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1970년대엔 우수새마을지도자 대통령 하사금으로 마을회관을 건립했다. 상수도사업, 마을안길 아스콘 포장 등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열심히 일했다. 그는 “당시 젊은이들이 이젠 70∼80세 노인이 돼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산을 올라갈때는 보지 못했던 풍경을 내려올때 본다”는 말처럼 힘들던 때에는 못 느꼈던 주민들의 소중함을 이제 나이가 드니 더욱 더 실감한다”고 했다. 그는 부인과 2남 1녀를 두고 있으며, 91세인 어머님을 정성껏 봉양하는 소문난 효자다. 그는 “마을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인들을 성심껏 모시겠다”고 말했다.


“서로 화목하게 보듬어 주어야”

허영준(74) 대동계장
허영준(74) 대동계장
그는 원장골에 살다 가장골로 이사와 정착했다. 70∼80년대에 10년 이상 이장을 맡았고, 차부상회를 20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그는 3남 2녀를 다 출가시키고 지금은 두 내외가 오붓하게 지내고 있다.
그는 “차부상회는 정류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잠시 한숨을 돌리는 쉼터”라며 “마을 주민들이 서로 화목하게 지내고 서운한 것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는 사람 많은 시골 고향이 좋다”

김길홍(73) 노인회장
김길홍(73) 노인회장
젊은 시절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하다 옥살이도 했다. 1995년 제2대 괴산군의회 전반기 의장을 역임했다. 매일 오전에는 40·50대가 모이는 소수주유소에 간다. 그곳에 가면 농약 사용법, 농사정보를 익힐 수 있다. 그는 “주유소에 가면 나보다 젊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마을노인정에 반찬, 라면도 사다 놓는 그는 “늙으면 외로워진다”며 “서울은 지나가는 사람은 많지만 아는 사람이 없지 않느냐, 그래서 아는 사람이 많은 시골 고향이 낫다”고 말했다.





“봉사하도록 돕는 남편에 감사”

이재순(60) 새마을부녀회장
이재순(60) 새마을부녀회장
24살에 결혼해 이곳에 36년째 살고 있다. 새마을부녀회 연합회장을 6년 했다. 그는 “그동안 30년 넘게 봉사활동을 했다”며 “남편의 지원에 진실로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에는 담배농사도 지었지만 지금은 고추농사(1만 3000㎡), 벼농사(3만 3000㎡), 콩 농사(5000㎡) 등을 짓고 있다. 가족은 남편, 자녀 1남 2녀가 있다. 자녀들이 모두 장성했고, 막내딸이 올 가을에 결혼 한다.







우/리/동/네/자/랑/거/리

행운식당·제일식당·소수식당 - 농사철 맛깔스런 음식 들판까지 배달

행운식당(대표 장정옥·54)에 들어서자 음식경연대회 참여한 사진들이 한 벽면 전체를 장식하고 있다. 2009년 괴산향토음식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행운식당은 자연산 버섯찌게 맛이 일품이다. 산에서 채취한 칡버섯, 먹버섯, 싸리버섯, 밀버섯, 닭다리 버섯, 송이버섯 등 천연재료를 이용해 요리하고 있어 인기가 많다.
제일식당(대표 김현수·56)은 삼계탕, 된장찌개, 김치찌개, 삼겹살 구이로 유명하다. 우직하게 15년간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 대표는 들판에서 일하는 농민들에게 백반을 제공해 평가가 좋다.
점심시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이 붐비는 중화요리 집 소수식당(대표 하기철·39)은 옛날 짜장면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양도 많고 들판 곳곳까지 배달한다.
가장골 사람들은 이들 식당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 작은 시골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바쁜 농사철 일손이 부족할 때 농부들에게 더 이상 요기날 수 없다.
마을 앞을 지나는 옛 국도 2차선이 옆에 있는 식당들은 변함없이 주민과 함께하고 있다.

가을이면 아름다운 연꽃 향기 그윽 - 가장골 연못

▲ 마을 서편에 자리한 연못, 가을이면 연꽃 향기가 마을에 가득하고 맑은 물에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 마을 서편에 자리한 연못, 가을이면 연꽃 향기가 마을에 가득하고 맑은 물에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다.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연못. 그곳에는 봄이면 연잎이 움트고 가을이면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난다. 연못에는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다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한다. 이곳 가장자리에는 오랜 세월 자라온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은행나무는 어려운 시절 마을 주민들에게 영양을 보태어준 고마운 친구다.
마을엔 친구처럼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소수면사무소 면장(안병훈)과 직원들, 소수초등학교장(조용덕)과 교직원, 소수치안센터소장(권오성경위), 농협소수지소장(안광석)과 직원, 소수보건지소(윤형돈소장) 직원, 소수의용소방대장(배석기), 소수우체국 (윤정일 서장)직원, 소수그리스도교회(명재선목사)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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