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읍 남차 3리
증평읍 남차 3리
  • 나영순
  • 승인 2011.01.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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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수살제를 지내는‘장내마을’

증평읍 남차 3리는 70여 가구, 130여 명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마을이며 동네 어귀에 들어서려면 좌구산제일문(坐龜山第一門)을 지나야 한다. 마을의 연령분포는 70대가 주를 있고 80대 어르신들도 많아서 장수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을은 좌구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가 앞에는 두류봉을 이루고 뒤로는 옥녀봉(玉女峰)을 이룬다. 이 장내마을은 좌구산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냇물이 강물처럼 사시사철 장유수(長流水)를 이뤄 온갖 물고기가 풍부하며 산 좋고 물이 좋아 예부터 살기 좋은 마을로 이름이 나 있는 고장이다. 이렇게 살기 좋은 장내마을은 좌구산을 수원으로 해 조성된 삼기저수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몇 년에 한 번씩 내리는 홍수(洪水)로 가옥이 침몰되고 전답이 유실되는 등의 수해를 당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이 상습적인 마을의 홍수피해를 신앙의 힘으로 막아보고자 마을공동제로 수살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수살(水殺)막이 고사를 올리게 됐다. 마을 주민들이 130여 년 동안 지내온 이 수살제는 현재도 주민들에 의해 정성껏 치뤄지고 있다. 이런 토속신앙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남차 3리 마을을 둘러본다.

우리 마을 유래
남차 3리는 장내(長川)라고 불리는데 이 장내는 벌장내와 언덕장내의 두 마을로 이뤄졌다. 벌장내는 냇가 벌판에 길게 형성된 서쪽마을을 부르고, 언덕장내는 벌장내에 살던 사람들 중 홍수를 피해 동쪽언덕에 마을을 형성해 살던 곳을 언덕장내라고 했으며 현재는 행복마을로 명명했다.
이 두 마을은 같은 장내 마을이면서 내를 사이에 두고 있고 벌장내는 기혼 남자 중에서 유사를 뽑아 일주일 전부터 목욕재계를 하고 근신을 한 후 고사를 지냈다. 한편, 언덕장내는 마을 및 객지에 나가 있는 주민들의 무사안녕과 풍년농사를 기원하기 위해 해마다 음력 10월 초 밤 7시에 자손들이 낸 돈으로 돼지 한 마리와 떡 과일 등을 준비해 좌구산 지봉인 두류봉(頭流峯) 산 밑에서 산신제를 지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산신제를 지낸 후 동네 어르신들에게 저녁을 대접한다.
또 이 마을은 남 경로당과 여 경로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모범 경로당으로 지정된 곳이다. 지난 2009년에는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와 1경(警) 1노(老) 자매결연협약을 체결해 노인 교통사고 예방과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005년에는 농도상생(農都相生)의 정신을 바탕으로 농촌이 도시와 더불어 발전 할 수 있도록 청주 상공회의소와 마을간 '농촌사랑자매결연'을 체결했다. 이로 인해 청주상공회의소는 바쁜 농사철에는 농촌일손 돕기와 농산물 직거래 등 다양한 교류를 통해 농촌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옛 청안현 남면지역 수살막이 고사
장내마을은 좌구산과 구석산에 발원해 율리를 거쳐 장내로 흐르는 '장래천(長來川)'이 있는데 내가 길다고 해서 긴 長자 올 來자를 써서 장래천이라 했다고 한다. 이곳은 요즘과 다르게 옛날에는 비가 많이 와 장마철이면 늘 물이 넘쳐 장내마을의 전답이 온통 물에 잠겼다. 마을 사람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지만 해마다 이어지는 홍수에 제방은 제 구실을 못했다.
홍수의 피해가 이어지자 장내 마을사람들은 지금의 삼기저수지 가운데쯤에 나무숲과 돌무더기가 있었던 곳에 '물을 막아 주십사' 하고 '수살(水殺)막이' 고사를 올렸다. 그와 함께 마을입구 삼거리의 나무숲과 돌무더기가 있는 '수살막이'에도 고사를 같이 올렸더니 그 후부터 물난리는 사라졌다 한다. 이런 연유로 '윗수살막이'와 '아랫수살막이'가 탄생했다. 그부터 마을 사람들은 위에 있는 수살막이를 숫수살로 아래 있는 것을 암수살이라고 하고 제를 지낼 때 숫수살에게 먼저 제를 올린 후 암수살에게 제를 지냈다.
수살은 시골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돌이나 나무, 마을을 지키는 신성한 것으로 믿어 전염병이 돌 때는 새끼줄을 쳐서 모시기도 한다. 개인이 병이 났을 때는 환자의 옷을 걸어놓는 풍습이 남아 있다. 이를 수살막이, 수살목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병술(丙戌)년에 갑작스런 천지개벽의 대홍수로 숫수살이 암수살 곁으로 떠 내려와 자리를 잡았고 이후부터 따로 모시던 암수살과 숫수살 제사를 동시에 모시게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수살제는 원래 동내 계에서 치러왔으나 남차3리 수살제보존회를 만들어 보존회 중심으로 마을 주민전체가 제를 지내고 있고 군에서도 지난 2002년부터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이 수살제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 전날 남녀 주민으로 나눠 풍년과 재난 방지를 기원한다. 수살제 준비는 설이 지나면서부터 시작한다. 수살제 열흘 전에 기혼 남자 중에서 삼재수가 들지 않고 생기복덕한 '유사' 3명을 뽑는다. 유사는 수살제를 준비하고 관장하는 사람으로 1주일 전부터 수살막의 우물에서 매일 목욕재계하고 술과 담배를 금하며 부부관계도 금한다. 돼지도 유사가 직접 잡는 등 제물도 모두 유사가 준비하며, 집에는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린다. 음력 14일 농악팀이 마을 집집마다 다니며 장독, 부엌, 우물 등을 도는 지신밟기로 시작해 15일 자시(밤12시)에 제를 올린 후 남녀로 각각 편을 나눠 암수 줄다리기를 한다. 지신밟기를 통해 복이 많이 내려주길 기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우리 조상들의 전통이다. 암수 줄의 코 걸기를 함으로써 한마음 한 뜻으로 풍년들기를 기원한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줄은 태우지를 않고 잘라서 집집마다 나눠가 소의 먹이로 줘 건강과 풍년을 기원하고 화합을 다진다.
수살고사는 군민 모두 건강하고 복과 덕이 가득하길 기원하는 바람이 크다. 이처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지역의 안녕과 화합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행사 및 수살제가 열리는 마을이다. 장내마을의 전통 민속은 미신을 넘어서 풍요와 평화로운 삶을 바라는 민초(民草)들의 뜻이다. 해마다 정성을 다해 수살제를 지내는 마을사람들의 덕(德)이라고 본다. 지금은 율리 저수지가 장내마을 사람들의 수마(水魔) 걱정을 말끔히 해소해주고 있다.
한편, 수살목인 팽나무와 느릅나무가 마을 입구에 위치해 농촌마을의 경관을 향상시키는 등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 3월 9일에 보호수로 지정됐다.

◆ 마을의 칭송자들
신현갑(84) 씨의 말에 의하면“요즘 세상에 효부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보기 드물 정도다. 증평에서 상업을 하는 안정숙(53) 씨는 처녀 시절에 바깥노인이 원래 이북 사람인데 안양반만 살아계신 상황에서 장녀로서 부모한테 효심이 지극하여 효행상을 탈 정도였다”는 자랑을 했다.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증평군지회장 류근철(82) 씨는 “신현갑(전 그라운드골프 증평군지회장) 씨의 처 박승환(81) 씨는 몇 년 전 101세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지극정성으로 모신 장본인”이라고 말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이옥순(그라운드골프 증평군지회 사무국장) 씨를 칭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증평읍 주민복지 담당 조창순 씨와 협의하여 서울 광진구 산악회의 도움을 받아 마을의 폐가 직전인 김원준(87 여) 씨 가옥을 마련해 준 일화다. 그 장소에 다시 말끔히새 보금자리로 지어준 일이다.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 내 가족과 같은 기쁨을 나누는 동네 주민들의 따뜻한 정이 묻어났다.

◆ 예로부터 수살거리가 이정표 역할
청안, 증평, 내수, 미원, 청천이 각 20 리(8Km)이고, 진천, 청주, 괴산, 음성이 각 오십 리(20Km)이다. 세월이 흐르면 모든 게 변하기 마련으로 장유수(長流水) 하던 내를 막아서 저수지(貯水池)를 축조해 물 걱정 없고 수해 걱정이 없어졌다. 하지만 큰 걱정은 마을을 떠나는 집이 하나 둘씩 늘어나서 30년 전만 해도 50여 호이던 가옥이 줄어들고 있다가 현재는 행복마을로 이사 오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어 12가구라는 좋은 소식이다.
수살거리는 청안현감이 세종대왕을 문안하고 남창이 있어 관리들이 북적대던 그 시대를 연상케 하고 있다. 현재는 좌구산 제일문(第一門)이 우뚝 솟아'율리 휴양촌'손님들을 정겹게 맞이하고 있다.


우/리/동/네/사/람/들


신병익 이장
신병익 이장
수살제 행사를 하는 마을

신병익 이장은 “우리 마을은 해마다 '수살제'를 지내옴으로써 동네 주민들의 화합이 더욱 돈독해져 좋은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아 뿌듯하다”며 “늘 행복이 가득한 마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기수 남 경로회장
나기수 남 경로회장
모범 경로당 운영 잘 돼

나기수 남 경로회장은 “우리 마을은 모범경로당으로써 노인정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콩, 들깨, 벼 등을 재배하고 답에서 공동 재배로 수확한 쌀을 이용해 농한기 겨울에 경로당에서 식사 한다”고 말해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또 “지금은 젊은 층들이 도회지로 나가 노인들이 힘에 부쳐 공동으로 농사는 짓지 못한다”며 “젊은 층들이 많이 이사와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경순 여 경로회장
전경순 여 경로회장
보건소 아쿠아로빅 더 하고파

전경순 여 경로회장은 “연세 드시고 다리 아픈 분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여 안타깝다”며 “경로회원들이 많아 경로당에서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것도 좋지만 수영장 물속에서 걷고 수영하면 훨씬 다리도 덜 아프고 수월해 좋다”고 말했다.



이옥순 부녀회장
이옥순 부녀회장
행복마을 정착 행복해

서울에서 내려와 행복마을에 정착하여 살고 있는 이옥순 부녀회장은 “아랫말 윗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첫째도 행복, 둘째도 행복이라 아늑하고 깨끗한 면모의 보금자리들을 꾸미며 노후를 사는 분들이라 더욱 고맙다”고 말했다.





남궁반  새마을지도자
남궁반 새마을지도자
자체 상수도 있어 편리

남궁반 새마을지도자는 “우리 마을은 자체 상수도가 있어 편리하지만 그에 반해 마을이 덕평, 장내, 옥류봉, 행복마을 네 군데로 떨어져 있어 불편한 점이 있다”며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의 애경사를 함께 해 주고 있는 것에 늘 고맙게 생각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내 마을 가꾸기 사업에 십시일반으로 헌금해 주신 김병회, 김태옥, 신현갑, 류근철, 서병학 등 그 밖의 많은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마/을/자/랑/거/리

남경로당과 여경로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마을 회관








남차3리 입구의 수살거리에서 해마다 수살제가 열리고 있다.








◀ 남차3리와 증평시가지, 초정, 율리 방면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위치한 수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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