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 약사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
이경혜 약사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
  • 임현숙 기자
  • 승인 2021.01.29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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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혜 약사가 30년 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경혜 약사가 30년 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하고 있는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 자리서 30년 약국 운영, 꿈 위해 농업경영체 등록 
어르신 돌보는 정서적. 물리적 친환경 공간 조성이 꿈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따뜻함이 묻어 나는 사람,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 이경혜 약사가 그렇다. 
그는 자기 주장을 강하게 밀어 붙이지도, 그렇다고 뒤로 물러나지도 않는다. 그의 직업은 군민 건강을 돕는 약사지만 얼마 전부터는 농사짓는 시골 아낙으로의 삶도 병행하고 있다. 
가족을 떠나 요양원 등지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에게 피톤치드가 왕성한 산책로를 제공하고 남은 삶을 살아가야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 약사가 농업경영체 등록까지 하며 본격적으로 농사꾼으로 사는 이유가 궁금하다. 

뇌질환 어르신 위한 공간 조성이 ‘꿈’
이경혜(54) 약사는 30년동안 같은 자리에서 증평 온누리 엄마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번화가에 위치한 약국은 인근에 물리치료 병원들이 많아 손님들의 평균 연령은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다. 
그의 약국은 운 좋게 지역사회에서 30년 동안 어르신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웃처럼, 부모님처럼 지내온 손님들이 치매 등으로 요양원 등지에 갔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이 약사의 가슴 한쪽에 안타까움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는 “그 안타까움과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 보내고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달라진 모습이 내 오십 평생의 가치관을 뒤 흔들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를 힘겹게 살아낸 어르신들이 요양원 등지에서 소외감과 허무감을 극복하고 살아갈 이유를 찾아드릴 수 있도록 정서적, 물리적으로 안정된 환경을 만드는 제2막 인생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요양원이 될지 가까운 지인 어르신들의 놀이터가 될지는 그도 알 수 없다. 
그는 “농약이나 환경오염 등이 뇌질환 환자를 늘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고 공급하며, 어르신들이 직접 간단한 농사로 수확의 기쁨까지 느낄 수 있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고 했다. 

농업경영체 등록, 본격 농사 시작 
그의 생각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추진됐고 남편 임호선(경찰대 2기, 현 서울경찰청 생홀안전부장)씨의 고향인 진천 초평면에서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어르신들이 피톤치드가 왕성한 산책로를 걷는 그림을 그리며 이곳에 1000 여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고, 인터넷으로 천연농법을 검색하며 뽕나무, 가시오가피, 구기자, 산수유 등 건강에 이로운 나무도 재배했다. 매실, 감, 대추 등 유실수는 물론 고추도 깻잎도 기른다. 무항생제 알을 얻기 위해 오골계, 청솔닭도 15마리나 키우고 있다. 
새벽 농사는 힘들고 때로는 너무 고단하다. 365일 일하는 약사로의 삶과 병행하는 것이 힘들 수 밖에 없다. 이 일을 시작할 당시 어쭙잖은 농사꾼 흉내에 눈살을 찌푸리는 이웃도 있었고 지금도 주변에 곱지 않은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차분한 계획을 응원하는 가족들의 도움이 그를 일으키는 힘이 되고 있다. 
그는 "무엇이든 직접 해봐야 하는 성격이라 1년 전엔 농업경영체 등록도 했고 흉내만 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도 매주 주말 고향에 내려와 소나무 가꾸기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부모님 집 옆에 40평 규모의 작은 도서관을 짓기 시작했고 올 3월 이곳이 완공되면 그는 아예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에 살면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그는 “요양원을 지역사회에서 책임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최근 보건소에서 시행하는 어르신이 어르신을 돌보는 노노 케어와 함께 초등학교와 요양원, 고아원과 요양원 등을 연계해 운영한다면 서로 채워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 즐겁다”
이경혜 약사는 부지런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일주일에 세 네 번 서울과 증평을 출퇴근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기상해 가족들 식사 준비를 하고 남편의 출근을 돕고 동서울터미널에서 7시 20분 증평행 고속버스를 탄다. 그는 “버스 안에서 밀린 일들을 처리하고 나의 꿈도 구체화 된다”며 “그 시간이 즐겁다”고 했다. 
청원군 북일면 형동리에서 육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청주 덕성초와 일신여중, 청주여고와 충북대 약학대학을 거쳐 1987년 약사고시에 합격한 이경혜 약사. 그는 학창시절 법대를 희망했지만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게 된 약대 수업이 적성에 맞지 않아 적잖이 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현재 그는 “약사가 적성”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손님에게 마음을 주는 약사가 되면 원하는 것은 저절로 따라 온다. 틀린 말을 해도 들어주는 따뜻한 약사가 되라”고 후배에게 조언하는 이 약사의 2막 인생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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