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수 괴산두레학교 대표
김언수 괴산두레학교 대표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9.2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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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찡그린 모습‘ 본적이 없어요“

두레학교 창설 멤버, 사무국장 거쳐 대표 맡아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시면 저도 행복합니다”

김언수 대표가 괴산두레학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언수 대표가 괴산두레학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보릿고개’로 대변되던 1950-60년대 우리나라는 가난했다. 학교를 가고 싶어도 못 갔다.
특히 남존여비사상이 남아있어서 여자 아이들은 진학이 더 힘들었다. 그들에게 못 배운 것은 한으로
남았을 터. 그들은 이제 할머니가 되었다. 그들의 한을 풀어주는 곳이 있다. 어르신을 위한 대안학교 -
괴산두레학교다.
이 학교의 창설멤버이자 현재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언수 두레학교 대표를 만났다. 
 
사비 들여 학교 문 열어

괴산두레학교는 지난 2010년 문을 연, 괴산문해교사회가 운영하는 비영리 자치학교다. 괴산군민들을
위한 평생학교인 셈이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한글 영어 수학 역사 등을 배우는 곳.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앍고 쓸 수 있도록 돕는다.
대부분 할머니들인 학생은 40명, 칠성 장연 소수 청천 청안 이탄 노인복지관 등 7곳 분점까지 합하면
학생 수는 100명을 넘는다. 평균 연령은 75세. 인생을 관조할 나이의 할머니들이다. 
교사들은 이들에게 문자 해독을 넘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12명의 교사는 모두 자원봉사자다. 면단위 두레학교에 강의를 나가면 약간의 교통비 정도가 지원되긴
하지만…
두레학교는 2008년, 사회활동가인 최복순 씨가 괴산여성회관에 문을 연 '어머니 한글교실'이 모태다.
2009년에는 괴산군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교육 나눔에 관심 있는 주민 50명을 모아 문해교사
교육과정을 열었고, 그 과정을 마친 이들이 중심이 돼 문해교사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들이 힘을 모아 2010년 건물을 임대해 강좌를 개설하고 '괴산두레학교'라고 이름 지었다.
교실 임대료 등은 참여 교사들의 주머니돈을 털어 마련했다. 후원자들의 도움도 있었다.
그들은 그렇게 학교를 운영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돕고 격려하며 어려움을
이겨냈다.

 '섬김형 리더십'의 소유자

그는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문해교사 교육과정 이수생들이 만든 교사회의 일원이었다. 회원들의
반강제적인 추천으로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된 두레학교의 기둥. 살림살이며 할머니들과의 대화,
교사들과의 공감대 형성 등을 도맡아 한다. 부드럽고 겸손하지만 자존감 강한 '섬김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사무국장으로 10여년 동안 일하다가 올해 대표를 맡았다. 괴산두레학교의 산증인이자
기둥이다.
결혼해서 천안에서 괴산으로 들어온 그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교육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방송통신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처음에는 괴산교육도서관에서 동화구연동아리 조직해서 3년 활동했고, 인형극 동아리 발족시켰다.
그 후에는 괴산다문화센터에서 한국어 강사로 활동했다. 그러다 문해교사회의 일원이 돼서 두레학교와
인연을 맺게 됐다.

“배움에 대한 한을 풀었다”

글을 모르고 살아온 할머니들이 평생 안고 살아온 한을 풀어 드리고, 삶의 질을 높여드리는 것이
두레학교의 첫째 목표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주민들은 행복지수가 아주 높다. '고맙다' ‘즐겁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은 전에는 꿈도 꿔보지 못했던 일이지요. 고맙고 또 고맙지요”
“글을 알게 되니까 자신감을 갖게 되고 더 당당해졌어요.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학교에 오는 날이 기다려져요. 30분씩 버스 타고 오가는 게 힘들긴 해도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두레학교는 서로 나누고 서로 돕는 것을 실천한다. 나아가 어르신들이 삶 속에서 터득한 지혜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돕고 있다. 봉사활동을 통해 보람을 느끼고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어린이날에는 국수도 만들고 떡볶이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때로는 두부를 만들어
요양원을 찾아 봉사활동도 한다.
연말에는 가족 등이 한데 모여 어울림행사를 갖는다. 배운 것을 자랑도 하고 소감을 발표한다.
직접 지은 시를 가족들 앞에서 낭송한다. 시를 낭송할 때에는 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고, 온 가족이
얼싸안고 감격스러워하기도 한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 연출되는 것이다. 
“어르신들의 의욕을 북돋워 드리기 위해 발표회도 갖고 상장을 드리기도 합니다. 환호도 있고,
감격의 눈물도 있습니다.”
그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울먹이는 어르신들을 보면 콧날이 찡하다”며 “그럴 땐 이 일을 왜
계속해야 하는지를 가슴에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삶의 질 높이는 노인복지

김 대표는 “괴산두레학교는 교육나눔 행복나눔 사랑나눔이라는 교육이념 아래 '나눔의 미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지식뿐만 아니라 공동체생활도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장이자 어르신들이
참다운 삶의 의미를 깨닫는 '힐링캠프'”라고 강조했다.
두레학교가 생기면서 다니기 시작, 10년 개근(?)했다는 박말순(80) 할머니는 “김언수 대표는 10년 동안
인상 쓰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사람 마음을 보듬어 주고 기분 좋게 하는 특출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서 “어려운 일, 궂은일도 매끄럽게 처리하는 걸 보면 저런 사람이
지역사회의 리더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괴산군의 인구 30%가 노인이다. 이들은 고단한 삶 속에 정작 자신들은 앎의 기쁨을 느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전환기 시대의 희생양. 이들에게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한을 푸는 것이나 다름없다.
곧 삶의 질이 놀랄 만큼 높아지는 일일 것이다. 이 보다 더 의미 있고 훌륭한 노인복지가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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