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숙 괴산농가주부모임 회장
조혜숙 괴산농가주부모임 회장
  • 신도성
  • 승인 2015.02.11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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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간 출장봉사 1000여 회 ‘봉사의 달인’

도배·목욕서비스·이미용·배식 등 활동 다양
“몸소 땀 흘려 봉사하면 보람 있고 마음 뿌듯”


▲ 지역사회에서는 봉사의 귀감이 되고 있지만, 정작 조회장은 주변의 칭찬에 고개를 내젓는다.
▲ 지역사회에서는 봉사의 귀감이 되고 있지만, 정작 조회장은 주변의 칭찬에 고개를 내젓는다.


조혜숙(55) 괴산농가주부모임 회장은 지난해 연말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시상식에서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년 봉사 인생에 대한 격려일 것이다. “내세울만한 일이 못됩니다. 훌륭한 분들도 많은데…”라며 인터뷰 요청을 사양하다 거듭된 설득에 말문을 열었다.

봉사 위해 미용기술 배워
“제가 한 일을 봉사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 머리 깎아드리고 외로운 노인들 좀 챙겨드리고…”
대수롭지 않게 함께 한다는 마음으로 했던 게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고 했다.
“상은 저 개인에게 준 것이 아니에요. 괴산의 5000여 명에 이르는 자원봉사자들에게 준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30년 전 대식구에다 문중 대소사가 많은 종손가로 시집을 왔다. 농삿일에 치이고, 집안 대소사 치르는 일이 힘겨웠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문광면 재가봉사회에 가입했다. 홀로 사는 노인 가정을 방문해 목욕과 식사를 돕고 빨래 청소와 함께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는 것이 그의 스케줄이었다.
그는 “몇 번씩이나 '고맙다'고 하시면서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짠'했어요.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고 한다.
“마음 한구석의 허전함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시작하면서부터 채워졌지요.”
그러다 2002년부터는 괴산군자원봉사센터에서 실시하는 미용교육을 수료, 매주 한번 미용봉사를 실시했다. 처음 미용기술을 배울 때는 딸부터 시어머니까지 온 식구가 모델이 되었다.
“머리를 정성껏 깎아드리면, 할머니들이 소녀처럼 웃으세요. 근데 참 이상했어요. 그 웃음이 저를 행복하게 했거든요.”
할머니의 웃음이 피로회복제였고, 봉사활동이 재충전의 시간이었다. 행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농가주부모임 회장 10년
그는 15만㎡ 규모의 담배농사를 짓던 시절에도 봉사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가족들이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고되고 바쁜 와중에 나가니 왜 안 그랬겠어요.”
그의 봉사활동은 2004년 농가주부모임 회장이 되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괴산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은 60명이나 된다. 단일봉사모임으로는 최대 규모. 이 모임은 생긴지 10년, 창립 당시부터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의 아니게 장기집권(?)을 하게 됐어요. 회원들이 그만두질 못하게 해서…”
미안한 구석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쁘다고 했다. 회원들로부터 인정받고 신뢰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고 했다. 회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의견을 조율, 원만하게 모임을 이끌고 있다.
“서로 공감하고 배려하면 돼요. 바르게 행동하고 궂은일은 솔선수범하구요.”
공감이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배려는 상대를 위한 자연적 합의다. 봉사는 공감과 배려의 결과물일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 노인가정 방문봉사 200여회, 도배봉사 목욕서비스 등 100여회, 이미용봉사 700여회, 배식활동 150여회 등 모두 1000회가 넘는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봉사는 자신을 위한 일”
남편과 함께 벼 10만㎡, 옥수수 3만㎡를 경작하는 대농이지만, 거실에는 항상 미용세트가 준비돼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언제든지 달려가기 위한 준비다.
봉사에는 책임감과 진실성이 뒤따라야 한다. 생색내기, 얼굴 알리기는 이벤트지 봉사가 아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봉사는 의미도 없고, 보람도 찾기 힘듭니다.”
봉사는 남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언젠가 할 일이라면 지금 하고, 누군가 할 일이라면 내가 먼저 한다.' 이게 그의 봉사철학이다.
“앞으로 계속 봉사하면서 살 겁니다. 운명적인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를 만나고 나오면서 “보상을 바라지 않는 봉사는 남뿐아니라 자신도 행복하게 한다”는 간디의 명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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