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랜드 조성 사업 ‘속빈 강정’
허브랜드 조성 사업 ‘속빈 강정’
  • 이승훈
  • 승인 2014.12.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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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온실·허브공원 등 제외돼 관광기능 상실
진입도로 개설과 연계…사업 중단도 '불가능'

증평군 농업기술센터가 허브를 주제로 하는 관광지를 만들기 위해 계획한 허브랜드 조성 사업이 허울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0월과 9월에 열린 제97회 증평군의회 임시회 군정에 관한 질문과 제96회 증평군의회 정례회 제2회 추경예산 심사 과정에서 밝혀졌다.


특히, 허브랜드 조성은 예정부지 일부가 충청내륙고속화도로 용지로 편입되는데다 100억 원 규모의 민자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 사업 규모가 반 토막 나면서 무늬만 허브랜드인 상태로 전락했다. 증평개발촉진지구(이하 개촉지구) 관광휴양사업 개발계획에 포함된 이 사업은 개촉지구 기반시설조성 사업인 허브랜드 진입도로(사업비 31억 5000만 원) 개설과 병행해 추진되고 있어 허브랜드 조성 사업만 중단하는 것도 어려워 시행기관이 부심하고 있다.

증평군의회 우종한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97회 증평군의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 군정에 관한 질문을 통해 '허브랜드 조성 사업 계획 및 향후 효과와 문제점'에 대해 질의했다.

김동구 증평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답변을 통해 “농업기술센터 인근인 증평읍 사곡리 306-1번지 일원 8만1819㎡ 면적에 사업비 250억 원(지방비 150억 원, 민자 100억 원)을 들여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허브유리온실 △허브웨이 △허브공원 등을 조성하기 위해 연차별 투자계획을 수립해 추진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브랜드 조성 예정지 일부가) 2012년 7월 20일 충청내륙고속화도로 통과 예정부지 편입과 이와 연계된 주변 도로 남쪽부지 2만9179㎡를 (사업부지에서) 제외시켜 5만2640㎡ 규모로 축소하고, 사업비는 175억 원을 감액, 지방비만 75억 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변경해 △주차장 △시범포 △꽃 육묘장 △전통놀이 체험장 등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농업기술센터는 허브를 주제로 하는 시설인 허브유리온실, 허브공원, 허브웨이 등 시설을 제외시키고, 실증포와 꽃 육묘장 등을 설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어 '빈 껍데기 허브랜드'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상태다.

허브랜드 조성 사업의 문제점은 지난 9월 17일 열린 제96회 증평군의회 정례회 제3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서도 제기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장천배 의원은 당초에 용역을 했는데 또 1억 5000만 원을 들여 용역을 한다는 것은 이중용역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당초 용역은 전체적인 계획을 했는데, 용역 후 허브랜드 예정부지로 충청내륙고속화도로가 통과함에 따라 계획을 재수립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증포, 꽃묘장 등 설치로 계획이 수정되면 이름만 허브랜드가 아니냐”는 장 의원의 질의에 대해, 김 소장은 “많이 변경된 사업”이라고 답변했다.

박석규 의원은 “규모가 축소되고, 민간사업자도 없는데 1억 5000만 원을 들이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김 소장은 “이게(허브랜드 조성 사업) 안 되면 진입도로 개설공사 자체를 못한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이 “도로 내려고 억지로 조그맣게 붙여서 가는 사업이 아니냐”고 묻자, 김 소장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실제로 증평군은 지난 2012년 10월 증평개촉지구 개발계획을 변경하면서 허브랜드 조성 사업 계획용지를 대폭 줄이고, 토지이용계획을 변경했다.

당시 군은 허브랜드 조성 계획용지 8만1819㎡ 가운데 62%에 해당하는 5만479㎡를 제외시켰다. 그리고 당초 예정지 잔여용지 3만1340㎡에 인접해 기 조성된 농업기술센터, 온실, 수생식물테마공원 등 부지 2만1314㎡를 포함시켜 5만2654㎡ 규모로 했다. 하지만 기 건립된 농업기술센터 청사, 찰옥수수와 항암배추 재배기술 적용을 위해 조성한 유리온실,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 수생식물테마공원 등은 사실상 허브라는 주제와는 어울리지 않아 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허브산업이 저조하고, 민간사업자 선정에 어려움이 따르자 민자를 유치해 조성하려던 허브 전시·체험·판매를 위한 단층과 2층 규모의 유리온실, 녹지 형태의 허브웨이와 허브공원 등은 제외시켰다. 그리고 주차장 및 종합안내소, 야생화단지, 편익 및 휴양시설, 전통·민속놀이 체험장과 웰빙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것으로 토지이용계획을 바꿨다. 아울러 예정부지에 지난해와 올해 4억 5000만 원을 들여 4832㎡ 규모의 시험포 및 허브육묘장을 조성했다. 따라서, 군이 토지이용계획대로 사업을 시행하려면 국비 37억 원과 군비 33억 5000만 원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증평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군비 24억 원을 확보해 부지 3만1326㎡를 매입해야 하는데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군으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며 “현재 전반적인 사업계획을 검토 중인데, 군의 재정적 여건에 따라 사업의 규모나 방향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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