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광식 민속품 수집가
도광식 민속품 수집가
  • 이승훈
  • 승인 2014.10.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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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고 오래된 것 가치 알아보고 수집하는 선구자

10년 간 250여 품목 3000여 점 수집
민속품상설전시관 마련하는 것 소망


▲ 도광식 교사가 옛날 우리 조상들이 손으로 국수를 뽑아내던 틀에 들기름 칠을 하고 있다.
▲ 도광식 교사가 옛날 우리 조상들이 손으로 국수를 뽑아내던 틀에 들기름 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형석중학교 '미암축제' 행사 때 이색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불을 피울 때 바람을 일으키는 풀무나 이발할 때 사용했던 기구, 화로, 주판 등 각종 생활용품과 농기구 등 민속품 120여 점이 전시됐다. 당시 열린 민속품 전시회는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주민들에게는 아련한 향수 불러일으키고 추억을 재현하기도 했다. 이 전시회를 연 장본인은 이 학교 도광식(56) 교사다. 그는 낡고 오래된 것에 대한 가치를 알아보고 수집하는 선구자다.

'풍로' 구입하며 민속품과 인연
그는 증평 형석중학교에서 교사로 30여 년간 재직 중이다. 그가 민속품 수집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4년 충주시 앙성면을 방문하면서부터다. 우연히 들른 민속품 경매장에서 구멍을 통해 바람을 넣어 불을 피우는 철재 도구인 '풍로'를 구입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이때부터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의 민속품 경매장이나 고물상 등을 찾아다니며 민속품을 사들였다. 그가 수집한 민속품은 250여 품목에 3000여 점에 달한다. 풍구, 용두레, 따비 등 이름조차 생소한 농기구부터 지금도 사용하는 다리미, 재봉틀, 엿장수 가위 등 이제는 수량이 많아 일일이 헤아리기조차 힘들다.
도 교사는 “민속품은 골동품과 달리 일상생활이나 농사 등에 사용되던 옛 물건”이라며 “선조들의 손때가 곳곳에 묻어있고, 세월의 흔적과 함께 추억이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귀신 들어온다” 핀잔 받기도
그가 민속품을 수집하면서 집 공간 곳곳을 크고 작은 민속품들이 차지하면서 어지러워지자 가족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더욱이 귀신이 민속품에 붙어 집에 들어온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뒤따랐다. 용돈을 모아 민속품을 사들이다보니 어떤 때는 돈이 없어서 사고 싶은 물건을 못 사는 경우도 많았다. 이 때문에 그의 수집품들은 희소가치가 높다거나 유서가 깊은 민속품은 거의 없다. 지인이나 친구들로부터 골동품처럼 모아두면 가치가 오르는 것도 아닌데 쓸데없는 데 돈을 쓴다고 타박을 듣기도 했다.
도 교사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민속품을 하나 둘 모을수록 민속문화에 대한 훌륭한 자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제는 교육자로서 사명감도 생겨 더욱 애착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보관이 생명…철저한 관리
그가 민속품을 모으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바로 보관이다. 제대로 시설을 갖춘 보관실이 없다보니 괴산 고향집과 처가 빈 공간 등에 보관하고 있다. 그래서 수시로 오가며 관리·점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민속품이 부식되거나 썩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통풍도 시켜주고 들기름으로 닦고, 좀벌레 등을 퇴치하기 위해 살충제도 뿌려준다. 비가 오는 날이나 습한 날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
도 교사는 “좀 더 많은, 좀 더 다양한 민속품들을 모을 생각인데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걱정”이라며 “처가 덕에 한시름 놓긴 했는데 앞으로가 문제”라고 걱정을 했다.

매년 전시회 열 계획
그는 그동안 민속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데 모든 정성을 쏟았다.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시회가 큰 성공을 거둔 것에 자신감을 얻었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시선이 변했다. 이제는 아내도 이 일에 조금씩 관심을 보이고 있을 정도다. 친구나 지인들의 격려도 그에게 많은 힘이 되고 있다.
그는 앞으로도 매년 학교 축제 기간에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학교에서 전시회 장소를 제공해 주지만 소요경비를 자비로 충당하기 때문에 화려한 전시회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래도 내용만큼은 알차게 구성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도 교사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보기 좋게 꾸밀 수는 없지만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식상하지 않은 전시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주민들에게 민속품을 보여줄 수 있는 상설전시관을 마련하고픈 꿈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옛 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글·사진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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