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야생화연구회
괴산야생화연구회
  • 신도성
  • 승인 2014.05.20 16: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들꽃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사람들 모임



“야생화 보고 있으면 설레고 행복”
회원 70% 귀촌인…서로 마음 나눠

지난달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봄꽃나들이'란 주제로 야생화 전시회가 열렸다. 꽃 모양이 눈에 확 들어오는 복주머니꽃, 멸종위기식물 2급인 애기송이풀, 살아움직이는 지네를 보는 듯한 지네발붓꽃…. 화려하진 않지만 흔하게 볼 수 없는 야생화가 봄 기운을 가득 머금고 한자리에 모였다.
정성스럽게 가꾼 100여점의 작품을 내놓은 이들은 괴산야생화연구회 회원들이다. 꽃의 아름다움과 향이 사라지기 전에 눈과 마음에 담기 위해 분주하고, 구경할 꽃이 많아서 설레고 행복하다는 여인들. 괴산지역에 거주하는 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괴산야생화연구회'를 찾았다.

전시회 주제 '봄꽃나들이'
이 모임이 태동된 것은 2008년 괴산군 자생화연구회가 발족되면서 부터다. 현재 이 모임의 고문으로 있는 한옥녕 씨를 비롯한 몇몇 지역주민이 모임을 결성, 고추축제 등 지역 행사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존재를 알렸고…. 그런 노력 끝에 회원이 30여명으로 늘어 2012년 '괴산야생화연구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이 모임의 구성원은 괴산군농업기술센터 원예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현재 41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50-60의 중년 여성이다. 꽃을 사랑하는 공통점은 같지만 살아온 길은 각양각색이다. 회원들은 모임에서 분화, 분재 등을 배우며, 마당, 베란다, 거실 등에서 직접 야생화를 키운다. 대다수 회원들이 집에 야생화 화분 20개 이상을 기른다고 한다. 김순영 회장은 500여종의 야생화를 키우는 이 분야의 전문가다.

농기센터 원예대학 출신 많아
회원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전국의 야생화 군락지, 수목원, 꽃박람회장 등를 찾아다니며 공부도 하고 친목도 다진다.
이 모임의 특징은 귀촌인들이 70%에 이른다는 점이다.
'전원주택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상상으로 귀촌하지만, 몇 달 지나다 보면 외로움을 겪게 된다. 그들은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하면서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게 되고, 지금까지 누리던 삶과 차이가 있어 적응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친구도 없고, 갈 데도 없고…” 귀촌 여성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일 것이다. '외로움을 이겨낼 각오'와 '차이에 대한 인정'을 전제로 하고 취미생활을 즐긴다면 외로움은 덜어질 것이다.
작은 문화공간이라도 귀촌 여성들에게는 매우 큰 의미가 있으며, 농촌생활의 외로움과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에겐 이에 대한 해답이 '야생화연구회'였다.

농촌생활의 외로움 해소

▲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된 야생화 작품
▲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열린 전시회에 출품된 야생화 작품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는 이정희 씨는 꽃 이름에도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꽃 이름이 재미있어요. 우리말로 풀어쓰게 많거든요. 깽깽이풀, 노루귀, 구슬봉이, 미나리아재비, 제비꽃, 매발톱꽃, 물망초, 패랭이꽃, 개불알꽃 등.”
귀촌한지 5년 된 회원 서혜욱 씨는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가는 토종 야생화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야생화가 우리 민족의 모습과 닮아 더 애착이 간다며 요즘은 '옷보다 꽃'이라고 했다.
모임에 한번도 빠짐없이 참석해온 회원 정용임 씨는 “반찬값을 아껴 꽃나무를 산다”며 “집에서 키우는 야생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봄에 새싹이 돋고 꽃을 피울 때쯤이면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베란다에요, 밤새 얼마나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봐야 하거든요. 꽃과 대화를 한다고나 할까요. 호호”

“옷보다 꽃, 반찬보다 꽃”
지역에서 농삿일을 하고 있는 회원 김학순 씨는 “정신적인 여유를 찾고 싶어 가입했다”며 “다양한 생각을 지닌 귀촌하신 분들과 만나다 보면 배울 점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과의 함께 공감하고 대화할 수 있는 게 기쁘다고 했다.
꽃차연구가이기도 한 회원 정태효 씨는 “차 연구하는 게 직업이지만 가입한 이유는 훌륭한 회원들과 어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고운 마음씨에 뛰어난 친화력을 갖고 있어 쉽게 친해진다. 함께 하는 시간이 즐겁다”고 만족해 했다.

'1석3조'의 취미생활
회원들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 회원들 중 예쁘게 꽃 핀 집을 서로 방문해 함께 느끼고 함께 즐긴다.
생명에 대한 신비로움도 느끼고, 취미생활도 즐기고, 거기다 꽃을 좋아하는 착한 사람들까지 사귈 수 있으니 1석3조인 셈이다. 주민화합 차원에서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니/인/터/뷰

김순영  회장
김순영 회장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야생화 가꾸죠”

“새싹이 움틀 때 우리에게 생명력을 불어 넣어주고 꽃이 피면 인간에게 행복을 주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죠. 순간 순간이 소중하고 아름답지요.”
꽃을 바라 볼 때만 행복한 게 아니라고 강조하는 김순영(63) 괴산야생화연구회장은 “취미로 시작했지만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 언제부턴가 삶이 됐다”고 했다.
한 평생 '꽃'에 심취해 살아온 그는 야생화의 매력에 대해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정성을 기울인다”는 말로 대신한다. 아름다움을 지닌 토종 야생화뿐만 아니라 화려함을 자랑하는 도입종 야생화에도 관심이 많다. 독학으로 프로의 반열에 오른 그는 괴산읍 관동로 사창길 농장에 500여 종의 야생화 2000그루를 키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