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복남 충북경기민요연구소 원장
봉복남 충북경기민요연구소 원장
  • 이승훈
  • 승인 2014.04.22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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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삶과 애환 달래주는 ‘소리꾼’

▲ 봉복남 경기민요 이수자가 한복을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 봉복남 경기민요 이수자가 한복을 입고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2004년 연구소 열어 대중화 앞장
60명 회원 모아 충북민요보존회도 발족


지난 1957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경기민요. 소리가 깔끔하면서도 군더더기 없고 서정적으로 예술성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경기민요 충북 최초 이수자이자 충북지역 경기민요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봉복남(61) 충북경기민요연구소 원장을 만나봤다.


불혹 넘겨 국악 입문
그가 국악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겨서다. 주위의 권유로 가벼운 마음으로 배우기 시작했던 경기민요.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인생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2003년 박팔괘 추모 국악경연대회에 참가하면서다.
그는 처음 참가한 이 대회에서 민요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시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던 이옥순 씨의 눈에 띄어 경기민요 명창 이은주 선생의 문하로 들어갔다. 뜻하지 않게 명창에게 직접 사사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된 것. 마음이 들뜬 그는 한달음에 서울 이은주 선생 댁으로 찾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수십 명의 어린 학생부터 젊은 국악인들이 지도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소 우쭐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괜한 짓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체계적으로 배운 적도 없는 나이 먹은 아줌마가 가능할까라는 생각에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때 이은주 선생이 “목소리는 타고 나는 거다. 나이가 먹었던들 배움이 없다고 한들 그 소리가 어디로 가는 것이냐. 모자라는 것은 채우면 되는 거다”라고 말해줬기 때문에 용기를 냈다고 했다.


6년 만에 이룬 꿈
시골아낙이 서울로 국악을 배우러 다닌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정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아내로 살뜰하게 챙겨주지는 못하는 마음이 오죽할까. 그럼에도 가족들은 웃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때론 너무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도 그를 잡아준 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국악을 시작한 지 6년. 문하생에서 전수자로 활동하던 지난 2007년 전국 경기민요 이수시험에 합격했다. 충북에서 최초로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가 된 것이다.
“가족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너무 고맙기도 하다.”
그는 “가족들의 도움에 보답하는 길은 노력 밖에 없었다”며 “이수자가 될 때까지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을 정도로 노력했고, 꿈을 이뤘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연구소서 후학 양성
그는 지난 2004년 전수자로 인정받으면서 제일 먼저 충북경기민요연구소를 열었다. 후학 양성의 길을 열어 둔 것.
'가르치면서 배운다'는 말을 새기며 문하생 지도에 열정을 다했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도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었다. 이수자가 되면서 더 엄격하게 지도했다. 그의 지도에 힘들어하면서도 문하생들은 하나둘 늘어갔다.
“내가 지도하는 방법은 상당히 엄격해요. 그래도 알음알음으로 배움을 청하러 옵니다.”


토속민요 발굴 앞장
그는 지난 2005년 60여 명의 회원으로 충북민요보존회를 창단했다. 충북지역에 산재한 토속민요 발굴과 보급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토속민요는 그 지방주민들만이 부르는 특색이 담긴 구전민요를 일컫는다. 그가 토속민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시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항상 흥얼거리시던 그 소리가 마음 속 깊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충북민요보존회는 매년 충북민요발표회를 통해 나무하면서 부른 나무꾼 소리, 증평 아리랑, 상여소리, 물레 돌리고 바느질하는 소리 등 다채로운 토속민요들을 선보이면서 국악계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지난 2006년부터 증평들노래축제를 통해 창작 창극을 선보이고 있다. 토속민요에 희로애락을 담아 극으로 구성한 '아리랑 고개의 애환'이란 창극이다. 이 창극은 해마다 그가 직접 제작 발표해 국악인들로부터 찬사를 받기도 했다.
토속민요를 담은 그의 음반도 꾸준하게 발표됐다. '삶의 애환이 담긴 뿌리 속 우리의 향토소리'라는 제목의 이 음반들은 벌써 4집까지 발매됐다. 이 음반들은 순수 우리 소리에 대한 채록으로 그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그는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이 지난 2012년 4월에 증평의 애환이 담긴 향토토속민요를 소장하게 됐다”며 “그 일로 인해 소장기념공연을 한 것이 가장 뿌듯해 지금도 잊혀 지지 않아요. 우리 소리를 보존하는데 일조했다는 생각에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움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것에 그리고 잊혀 진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늘 가까이 다가서려는 노력이 우리 전통을 지키는 길”이라며 “앞으로도 더 많은 토속민요를 발굴해 사라져가는 소리들을 담아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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