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읍 장동1리 동계
증평읍 장동1리 동계
  • 이승훈
  • 승인 2014.04.11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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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울고 웃어온 60년 생활공동체



적십자회비 완납 14년 동안 도내 1위
주민들 힘모아 아름다운 마을 조성

▲ 장동1리 주민 대표들이 지난 2월 도내에서 가장 먼저 적십자 회비를 완납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석봉 이장, 정순필 동계장, 성영용 적십자 충북회장 성순규 전 노인회장)
▲ 장동1리 주민 대표들이 지난 2월 도내에서 가장 먼저 적십자 회비를 완납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석봉 이장, 정순필 동계장, 성영용 적십자 충북회장 성순규 전 노인회장)


동계(洞契). 마을의 공동재산을 관리하고, 품앗이나 마을의 공동작업, 상호부조 등을 행하는 마을사람들의 자조모임이다. 계원들에게서 얼마씩 갹출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을의 대소사를 관장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모임인 동계. 이름조차 잊혀져가는 데도 그 맥을 이어오고 있는 증평읍 장동1리 동계를 찾았다.

주민들이 공동으로 기금 염출
생전에 한약방을 운영하던 초대 동계장 고 이한성 씨(1910~2001). 6·25전쟁의 여파로 모두가 굶주림에 허덕이던 그 시절. 그는 가난한 이웃들의 병을 구환하고 환자가 죽은 후에는 묏자리까지 잡아주는 등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했다. 그의 선행에 감복한 마을사람들도 동참했고, 마침내 마을사람 전체가 나서서 생활이 어려운 이웃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뜻 깊은' 협동조직이 바로 장동1리 계(契)모임이다.

이 동계는 가구 별로 쌀 두 말씩을 걷는 방식으로 마을 모든 가구가 참여했다. 이 쌀을 불려 마을의 어려운 이웃을 돕고, 마을의 경조사나 공동경비로 사용했다.

정순필 동계장은 “당시 장동리도 그리 잘 사는 마을이 아니었다. 모두가 배고팠던 시절이었지만 인정만은 가득했다”고 말했다.

이웃과 웃음을 나눴고, 같이 아파하기도 하며 60여 년의 세월을 함께 했다.

▲ 증평읍 장동1리 주민들이 마을 유래비 옆 쉼터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을 위한 경로위안잔치를 벌이고 있다.
▲ 증평읍 장동1리 주민들이 마을 유래비 옆 쉼터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마을 어르신을 위한 경로위안잔치를 벌이고 있다.

적십자회비 납부 도내 1위
장동1리 마을은 어느 마을보다도 인정이 가득하고 이웃 간 화목이 넘친다. 적십자 회비를 14년째 도내에서 가장 먼저 완납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이색기록은 지난 2001년 이장에 당선돼 14년 동안 마을 살림꾼을 자처하고 있는 안석봉 이장이 동계에 제안하면서 이뤄진 일이다.

먼저 동계에서 조성해 놓은 마을기금으로 미리 주민의 적십자 회비를 선납하고 나중에 안 이장이 가가호호를 방문해 적십자 회비를 걷는다.

“적십자회비는 큰 어려움에 봉착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동계의 취지와 같으니 도와달라고 설득 했죠.”

안 이장은 “동계에서 흔쾌히 동의해줘 마을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효자·효부·선행자 선정해 표창
장동1리는 주민들과 동계가 일치단결해 마을 일들을 꾸려나가고 있다. '우리 마을은 우리가 가꾼다'는 마음으로 마을안길과 골목길 청소, 화단 가꾸기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대청소를 마치고 나면 마을쉼터에서 삼계탕 등으로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등 주민화합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매년 1월 15일에는 '대동계'를 연다. 이날에는 모든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모여 지난해 결산을 의결하고 효자·효부·선행자를 선정해 표창하고 있다. 마을의 전통을 보존함과 동시에 고유한 미풍양속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고픈 마음에서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매년 마을 어르신들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열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안 이장은 “이렇게 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는 마을은 찾기 힘들 것”이라며 “동계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주민들과의 화합이 잘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도 모범마을의 명성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도로 150m 신설 눈 앞
주민들은 동계를 중심으로 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의 결실이 보수공업사~천사마트 간 150m 구간 소방도로 신설이다. 마을로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마을안길뿐이라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이에 동계에서는 관계기관에 소방도로를 신설해 줄 것을 요청,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 놓고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군의원과 함께 엽연초조합 건물을 마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을 설득하고 있는 중이며, 경로당 신축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장동1리 동계는 현재 150여 가구 가운데 60여 가구가 참여하고 있다. 마을의 전 가구가 참여했던 동계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많이 줄었다.

정 동계장은 “젊은 사람들은 마을에 대한 애착이 별로 없다”며 “동계원들이 고령이라 걱정”이라고 아쉬워했다.





미/니/인/터/뷰

정 순 필   동계장
정 순 필 동계장
“인정 넘치는 마을전통 계승”
“항상 인정이 넘치고 웃음이 가득한 증평의 모범마을 명성을 이어가겠다.”

올해 동계장에 임명된 정순필 씨는 후덕함으로 마을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정 동계장은 “60여 년이란 기나긴 세월 속에 우리 동계는 장동1리 마을을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마을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계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좀 더 이웃 간의 정을 주고받으며 동계원을 확충하는데 주력할 생각”이라며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대한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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