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범 괴산군고추생산자협의회장
서인범 괴산군고추생산자협의회장
  • 신도성
  • 승인 2013.11.2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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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도자 대상 받은 고추생산 ‘달인’


▲ 서인범 회장은 우리나라 고추재배기술 향상을 이끌어왔다. 뒤로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그의 고추재배시설이다.
▲ 서인범 회장은 우리나라 고추재배기술 향상을 이끌어왔다. 뒤로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그의 고추재배시설이다.


고추시설재배에 유기액비 국내 최초 사용
소비자 의견 반영'꼭지 없는 고추' 고안

눈발이 흩날리는 초겨울 날씨인데도 사리면 시동마을 서인범 씨 댁을 찾았을 때 그는 부인과 함께 절임배추 생산을 위해 배추를 씻느라 정신이 없었다.
“훌륭한 사람 많은데 뭘 여기까지 찾아왔느냐”는 핀잔아닌 핀잔을 듣고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겉모습만 봐서는 흔히 보는 여느 촌부와 다름없다.
부인 신선옥 씨는 “회장님 모자 쓰고, 앞치마 두른 모습 보고 많이 놀라셨죠?”라는 농담을 건네며 호탕하게 웃는다.
보름째 계속되는 일이라 힘들만도 하련만 표정엔 자신감 여유가 넘친다. 인력을 사지도 않고 두 부부가 힘을 합해 배추를 씻는 모습이 행복한 농촌 부부의 표상을 보는 듯 했다.


고추 시설재배 … 억대 수입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에서 한 평생 농사만 지은 농사꾼이다. 그러나 그저 그런 농사꾼은 아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학위증 없는 박사 칭호를 받은 연구하는 사람이고, 고추시설재배로 억대 수입을 올리는 농업경영인이다. 거기다 충청북도 농촌지도자 대상을 받은 농촌지도자다.
괴산군은 전국적인 고추생산지다. 생산량도 그러하거니와 생산기술 또한 전국의 고추생산기술을 견인한다. 그 중심에 고추생산자협의회장인 그가 있다.
그는 수년전부터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고추재배로 노지재배가 전부이던 고추생산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그가 생산하는 시설재배 단위면적당 고추생산량은 노지재배의 2배에 이른다. 그는 괴산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연구해 고추시설재배에 유기액비를 국내 최초로 사용했고, 유황을 이용한 고추 역병방제 방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또한 고추 윤작체계를 확립해 지력유지와 고추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또한 친환경농법을 선도적으로 실천하여 충청북도 우수농특산물 품질인증을 받았다.

우수 농·특산물 품질 인증
“비닐하우스 고추 재배는 생산성이 노지재배보다 2배 이상 높습니다. 그리고 병해충 피해와 농약 사용량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습니다.”
그는 시설 고추재배는 기온 변화에 영향받지 않아 안정적인 수확량 확보가 가능하고, 고품질 고추 생산, 출하기간 연장 등을 통해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남다른 연구열은 '꼭지 없는 고추'에서 절정을 맞는다. 괴산군 사리면고추작목반장을 맡고 있던 그는 고추대에서 고추를 딸 때 꼭지를 남겨 두고 수확하는 방법을 최초로 고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는 고추생산에 있어 비중이 큰 노동력을 30% 정도 절감시킨 획기적인 방법이었고, 고추세척시 더 깨끗하게 씻겨 고춧가루 품질 향상에도 기여하는 일이었다.
그는 '주부들이 마른 고추 구입 후 꼭지를 제거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다'는 소비자 의견을 반영, 이같은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2010년 괴산고추축제에서 처음 선보인 '꼭지 없는 마른 고추'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매스컴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고안한 이 고추수확 방법은 현재는 괴산군 고추재배농가 대부분이 활용,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이를테면 고추생산과정을 한 단계 줄인거지요. 또한 꼭지째 딸 때 고추대에 가하는 충격을 줄일 수 있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점은 덤이라고 할까요.”
그는 지역사회에서 '고추박사'로 통한다. 충북고추특화사업단 연구관, 고추산학연협력단 기술전문위원과 고추병해충 예찰단원 등으로 활동할 정도로 고추생산분야에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인물. 고추생산의 달인이다. 아니 장인이란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는 제25회 충청북도 농촌지도자대회에서 농촌지도자 대상을 받았다.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하고 봉사활동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해 지역주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점이 평가됐다. 도시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활성화하고 사리효문화축제 위원장으로 행사를 잘 이끌어 왔다. 또한 강소농 실현을 위한 농업의 선도적 역할도 충실히 수행한 점도 높이 평가 받았다. 현재 사리면 농촌지도자회장과 농업인단체협의회장, 사리면 수암리 이장직을 맡고 있다.

“풍년 시름 안타깝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많은 상과 표창을 받았다. 고추생산 최우수 작목반장에 선정되어 농협조합장 표창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고추 명품화에 기여한 공로로 괴산군수 표창, 지역농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충청북도지사 표창, 기술 전수에 기여한 공로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표창 등을 받았다.
서 회장은 농촌지도자답게 “고추농사가 풍년이 들어도 시름이 깊어지는 농촌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오죽하면 괴산군의회에서 고추의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겠냐면서 “정부 영농정책이 땜질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괴산군의 고추재배 면적도 감소했고, 가격도 폭락해 괴산 고추 명성 유지에 그림자가 드리웠어요.” 그의 걱정이 우리농촌 현실을 대변하는 한마디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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