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순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장
나영순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장
  • 임현숙
  • 승인 2013.11.0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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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 사랑을 노래하는 ‘쥐코밥상’ 시인

▲ 가을은 모두를 시인으로 만든다는 나영순 씨, 1인 1책 펴내기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 가을은 모두를 시인으로 만든다는 나영순 씨, 1인 1책 펴내기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시인과 수필가는 글로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다. 시인은 느낌에 멋을 더하고 수필가는 현실에 적응한다. 같은 시간대에 시인과 수필가로 동시에 등단한 작가가 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의외로 독서지도사로 불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문인 나영순(51).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장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시와 수필이 동시에 당선되다
“저는 글을 쓰지만 사람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하루에 15분씩 책을 읽으면 40년 후에는 1000권의 책을 읽게 되고 1000권의 독서량은 대학을 5번 졸업한 것과 같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너무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열에 아홉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일상이 돼버렸다. 오죽하면 서점이 동네에서 문을 닫고 직접 책 한 권 구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겠는가.
“아직 우리나라에 논술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1995년에 프랜차이즈 논술학원을 열고 20여 년을 업(業)으로 삼았습니다. 대학시절(청주대 국어국문학)에 습작물이 많지만 삶이 바빠 등단은 바람일 뿐이었고 오랜 시간 독서·글쓰기·논술을 지도하면서 나름 등단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그때 습작한 것을 다듬어 2006년 시(참여문학)와 수필(문예한국)을 올렸는데 우연하게 두 작품이 동시에 당선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동안 벌여놓은 독서지도자, 글바구니 도서관장, 청주 기적의 도서관 건립위원, 독서·논술강의, 글쓰기 강사, 문학교실 강의 등의 바쁜 일상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 문학활동을 했다.
더욱이 인생이 어느 돌부리에 걸려 어디로 튈지 누가 알겠는가.
“한참 바쁘게 일이 돌아가던 지난 2008년, 남편과 나들이 중에 우연히 들르게 된 증평이라는 도시가 잠자고 있던 시상(詩想)을 건드린 겁니다. 사고를 쳤죠. 그 자리에서 바로 아파트를 계약하고 이곳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지난 2009년 한국문인협회 증평지부에 가입하고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 이듬해에 청원우수예술인상을 받고 2012년에는 문인협회증평지부의 수장이 됐다. 숨죽이고 있었던 그녀의 시상이 봇물 터지듯 발현되면서 그해에 첫 시집 '쥐코밥상'(월간문학)을 출간했다.

계절 속에 녹아든 사랑, 쥐코밥상
쥐코밥상은 밥 한 그릇에 한두 가지 반찬을 곁들인 아주 소박하고 정성어린 조촐한 밥상을 말한다.
“준비돼 있던 254편에서 74편의 시를 추려서 사랑을 반찬삼아 조촐한 밥상을 차렸어요. 마침 친정아버지께서 74세가 되시던 해였는데 봄부터 겨울까지 사계절 철철이 바뀌는 자연과 그 현상을 사랑에 빗대어 표현했습니다.”
시집에서 가장 애정을 느끼는 '부모'는 타이틀 시로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의 메시지다.
1녀 2남 중 장녀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나영순 시인.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아름다운 노래로 감사드리며 재능기부를 통해 독서지도사, 한국어 지도사, 아동상담사, 사회복지사로, 증평군 공무원 문학동아리 우리말 사랑 문학강사로도 활동했으며 증평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도서관, 아동센터, 청소년수련관 등에서 강사로서 꿈과 희망을 실어 나르고 있는 중이다.

산문 시, 시조 계획 중
속자는 말하길 50대는 비로소 어릴 적 희망했던 자신의 꿈으로 돌아가는 나이라고 한다. 지난 30년의 삶이 생활을 위해 꿈을 접고 방황하던 시절이라면 두렵고 아쉬움에 가슴 졸이던 머어언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이 잊었던 꿈을 시도해 보는 시기다.
나영순 시인은 최근 시 쓰는 작업이 더욱 왕성해졌다고 한다.
“하루에 한 편 이상씩 시상이 떠오릅니다. 쥐코밥상 출간 후 200여 편의 시를 쓰게 됐어요. 게다가 시의 작법도 달라지고 있어요. 시를 본 지인 분들이 산문 속에 시가 있다고 해요. 생활 속에서 느끼는 일들을 일기형태나 산문으로 표현하는 기법으로 이것은 제2의 쥐코밥상 시집으로 만들어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내년에는 현재 구상중인 산문시를 정리해서 본격적인 쥐코밥상 시인으로 활동함은 물론, 추후에는 시조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협회 또한 지금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막바지 활동이 한창이다.
군(郡)의 문화디자인 프로젝트사업에 편승해 증평군민의 문화 이해를 돕고 볼거리와 느낄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지원활동으로 지난 6월부터 증평 전역에서 30여 명 협회 회원들과 백곡 김득신의 시화 등 약 50여 점의 작품이 순회 전시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회원전이 계획돼 있고 오는 10일까지는 청주 충북문화관(구, 도지사 관사)에서 증평군 문화의 달을 맞이해 지역의 우수한 문화예술을 충북과 전국에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명함 뒤를 가득 메우고 있는 직함들은 그녀의 지나온 세월을 보여준다. 통념적으로 떠오르는 시인의 가녀림과 수줍음보다는 당당하고 도도하며 단정함이 느껴진다. 주변과 타인에게는 한없는 이해와 부드러움으로 다가서지만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강하게 일을 추진하는 나 지부장. 시인이라고 불리지만 수필가로서의 등단도 이제야 이해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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