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호 씨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박인호 씨 괴산군농업기술센터
  • 신도성
  • 승인 2013.09.0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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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주년 기념 나무에 까치둥지 옮긴 공무원
▲ 박인호 씨가 까치둥지를 살펴보고 있다. 느티나무는 군 나무이고, 까치는 군 새. 아주 잘 어우러진 조합이다.
▲ 박인호 씨가 까치둥지를 살펴보고 있다. 느티나무는 군 나무이고, 까치는 군 새. 아주 잘 어우러진 조합이다.


자비 들여 까치박제 구해 … 선산에서 방치된 까치집 옮겨와
까치 일가족 네 마리가 제대로 포즈 취하고 있는 모습 연출

괴산군은 오는 10월에 열리는 군 탄생 600 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분주하다.
여러가지 행사도 기획하고 있고,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등 기념사업도 준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기념식수 사업이다. 그래서 괴산군청 마당에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를 심어 놓았다.
그런데 이 노거수에 까치가 둥지를 틀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까치 일가족 네 마리가 제대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 새끼 두 마리는 둥지 안에 앉아 있고, 암놈은 새끼들을 돌보는 중이고, 숫놈은 먹이 사냥 비행을 마치고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모습이다.

괴산군청 마당에 심은 수령 300년의 느티나무
살짝 놀랄만한 사실은 까치와 까치집이 전문가에 의해 설치된 것이 아니라, 괴산군 기능직 공무원의 자발적인 아이디어와 손재주로 설치됐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농업기술센터 기술지원과에 근무하는 박인호(54) 씨.
“괴산군 탄생 60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고 해서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새로 옮겨 심은 느티나무에 까치집을 설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우람했을 느티나무는 옮겨 심는 바람에 밑둥만 심겨져 보기에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는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었다. 무언가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텔링을 염두에 두었다. 군을 사랑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까치집은 그의 감물면 선산 은행나무에 방치돼 있던 것을 옮겨왔다.
“까치집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 철사로 망을 떠서 옮겼습니다.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원형을 보존해서 내리기가 많이 힘들었습니다. 아찔한 순간을 겪기도 했구요”
2년 이상 방치된 것이라서 보수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른 곳의 까치집을 하나 더 구해다가 보수작업을 벌였다.
그리고 나서 청주 동물박제업체에서 사비를 들여 까치 4마리를 구입했다. 박제 업체 주인이 '조류 박제를 실외에 설치하겠다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며 의아해하더라는 것.
일주일 동안 새벽에 출근해서 설치작업을 벌였다. 위치선정도 직접했다.

'군 사랑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아이디어 구상
느티나무는 괴산군 상징 나무이고, 까치는 괴산군 상징 새다. 아주 잘 어우러진 조합인 것이다.
“군 생일잔치 기념에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는 “군수님께서도 군민들께 좋은 이야기 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고 칭찬해 주셨다”고 자랑했다.
“눈비를 맞으면 까치 박제가 상할까 걱정이 큽니다. 오래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볼 작정입니다”
요즘도 출근길에 매일 한번씩 까치집을 살핀다. 마치 살아있는 까치를 돌보는 심정으로…
그는 가방에 까치집 재료와 연장을 넣고 다닌다. 언제든 필요하면 까치집 리모델링을 하기위해서다.
그 열정이 유별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청을 찾는 주민들이 친근감을 느끼시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잠깐이나마 미소를 떠올릴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까치는 예로부터 설화 등에 자주 등장하는 친숙한 새이고, 까치 소리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길조로 여겨 함부로 잡거나 해치지 않았다. 요즘은 개체수가 늘어 과수농가에 피해를 주기는 하지만….
“까치집을 설치하면서 과수농가에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길조라지만 까치로 인한 과수 피해가 만만치 않거든요”

“괴산군에 반가운 소식, 기쁜 뉴스만 전해졌으면…”
그는 괴산군 감물면 광전리가 고향으로 1990년 운전 기능직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늘 부지런했고, 궂은일은 솔선수범했다. 어렸을 적부터 손재주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그다.
그의 고향 사랑은 남다르다.
산막이옛길 포돌이 포순이 상징물 사이에 쪽두리꽃 화분을 갖다 놓고 관리하고 있다.
1주에 2번 출근 전 새벽에 들러 물을 주어가며 관리하고 있다. 그 꽃은 씨를 받아서 직접 기른 것이다.
그는 괴산군민 모두가 내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괴산군에 청춘을 묻었지만, 저는 군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6급 지방운전장이다.
김희수 부군수는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은 공직자로서 바람직한 자세”라고 말하고, “까치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고 하는데, 늘 괴산군에 반가운 소식, 기쁜 뉴스만 전해졌으면 좋겠다”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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