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숙연 대광의료재단 이사장
나숙연 대광의료재단 이사장
  • 신도성
  • 승인 2013.07.30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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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3역 거뜬히 해내는 ‘백의의 천사’

▲ '정직함'은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를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는 나숙연 이사장.


재단이사장·간호과장·노인환자에겐 '딸'
“감동 드리는 '따뜻한 병원' 만들고 싶어요”


햇살 화창한 어느 봄 날, 한 여대생이 진지한 표정으로 선서를 한다.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 것이며, …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대 학생들이 경험하는 나이팅게일 선서다. 촛불 들고 선서한 날씬하고 지적인 그 여학생 이름은 나숙연. 25년 전 쯤의 일이다. 지금 그 여대생은 의료재단 이사장이 되어 있다. 당시의 다짐을 퇴색시키지 않은 채 현장을 누비는 간호과장 명찰을 달고.
의사들에게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있다면, 간호사들에게는 나이팅게일 선서가 있다. 가슴에 새기며 읽어 내려가면, 사명감으로 벅차오르게 한다는 나이팅게일 선서. 자신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같은'나이팅게일 정신'을 이어받기 위한 다짐의 자리다.

◆ 나이팅게일 선서 감동 간직

그 때의 그 다짐이 지금까지도 현장을 누비게 한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의료재단 이사장'의로서의 사명감과 '간호의료인'의 가치관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일 것이다.
어린 시절, 가슴속에 '베품'에 대한 씨앗을 간직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늘 남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셨어요. 불쌍한 사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셨어요.”
그런 모습은 그에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자연스럽게 가슴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는 '내가 가진 것'을 베푸는 삶을 살리라 다짐한다.
순수하고 예쁜 마음가짐이었다.
그때의 다짐은 대학진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그는 '간호'를 택한다. 조선대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 후에는 곧바로 서울의 종합병원에 취업했다.
국립의료원에서 마취전문 간호사 자격도 취득했다.

◆ 마취전문 간호사 자격 취득
그는 나이팅게일 선서를 잊지 못한다. 아니 지금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그것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간호사를 주사나 놓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환자를 볼 때면 안타깝다”며 "간호사에게 감동적인 선물은 '고맙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고 일러준다.
이런 그의 친절한 설명은 후배 간호사들을 위한 배려로 비쳐진다. 환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하는 의미로 들렸다.

◆ “환자들이 간호과장 먼저 찾아”
그는 부군인 김종성 괴산삼성병원 원장과 천안에서 병원을 운영했었다. 남편은 30대 초반부터 병원을 경영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문 경영인이다. 그래서 의료와 경영의 조화로운 조합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문 닫은 병원을 인수해 4년 만에 의사 9명, 직원 90명에 병상가동률 100%에 육박하는 수준급 지방병원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역할분담이 큰 힘이 된 터다.
김종성 원장은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간호과장 먼저 찾는다”며 웃었다. 그 웃음에는 자부심과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어 보였다.
병원을 찾은 김경옥 할머니는 “얼마나 잘 해 주는지. 손도 잡아주고 말도 예쁘게 하고….
딸 같은 걸”이라며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괴산삼성병원에서 수간호사로 있는 지혜경 씨는 " 전혀 티를 내시는 분이 아니세요. 진정성을 갖고 환자를 대하는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 “어르신들께 딸이 돼 드리자”
괴산에 자리 잡은 그는 노인환자가 대부분인 것에 대해 고민을 했다. 고생해서 키운 자식 도시로 내보내고 홀로 사는 어르신들. 그 분들이 병원을 찾으실 때만이라도 딸이 돼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환자를 부모처럼' 이 다짐은 활동지침이 됐다. 그래서 호칭도 '할머니' '할아버지'에서 '어머님' '아버님'으로 바꿨다.
“어르신들께 다정다감하게 말을 건네면 그렇게 좋아하세요. 외로우셔서 그럴 거예요.”
그는 “애정을 갖고 진심으로 대해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마취전문 간호사가 아니라 이제는 노인전문 간호사가 되었다”며 “노인인구가 30%에 달하는 지역 특성상 노인에 대한 치료와 간호에 전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 “정직은 행복의 필요조건”

나 이사장은 말도 많지 않고 행동도 절제돼 있다.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 그래도 지역주민과 동고동락하기 위해 행사장에 가끔 참석한다.
“지역 주민들의 좋은 말씀도 듣고 분위기 파악도 하고 …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는 '정직'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거짓 속에서 행복을 찾는 일은 얼음판에서 새싹이 돋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속과 겉이 다른 인간이 많은 세상, 민들레 홀씨 처럼 '정직'의 씨앗을 널리 퍼뜨린다면 이 또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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