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균 숲골농원 대표
김태균 숲골농원 대표
  • 신도성
  • 승인 2013.06.1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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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 체험농장 일구는 '뭔가다른' 농군

도라지즙 개발 이어 도라지조청 생산준비
하루 5시간 잠자며 … 낮엔 일 밤엔 연구

김태균 숲골농원 대표가 으뜸백도라지를 살펴보고 있다.
김태균 숲골농원 대표가 으뜸백도라지를 살펴보고 있다.
50대 부부는 뙤약볕 아래서 구슬땀을 흘렸다. '덥다'고 푸념 아닌 하소연을 하지만, 검게 글린 얼굴엔 '이까짓 더위쯤이야'라고 쓰여 있다. 표정은 밝고 활기가 넘친다. 괴산군 문광면 전법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숲골농원' 김태균(50)·최혜진(50) 부부의 모습이다.

둘이서 7만여㎡의 농지에 벼·배추·잡곡·고추·마·옥수수·도라지 등의 농사를 짓지만,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도라지다. 그것도 일반 도라지가 아닌 으뜸백도라지다. 1만㎡의 도라지 밭에는 이들 부부의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으뜸도라지는 지난 2008년부터 충청북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해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 주민에게 보급한 개량 도라지다.

예로부터 도라지는 단백질, 당분, 칼슘, 철분, 무기질 등이 많이 들어 있어 약용으로 이용되어 왔고, 반찬으로도 사용돼 왔다. 한방에서 도라지는 목감기, 기관지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어 약재로 쓰인다. 도라지에 많이 함유된 사포닌 성분이 효능이 있다고 한다. 특히, 민간요법에서는 백도라지의 약효가 더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백색 꽃을 피우는 백도라지는 시장에서도 일반 도라지보다 훨씬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라지 밭' 꿈이 자라는 곳

김태균 숲골농원 대표는 괴산군농업기술센터에서 처음 으뜸도라지 보급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도라지를 재배했다.

“청주에서 사업을 하다 귀향했습니다. 으뜸도라지가 인삼보다 고소득 작물이라는 설명에 도라지 재배에 도전하게 됐죠.”

으뜸도라지가 재래종 도라지에 비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30%이상 많고 고가에 판매할 수 있다는 것과 2년만 재배해도 시장출하가 가능(재래종 도라지는 3년 이상)하다는 농업기술센터의 설명을 듣고 결심하게 된 것.

“첫해 시범적으로 심었는데, 완전히 망쳤습니다. 발아가 제대로 안 돼서 전부 갈아엎었지요. 그런데 그 다음해 밭갈이를 하는데 도라지 몇 뿌리가 보이는 겁니다. 처음에는 인삼인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는 인삼을 닮은 도라지가 재래종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해 포기했던 마음을 바꿔 재도전을 했다.

◆으뜸도라지 인삼보다 고소득

그는 농업기술센터를 안방 드나들듯 해서 다음해에 성공을 했다. 발아, 제초, 병충해 방제 등 이제는 실패할 일이 없다고 했다. 첫해 500㎡의 면적에 재배를 시작해 1년에 두 배씩 재배면적을 넓혀 올해 1만여㎡의 밭에 도라지를 키우고 있다.

그의 도전은 도라지 재배에 머물지 않았다. 부인과 머리를 맞대고, 도라지 가공품을 개발한 것. “생도라지는 보관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불안했습니다. 일단 그늘에서 건조를 시켰습니다. 농업기술원의 자문을 받아 도라지즙을 만들었지요.”

괴산군생활개선회 부회장이기도 한 부인 최 씨는 도라지즙 개발동기가 아주 순수(?)했다고 했다. “저희가 절임배추를 3000박스 정도 만들거든요. 절임배추 단골고객들에게 성의 표시하려고 만들었던 거예요.”

◆도라지즙 스님들도 주문 요청

300여명에 달하는 단골고객에게 절임배추를 보내면서 “저희가 직접 재배해서 만든 도라지즙입니다. '동의보감에 기침감기에 좋다'고 나와 있네요. 정성껏 만든 것이니 드셔보세요.”라고 편지를 써서 20봉씩 보냈다. 그런데 얼마 후 도라지즙을 먹어본 고객들에게서 '돈을 주고 살 테니 더 보내 달라'는 전화를 수십 통 받게 됐다.

“아이에게 먹였더니 겨울철에 감기가 안 걸리더라.“ ”교사인데 확실히 효과가 있더라.“ 라는 반응이 왔다. 그는 거기서 자신감을 얻어 도라지즙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게 됐다. 최 씨는 ”요즘은 스님들에게서 판매요청이 많다“며 ”불교신문에 백도라지즙 제품광고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으뜸 백도라지는 재래종 도라지와 비교해 굵고 수분함량이 훨씬 더 많으며 향이 부드럽다. 그래서 으뜸 백도라지즙은 도라지 특유의 아리고 쓴 뒷맛이 적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 배즙 등을 첨가하면 편하게 마실 수 있다.

◆도라지는 버릴 것이 없어

마을 주민들과 단골고객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마케팅에서 도라지조청은 도라지즙보다 반응이 더 좋았다. 아직 도라지 생산량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해 도라지조청 대량생산은 뒤로 미뤄놓았다. 생산량만 뒷받침되면 판로는 걱정 안한다고 했다. 마케팅의 힘이고 직거래의 힘이다. 아니, 정성의 힘이고 단골의 힘일 것이다.

숲골농원은 생도라지도 1kg에 1만 5000원씩 판매했다. 재래종도라지보다 몇 배 이상의 가격이다. 즙을 판매하면 소득은 더 증가한다.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라서 당연한 것.

“도라지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요. 뿌리는 약용과 식용으로 쓰이고, 꽃은 꽃꽂이용으로 팔리고, 순은 장아찌를 담그거든요. 그리고 차 연구하시는 분이 도라지꽃차를 개발해보자고 해서 연구 중입니다.”

◆도라지조청 성공 가능성 높아

아내의 설명을 듣고 있던 김 대표는 한술 더 뜬다. “단골고객을 초청해 이런 모든 활동을 체험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6월말쯤 1만㎡ 규모의 밭에 도라지꽃이 피면 그 자체로 장관을 이룰 겁니다. 방송 탈지도 모르지요. 아름다울 테니까…“

전법마을에서 매년 열리는 '느티나무 음악회'를 기획한 그이기에 '못 할 것도 없겠다' 싶었다. '그때 꼭 다시 찾아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군에서 특화작목으로 육성하고 있으니까 생산량이 늘면 특산품으로 개발이 가능할 겁니다. 특히 도라지조청은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그는 워낙 농사일이 많다 보니 한가한 시간이 없다. 겨울에도 쉬는 날이 없다. 낮에 들에 나가 일하고 밤에 연구하고 실험한다. 부부가 함께…. 하루 5시간 이상 잠을 자본적이 없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몸은 고달픈지 모르겠지만 '행복지수'는 참 높아 보였다. 농촌의 진정한 발전을 이끄는 박수 받아야 할 사람들이란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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