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만수 충북인삼농협 조합장
최만수 충북인삼농협 조합장
  • 신도성
  • 승인 2013.04.09 2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밭지킴이에서 3선조합장으로 변신한 ‘작은 거인’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한다는 최만수 조합장은 '섬김의 리더십'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직원들에게 먼저 인사한다는 최만수 조합장은
충북인삼농협이 전국 12개 인삼농협 중에서 최고 반열에 오른 것은 최만수(60) 조합장 덕분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는 지난 임기 동안 조합자산을 500억원애서 2000억원으로 4배를 늘렸고, 당기순이익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바꿔 놓았다. 전국에 60여개의 매장을 설치했으며, 전국 농협 최초로 우수건강기능식품제조기준(GMP)인증 공장도 건립했다. 부실채권을 감축시켜 '클린뱅크' 지정을 받았고, 조합 청사도 신축해 이전했다. 자체 브랜드 '삼누리'를 출시했고, 인삼판매장을 열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직원 근무여건과 복지수준도 정상급으로 끌어 올렸다. 겸손하고 부지런한 그의 성품에 열정이 더해져 얻어진 값진 결실이다. 생산부터 유통까지 충북을 인삼의 메카로 성장시킨 3선 조합장을 만났다.

◆학력의 벽 무너뜨리고 당선
학력과 스펙이 중시되는 요즘 세태에 그의 성공은 '인간 극장'의 소재가 될 만하다. 3년 동안 쌀밥 한번 먹어보지 못한 '삼밭지킴이'소년에서 전국 최우수 인삼 조합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과정을 알고 나면 그렇게 느껴진다. 도 단위 조합장인 그의 최종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제가 4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할머니 손에서 자랐죠. 공부에 뜻은 있었지만, 그 뜻을 접어야 했습니다. 꿈에 그리던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수업료를 대지 못해 두 달 만에 그만뒀지요"

그는 생존을 위해 삼밭관리인으로 취업했다. 월급은 쌀 한가마니. 그렇게 3년간을 본의 아니게 중학교 대신 산속 삼밭에서 살았다. 결과적으로 그때의 삼과 인연이 오늘의 최만수를 있게 한 것이다. 3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은 종자돈이 되었고, 큰형과 함께 인삼농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인삼농사를 시작한 스무 살 청년은 30여년 후 13만여㎡의 인삼밭 주인이 됐고, 전국 굴지의 인삼조합장이 됐다.

“음성에서 인삼농사를 지으며, 인삼농협 대의원으로 오랫동안 일했습니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니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주위의 권고도 있고 해서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1년 반 동안 도내 4000여 인삼 농가를 거의 다 찾아갔습니다. 피로회복제 한 상자 들고 가서 인삼재배기술도 전해드리고 조합의 개혁 필요성도 역설하고…“

그는 철옹성 같은 학력의 벽을 허물고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그의 성품과 부지런함 그리고 정의감이 조합원들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당선된 후 조합을 개혁했다. 조합임원 4명과 직원 등 7명을 옷 벗게 했다. 무사안일이 몸에 밴 조직문화를 뜯어고쳤다. 발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다. 경찰서에 진정서가 접수돼 검찰조사 까지 받았다. 심지어 가택수색까지 당했다. 그러나 부정행위는 한건도 발견되지 않았고,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마음고생이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 자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가족들에게 까지 정신적 피해를 끼쳤으니 말입니다. 그 덕분에 저에 대한 음해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게기가 되긴 했지만…. 경찰청 수사과장이 그러더군요. '많은 사람 수사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그러면서 '저를 보고 존경스럽다'는 거예요. 허허“

웃음으로 넘기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에서 회한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면서 '학력의 벽이 그렇게 높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학력으로 인해 인간적으로 무시당한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간 품성이나 노력, 열정 등 이전에 이력서의 학력으로 평가되는 세태를 원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장관 청문회를 하면 제대로 깨끗하게 살아온 사회지도층이 '가물에 콩 나듯'한 세상에 최만수 조합장을 보면서 대단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온화한 성품 뒤에 숨은 강단과 리더로서의 자질을 읽을 수 있었다. '작은 거인'이 어울릴 듯 했다.

◆인삼 농약잔류 '제로화' 추진
한국인삼생산자협의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조합장은 2가지를 당면 과제로 들었다. 농약잔류 문제와 자조금 거출문제다.
"잔류농약이 허용기준 보다 높은 곳이 전체의 2% 정도 된다“며 ”올해 안으로 이 수치를 제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합에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과 '인삼안전관리 업무협약'을 맺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매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인삼 캐기 전에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잔류농약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면 수매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자조금 거출기준을 경작면적으로 하면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거출비율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면서 “ 현행 인삼산업법에서 인삼 경작신고를 임의규정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인삼자조금은 임의자조금 형태로 연간 6억 원대 규모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의무자조금으로 바꾸면 45억 원대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충북인삼농협은 증평읍 신용사업사무소를 비롯해 괴산사무소, 청산사무소, 음성지점, 금왕지소, 영동지소, 미원지소 등을 두고 있다. 전문인삼판매장 4개와 가공공장(고려인삼창)을 갖고 있다. 지난해는 7억여 원의 당기순이익을 발생시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수매가를 평균 17%를 인상하고 585t, 213억 원 어치의 인삼을 수매해 조합원 소득증대에 기여했다.

고려인삼창은 조합원으로부터 수매한 인삼으로 홍삼, 백삼,, 홍삼농축액, 홍삼절편, 홍삼음료 등 166억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증평 인삼판매장은 하루 100여명이 이용하는 중부권 최고의 인삼유통센터로 자리 잡았다. 하루 평균 매출액은 1300만원에 달한다. 이러한 성과는 6년근·5년근·4년근 수삼을 구분판매하고 판매장에 수삼연근확인서를 게시, 소비자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다.

◆“임기 마치면 인삼밭에 간다”
그는 지난 1월 3선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임기동안 조합을 이끌면서 발휘한 능력과 조합원들과 쌓아온 신뢰가 증명된 셈이다. 선거인 수 2596명 중 76%인 2037명이 투표했고, 이 가운데 818표(40%)를 얻어 당선되었다. 임기는 전국 동시선거로 치르는 2015년 3월까지다.

"저는 임기 마치면 미련 없이 인삼밭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때까지는 농민이 힘들게 키운 농산물 제값 받을 수 있게, 그리고 소비자들이 안전한 농산물 먹을 수 있게 노력할 겁니다.” “농민이 힘들면 수수료 없이 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그런 기본적인 농협 정신을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그는 '유능한 심부름꾼'이었다. /신도성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