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보름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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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도성
  • 승인 2013.03.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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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유기농 먹을거리 공급하는 마을기업

'두레' 정신 살려 협업공동체 조직
성장거듭 올해 수출 목표 30억원
바이어 시골집에 초대 우의 다져

'품앗이'나 '두레'는 요즘 농촌에서도 듣기 힘든 말이다. 협력을 통해 일손부족을 해결하고 상부상조하던 공동체 문화의 결정체였다. 요즘 '마을기업'이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사라져 가는 공동체 문화를 되살리고 있다.

마을기업은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단위의 기업'을 의미한다. 이른바 '풀뿌리기업'이다. 주민들이 이런 '마을기업'에 참여, 서로의 뜻을 한데모아 경제적 활로를 찾기 위한 탈출구를 찾을 수 있다면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건강한 마을공동체를 회복시켜나가는 구심점 역할도 함께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괴산군 불정면 네보름마을에 있는 네보름영농조합법인 전경. 전통식품 생산라인 공사가 한창이다.
괴산군 불정면 네보름마을에 있는 네보름영농조합법인 전경. 전통식품 생산라인 공사가 한창이다.

◆8농가 참여 배추작목반이 시발

괴산 불정에 우리나라 마을기업 중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힐 수 있는 성공적인 마을기업이 있다. 김병석(50) 씨가 대표로 있는 네보름영농조합법인이다.

'네보름'은 5년전 사현마을 이장이던 김 씨가 8농가를 모아 배추작목반을 만들면서 태동됐다. 평범하던 작목반이 성공적인 마을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도회지에서 사업경험을 지닌 김 씨의 승부사 기질과 역발상 덕분이었다.

“몇해 전 배추값이 폭락해 김장배추를 밭에서 그냥 버리는 사태가 일어났어요. 공급과잉이 문제였지요. 국내에서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해외로 눈을 돌렸지요. 버려질 배추를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수출을 해보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는 사업할 당시 알고 지내던 지인의 도움을 받아'버리는 셈 치고' 배추를 절여 특산품인 대학찰옥수수와 함께 컨테이너 한 귀퉁이를 얻어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버려질 뻔했던 배추'가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괴산배추의 진가가 발휘된 것이다. 배추고갱이가 실하고 단맛이 풍부해 한인들의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은 것이다. 그 일이 계기가 돼 지난 2011년 가을 괴산지역에서 생산된 절임배추를 최초로 미국과 캐나다로 수출할 수 있었다.

“괴산배추는 생육기간이 길어 운송기간이 보름 정도 걸려도 품질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고품질 배추를 국산 천일염으로 절인'시골절임배추'는 김장 담그는 수고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던 거지요. 각자 입맛에 맞게 양념을 버무리기만 하면 되니까요.”

절임배추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1000상자, 캐나다에 500상자가 수출되었고, 미국 한남체인을 통해 주로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외국에서 배추 구입과 김장의 어려움, 각자 입맛대로 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절임배추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을 했다.

그 당시 배추 물량이 넘쳐 일부 농가에서 힘들게 기른 배추를 폐기 처분하는 것을 보며 '수출만이 살길'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지속적인 물량을 수출하면서 탄력적인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보관 창고와 저온저장고의 필요성을 느껴 건립을 추진했다. 절임배추 수출은 국내 농가와 미국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보람된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을주민들의 배추 절이는 모습.  올해 절임배추 수출로 10억여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마을주민들의 배추 절이는 모습. 올해 절임배추 수출로 10억여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괴산군 1호 마을기업 선정

“반신반의하면서 시도한 것이 성공하니까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배추뿐만 아니라 괴산 특산품을 수출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김 대표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행정안전부 마을기업 육성사업에도 도전, 당당히 괴산군 1호 마을기업으로 선정됐다. 마을기업이 비록 설립됐다 해도 제대로 굴러가기란 쉽지 않다. 관건은 마케팅. 모든 기업이 그렇듯 마을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는 얼떨결에 얻은 수출인맥 즉, 충주 대하한과와 한남체인 등의 수출업무 관계자들과의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농부의 마음으로 그들을 대해 확고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그들과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되었고, 바이어들을 호텔이 아닌 불정 산골마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이런 그의 소박하지만 진실된 접대(?)는 바이어들에게 괴산의 농산물 품질의 우수성을 자연스럽게 확인시킬 수 있었고, 마음까지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았다.

덕분에 다음해 여름 어렵지 않게 괴산 특산품인 대학찰옥수수와 친환경 잡곡 등 1억 원 당상의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었다. 불정농협을 통해 지역농가로부터 수매해 1160상자의 대학찰옥수수와 잡곡 640상자를 선적했다. 매일 60여명의 지역 주민들이 동원돼 일주일 동안 옥수수껍질 벗기기 작업과 냉동포장 작업을 실시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지난해 농특산물 수출 2억원

그는 지난해 여름 대하한과, 불정농협 관계자등과 힘을 합해 LA 한남체인 매장에서 괴산 특산물 판촉행사를 열기도 했다. 또한 시카고 지역의 한인마트 등을 방문해 인연을 맺고 돌아왔다.

네보름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2500상자의 절임배추를 비롯해 옥수수, 잡곡 등 괴산 특산품 2억 원 어치를 수출했다. 마을기업 선정 2년 만에 이룬 실적이다. 우리나라 마을기업 평균 연간 매출액이 5000만 원에 미치지 못함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더구나 매출액 대부분이 수출로 이룬 것이어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올해도 연풍곶감 3톤을 시카고로 수출했다. 작년 여름 시카고를 방문해 판로를 개척한 덕분이다.

그는 출장과 바이어 초청을 통해 수출루트를 다변화했다. 미국 H마트와 수출협약을 체결했다. 특히 농산물뿐만 아니라 전통가공식품인 장아찌를 대량 수출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H마트는 42개 매장에 연매출 1조 2000억 원에 달하는 미국 굴지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네보름영농조합은 H마트 매장 3곳에 괴산특산품 코너를 운영할 계획이다. 세계유기농엑스포를 기회로 삼아 이 곳을 미국 내 한국 친환경농산물 매장의 상징으로 만들 생각이다. 김 대표는 “영농조합에서 H마트와 협약을 체결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마을주민들의 옥수수의 껍질 벗기기 작업 광경. 올해 옥수수 수출로 3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마을주민들의 옥수수의 껍질 벗기기 작업 광경. 올해 옥수수 수출로 3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시골반찬 생산라인 설치

네보름영농조합은 수출물량을 차질없이 확보하기 위해 작년 가을 3개 마을기업의 탄생을 지원하고, 이들과 상생발전을 위한 상호 협약을 체결했다. 깻잎 장아찌와 들기름 참기름 등을 생산할 '깨가쏟아지는 마을영농조합', 무를 생산해 무말랭이 물김치 등을 생산할 '지우영농조합', 콩을 재배해 된장 간장 등 장류식품을 만들 '무지개영농조합' 등과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달 말이면 현재 공사중인 친환경 시골반찬 생산라인이 완공된다. 해썹(haccp)인증을 받을 200평 규모의 공장이 완공되면 절임배추는 물론이고, 나박김치 무말랭이 시래기 등의 전통 식품도 생산하게 된다. 특히 깻잎 곰취 두릅 버섯 마늘 콩잎 가지 오이 등으로 장아찌를 만들어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신청할 예정이다.

장아찌를 생산, 수출을 추진하게 된 배경도 재미있다. “미국 H마트 구매담당 임원이 우리 집에 머물게 되었죠. 밑반찬으로 쓰는 깻잎장아찌, 곰취장아찌 등을 맛보더니 이걸 상품화할 수 있다면 구매를 하겠다는 겁니다”장아찌 담그는데 일가견이 있는 아내 이연순 씨의 실력을 믿고 '얼마든지 가능하다. 단지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그길로 수출기업생산 현대화시설 자금 2억 원을 지원받아 장아찌 생산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지역주민 10여명의 일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의 청사진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진다. 처음 수출 업무를 도와줬던 대하한과 식품부문을 분리해 합병하고, 에이전트인 고려무역 대표를 이사로 참여시켜 직접 수출이 가능한 기업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수출량도 엄청나고, 매출액도 놀랍다. 절임배추 3만 상자, 대학찰옥수수 1만 5000자루, 잡곡 3t 등을 예상하고 있고, 부가가치가 높은 장아찌 매출도 3억 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산골마을의 마을기업이 3년 만에 이룬 성과라기엔 믿기지 않는 성적표다. 우리나라 성공적인 마을기업의 대표적 본보기가 될 것 같다.



직격 인터뷰

김병석 네보름영농조합법인 대표
김병석 네보름영농조합법인 대표

“결혼이주여성 10여명 일자리 창출”

-단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 비결이 뭔가.
“괴산에 우수농산물이 있고, 군의 적극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지요. 더한다면 발상의 전환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골 살면서 루트를 개척하고 인맥을 관리하기 쉽지 않을텐데.
“농부의 마음으로 대하는 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 정직하게 진심으로 대하는 거지요. 물론 추진력이 뒷받침돼야겠지요.”

-절임배추를 대량생산하게 되면 소금물에 의한 환경문제가 대두될터인데 해결책은.
“염분이 누적되면 토양이나 수질에 문제가 되지요. 군차원 이상의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18t짜리 대형 정화조를 묻었습니다”

-시골이라서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마을 분들은 연세가 드셔서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괴산군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을 고용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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