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열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최병열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이재근
  • 승인 2011.08.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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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 논그림 만드는 ‘행정의 달인’

▲ 최병열 농촌지도사가 문광면 양곡리 양곡저수지 인근 토끼 2마리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을 그린 논에서 포즈를 취했다.
▲ 최병열 농촌지도사가 문광면 양곡리 양곡저수지 인근 토끼 2마리가 떡방아를 찧는 모습을 그린 논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병열(48) 괴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는 관광객과 새들이 좋아하는 논그림을 만드는 행정의 달인이다. 사리면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배운 것이 농사일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도 농학을 전공했다. 대기업에서 시작한 직장생활을 접고 주경야독 끝에 공무원이 된 그가 전국 최초로 유색벼를 이용해 논에 그림을 그리고, 바다가 없는 육지에서 염전을 만드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각고의 노력으로 지역 홍보와 농업발전에 큰 공을 세웠다. 그래서 지난해 말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10 지방행정 달인 지역공간 개선 분야에서 '지방행정의 달인'에 등극했다.

농업인들의 이야기 경청

그는 충북대를 졸업하고 서울의 대기업에서 남부럽지 않는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부친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가업인 농사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처음엔 부인 박혜정(48) 씨의 반대가 심했지만 어머님을 모시고 어려운 농촌을 위해 일해보자고 설득해 농사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낮에는 논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를 해 1996년 농촌지도직 공무원에 합격해 제천시에서 10개월 동안 근무를 했다. 그 후 괴산군농업기술센터로 자리를 옮긴 그는 2005년 5월까지 작물보호업무를 했다. 이어 6년 전부터 기획홍보 업무를 맡고 있다. 올해가 공직생활 16년째라고 한다.

그는 농업인들의 애로사항과 농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논두렁을 돌며 농업인들의 속 깊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등 남다른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농부의 손이 88번 가야 한 톨의 쌀이 만들어지듯이 농업인들의 노동량과 경비 소모는 어마어마하다”며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뙤약볕 아래서 일하는 농민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으로 논그림 완성

농가소득증대를 위해선 지역 홍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가 2005년 일본 해외연수를 갔을 때 일본의 농업연구소에서 황색을 띄고 있는 벼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색벼를 이용해 논에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발상을 한 것이다. 그는 괴산지역의 논에 국내 최초로 초대형 미스터리서클(곡물을 일정한 방향으로 눕혀 특정 무늬를 만드는 것)을 만들어 친환경농업군의 이미지를 전국에 알려야겠다는 부푼 마음을 먹고 황도벼 종자를 몰래 두 손에 꼭 쥐고 돌아왔다. 문익점 선생의 심정이었다고 한다. 귀국 후 '유색벼를 이용한 논그림'을 괴산군 발전전략과제로 제안했지만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농촌진흥청에서 자주색 벼인 자도벼 종자 100g을 분양받고 일본에서 가져온 황도벼 100여 톨을 가지고 재배와 연구를 반복했다. 2년간의 종자증식 및 각종연구를 통해 유색벼는 초기물량보다 100배나 증가했다. 색상도 황색, 자주, 검붉은색, 흰색 등 다양하게 확보했다.

이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그는 사업추진을 위해 군에 예산을 요구했지만 또 다시 외면을 당했다. 그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논에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개인 돈을 털어 육묘상자와 못자리상토를 구해 볍씨를 파종하고 육묘를 하는 등 혼자서 연구를 거듭했다. 그는 2008년 3월 농업기술센터에 직원 7명으로 구성한 '농촌사랑'이라는 군정연구동아리를 조직해 논그림 설계방법에 대해 토의와 연구를 이어갔다.

스스로 모든 재료를 준비한 그는 드디어 2008년 4월에 괴산군으로부터 예산 650만 원을 지원받아 감물면 이담리 1.2ha 규모의 논에 초대형 상모돌리기 그림을 연출했다. 바닥을 평탄하게 만든 논을 가로·세로 1m 간격으로 세분화해 석회로 밑그림을 그리고 20여명이 투입돼 모내기까지 하는 데 총 15일이 걸렸다.

논그림 형성법 특허출원

이렇게되자 괴산에 '미스터리 서클'이 나타났다며 언론에서 논그림 취재요청이 쇄도했다. 스펀지, 모닝와이드, 6시 내고향, 있다 없다, 세상의 아침 등 방송프로그램과 중앙과 지방 일간지에서도 유색벼 논그림 보도가 이어졌다. 일본의 농업인신문에서도 농촌 에메니티 개발을 통한 지역홍보 우수사례로 보도가 되기도 했다. 또한 초등학교 3학년 사회탐구와 지방행정, 농경과 원예, 한국관개배수, 그린매거진, 청정충북농업, 새농사 등 각종 책자에도 유색벼 논그림이 게재되기도 했다.

따라서 괴산의 유색벼 논그림 현장은 전국 42개 시·군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등 연간 3만 5000여명이 다녀가는 관광명소가 됐다.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김민기 교수는 “논그림의 홍보가치가 2000억 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군은 개청 이래 최대 홍보효과를 가져왔다며 2009년 그에게 1호봉 특별승급 포상을 줬다. '유색벼를 이용한 논 그림 형성방법'은 2008년 9월에 특허출원 됐다. 괴산군만 확보한 유일한 기술이다.

그는 그 후 2009년 농악놀이, 2010년 널뛰기와 호랑이 등 매년 다른 그림을 만들었다. 올해는 2마리 토끼가 떡방아 찧는 그림과 그네뛰는 모습을 그렸다. 경기도 시흥시에서 기술이전비 1900만 원을 받고 '커플자전거 그림'을 그려줬다. 또한, 5000만 원을 받고 청원군 옥산면 중부고속도로변 2ha의 논에 농협마크를 그려주는 등 세수증대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그는 괴산군 발전전략과제로 2005년에 잠자리생태 및 사육, 2009년에 배추절임 후 남은 소금물의 효과적인 처리방안, 2010년에 벼 무논점파재배 실증시험 등 과제를 수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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