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 김영식 회장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 김영식 회장
  • 정선옥, 이웅재
  • 승인 2010.11.03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깅영식 회장이 인터뷰를 하면서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깅영식 회장이 인터뷰를 하면서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이버 군민 6만 7천여명 고향소식 전달
산막이 예길 '등잔봉' 전국등산대회 총괄

올해 초 있었던 지방선거로 많은 행사가 취소돼 뭔가 흥미로운 이벤트를 찾던 괴산군민과 전국의 등산 애호가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회장 김영식)이 주관하는 「사계절이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 '등잔봉' 전국 등산대회」가 오는 11월 13일, 많은 이들의 기다림과 설렘 속에 열린다. 행사를 앞두고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한 김영식 회장을 목도 중·고교 총동문회사무실에서 만났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면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해묵은 책에서 나는 냄새와 이제 막 마르기 시작한 먹물 냄새가 정겹다.

이번 등산대회에 거는 그의 기대는 사뭇 크다. 기획 단계부터 행사 진행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이 없는 까닭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은 지난 2008년 7월 결성돼 현재까지 6만7천여 명의 사이버군민을 모집, 지역 농·특산물 홍보와 고향소식을 전달하는 비영리법인이다. 괴산군 인구의 두 배에 달하는 회원 수다. 그 거대 조직의 원점에 바로 김영식 회장이 있다.

2007년 5월 3일. 14살에 고향을 떠났던 김영식 씨가 고향인 괴산군에 돌아와 전입신고를 한 날이다. 팍팍한 서울 생활을 견디며 언제나 돌아오고 싶었던 그리운 고향. 깊은 잠이 들었다가도 뉴스에서 '괴산'이라는 소리만 들리면 벌떡 일어날 만큼 고향 생각이 남달랐다. 홀연 경영하던 사업체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이제 내 인생을 찾겠노라며 떠나온 그다.

고향 괴산에 대한 그의 애향심은 서울에서 인쇄소를 경영하던 시절 그가 자비로 발행했던 '괴산과 괴산 사람들'이란 월간지에 여실히 드러난다. 고향의 소식을 전하고, 또 고향에서 나는 농특산물을 홍보하는 데 역점을 둔 신문이었다. 증평군과 괴산군이 분리되면서 폐간된 신문에 아직 미련이 많다. 요즘처럼 통신이 발달한 세상에 거리 개념은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귀향 직전, 목도 중·고교 총동문회장직을 2년간 맡으면서 그는 조직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시스템이 움직여야 함을 절감했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와 총동문회장직을 연임하면서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작업은 총동문회원들의 정보 전산화 작업이다. 과거 동문선배들이 5대를 내려왔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동문 주소록 하나 없었던 것이다. 인적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가까스로 구한 직원과 함께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이 꼬박 6개월. 3,052명의 정확한 주소가 그의 손에 들어왔다.

그쯤 되니 각 기수의 리더들이 그의 레이더망에 잡혔다. 김 회장은 선배들을 모셔놓고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앞으로 우리 동문회에 우편물은 없습니다”라고 카페를 개설하고 디딤돌 몇 개를 놓으니 의외로 일은 순조롭게 풀렸다. 처음 괴산에 내려올 때 구입했던 중고카메라가 이제 그에게는 또 다른 낙이 되었다. 여기저기 고향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며 사진을 찍고 글을 써 카페에 올렸다.

이런 그에게 괴산군이 먼저 문을 두드렸다. 괴산군민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으니 사이버군민이라도 늘려보자는 제의였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 같아 선뜻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는 괴산군 사이버고향사업운영단이 만든 '그리운고향 괴산가자' 홈페이지(www.go2home.kr)에서 누구라도 괴산군민이 될 수 있다. 정작 카페를 만들고 관리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폭발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고향을 잊지 못하는 출향인사들과 괴산군민, 그리고 괴산을 좋아하는 6만7천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괴산사람이다.

이런 결과를 가장 흐뭇하게 생각하는 이 또한 김영식 회장이다. 홈페이지 구축과 관리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결심한 김 회장은 요즘 시험공부에 한창이다. 충주에 있는 방송통신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자신보다 더 나이든 분들, 그리고 훨씬 어린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니 세상사는 재미가 그리도 좋단다.

중학교를 졸업하던 해 아버님이 수개월에 걸쳐 손수 만들어 주신 지게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집을 떠나 상경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그의 나이 벌써 고희를 훌쩍 넘겼다. 뒤늦게 고향을 찾은 그이지만 고향 친구를 만날 때마다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오라 말한다. 고향만이 진정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안식처임을 아는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