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 국외 연수비 올린 정신 나간 도의회
“이 와중에” … 국외 연수비 올린 정신 나간 도의회
  • 괴산증평자치신문
  • 승인 2021.02.2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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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억2090만 원서 올해 1억2650만 원
교육청 연수비 깍고 본인들 연수비는 슬그머니 올려
도의원 한 명당 408만 원 가량 여비 지원되는 꼴

연종석 도의원, 산경위원장이면서도 “인상 몰랐다”
주민들 “하루살기 빠듯…선거 때 좌시하지 않겠다”

 

‘무늬만 연수, 관광 일색 외유성 국외 연수’라며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충북도의회 국외 연수가 코로나 시국에도 연수비를 증액해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의회는 해외 여비와 자매도시 방문 여비로 올해 1억2,650만 원을 책정했다. 2019년 1억2,090만 원 예산이 작년엔 1억2100만 원, 올핸 물가상승률을 감안했다며 작년 대비 4.5%를 인상했다. 
당초 2년에 1번씩 갈 수 있었던 내부규정도 바꿔 올해부턴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싫어도 어쩔 수 없이 가야될 형편이다. 국외 연수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일부 의원들이 참여를 꺼려하는 것에 대한 방어책인 셈이다. 뭇매를 맞아도 같이 맞자는 식이다.

교육청 연수비는 삭감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년도 교육청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첨단교실 연수 국외여비’ 항목 2,438만4,000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어진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황규철(옥천군 제2선거구) 위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외국에 나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결국 교육청 국외 여비는 전액 삭감됐다.
하지만 8일 뒤 도의회는 자신들의 국외 여비는 지난해보다 4.5% 인상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도교육청 국외 여비를 삭감하며 부적절 의견을 제시했던 황 위원은 이번 도의회 국외 여비 심의 과정에선 오히려 “부족하지 않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에 이경태 도의회 사무처장은 “의원님 한 분당 300만 원씩 전체 의원님들 다 계상했다. 의원님들에게 조금 부족하다라고 판단이 되는데 부족하다고 해서 많이 늘릴 수 없는 것이 지방의회 경비한도에 묶여 있어 국외여비를 늘리면 다른 예산을 줄여야 되기 때문에 그래서 부득이하게 의원님 한 분당 300만 원씩 정도로 편성했다”고 답변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 국외 연수에 9,300만 원을 편성했다. 유관기관 연수와 국제우호교류에 2천만 원과 1천350만 원을 각각 편성했다. 도의원 한 명당 408만 원 정도의 여비가 지원되는 셈이다. 

일부 의원들, 부적절 알면서도 ‘인상’ 강행
도의회 A의원은 괴산증평자치신문과 인터뷰에서 “2019년 이후 국외 연수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일면서 예산 인상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었다. 전체 의원들 간에도 큰 쟁점은 되지 못했고, 개인적으로도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몇 의원들은 인상에 적극적이었고 예결위에서도 큰 쟁점이 아니었다”고 당시 예산 심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갈 생각이 없다. 도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는 연종석(증평군선거구) 의원은 국외 여비 인상여부를 알고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모르고 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상황에 갈 수도 없다. 전체 의원 대상 예산의 반납여부를 묻고 있는데 저는 ‘반납’으로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반기 건설환경소방위원회 소속으로 있을 때 저를 포함 5명 위원은 국외 연수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며 국외연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사과하고 반납하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가 해외연수 예산을 세운 도의회는 도민에게 사과하고 예산 전액을 즉각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로 도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정작 주민의 대표라고 하는 도의회는 도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기는커녕 해외연수 예산을 세웠다”고 비난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여파로 해외여행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이 뻔한 상황임에도 도의회의 ‘어차피 못쓰면 반납할 것’이라는 무책임함에 도민들은 씁쓸함을 넘어 허탈하기까지 하다”고 탄식했다.
“도의회는 여전히 주민들의 기대감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본분을 망각한 모습만을 보여주고 있다. 도의회가 누려야 할 것들만 챙기며 도민들을 외면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도의회에 대한 도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민심을 얻을 수도 없다”며 “도의회는 무리한 해외연수 예산 수립을 도민 앞에 사과하고 전액 반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아 참여연대 시민자치국장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해외연수가 필요하다면 다녀와야 한다. 하지만 시기적 문제다. 재난지원금은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민은 여전히 어려운데...예산 편성 자체가 문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도의회 B의원은 “조만간 의원들이 모여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아마도 예산은 반납될 것이고 반납된 예산은 추경에 다른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도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증평읍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주민 C씨는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상황에 소상공인은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빠듯하다. 이 와중에 주민의 고통을 살피기보다 자기네들 외국에 나갈 궁리를 했다는 게 정말 실망스럽다”며 혀를 찼다.
또 다른 주민 D씨는 “국외 연수를 못가면 예산은 반납하면 된다지만 처음부터 1억2천만 원이 넘는 돈을 한 푼이 아쉬운 주민들을 위해 편성했다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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