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철 희 시인
연 철 희 시인
  • 신도성 기자
  • 승인 2020.11.25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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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문해교실’서 공부해 등단
연철희 시인이 죽리마을 자택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연철희 시인이 죽리마을 자택 마당에서 포즈를 취했다.

 

“살아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 같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숨겨진 남다른 재능 발휘” 

“고추를 먹어 어지럽나
고추 먹고 매워 
뱅글뱅글 도는가
어지러워 어쩌려고 
그만 돌거라
날개가 고단하여 
쓰러질까 두렵다”

 종합문예지 ‘한국문인’ 에 실린 연철희 씨가 쓴 동시 ‘고추잠자리’다. 
최근 그의 동시 3편 ‘하모니카’ ‘고추잠자리’ ‘바람났네’가 종합문예지 ‘한국문인’ 10월호에 실렸다. 
‘고추잠자리’는 가을날 길가에서 뱅뱅도는 고추잠자리의 모습을 보고 동심의 세계에서 표현했고, ‘하모니카’는 옥수수밭에서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를 하모니카 소리에 견주어 표현했다. ‘바람났네’는 한글과 바람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한글을 배우면서 우울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희망을 꿈꾸는 현재를 담았다.

신인문학상 수상
최근 증평의 문해교실에서 한글을 배운 시골 할머니가 한국문인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화제를 모았다. 
일반인이 등단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연초 신문사에서 시행하는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신인상을 수상해야 등단할 수 있다. 
주인공은 증평읍 죽리마을에 사는 연철희(67)씨다. 
그는 지난달 제123회 한국문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김득신배움학교가 마을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찾아가는 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평범한 시골마을 주민이다. 
한글을 읽을 수 있는 수준이었던 그는 2018년 부터 찾아가는 문해교실에서 체계적으로 한글을 배우고 시 습작을 했다. 

김소월문학관에 작품 소개
어르신의 숨겨진 재능을 발굴할 수 있었던 건 ‘숨은 재능 찾기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 특히 문해교실 한은미 강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연 씨의 글 쓰는 감각이 남다른 것을 알게 된 한은미 강사는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용기를 붇돋아 주었다. 그는 증평 김소월문학관에 연씨 작품을 소개했다. 그 덕분에 문학관의 추천으로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하게 됐다. 또한 그의 주선으로 김득신배움학교는 지난 2월 연씨가 쓴 동시 42편을 모아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은미 강사는 “개인 삶의 질 향상이 화두잖아요. 노인복지 향상 측면에서도 아주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증평군의 노인복지정책에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는 요즘 시 쓰는 일에 흠뻑 취해 있다. 
“침대에 누워서도 생각하고, 산책을 하다가도 시를 쓸 소재를 생각해요”
그는 그런 과정이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른 분들에 비해서는 실력이 많이 부족하지만, 끌 쓰기에 관심이 있는 평범한 주민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생각해요”

“시 쓰는 게 삶의 에너지”
음성에서 산골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나이에 농사꾼의 아내가 되었다. 
“농삿일을 천직으로 알고 한평생 일했지요. 초등학교 졸업 학력에 글을 쓰는 일은 엄두도 못냈구요. 그러다 환갑을 지나 문해학교와 인연을 맺으며 글을 쓰게 됐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그는 시를 쓰는 일이 에너지가 된다며 힘닿는 날까지 글 쓰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글을 배우고 시를 쓰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생겼습니다. 시를 통해 내면의 아픔과 외로움을 달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증평군은 평생학습관과 27개 마을 경로당에서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문해교실에서는 287명의 노인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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