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각 괴산군귀농귀촌협의회장
박병각 괴산군귀농귀촌협의회장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7.2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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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확실해야

‘알토팜영농조합’ 운영…밭 1만평에 콩 깨 등 친환경재배 
“귀농에 '1만 시간 법칙' 적용되는 듯”…마음 완전 비워야

박병갑 회장이 고은정농원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박병갑 회장이 고은정농원에서 친환경으로 재배한 블루베리를 수확하고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정의한 뒤 널리 쓰인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성공한다는 뜻이다. 1만 시간은 하루 6시간씩 투자해도 꼬박 5년이 걸리는 기간이다.
박병각(63)영농조합법인 알토팜 대표는 귀농에도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아내와 함께 귀향

경기도 일산에 살았던 그는 특별한 준비 없이 귀농했다. 물론 그가 무작정 시골로 내려온 건 아니다. 연로한 부모님께서 먼저 사인을 보내왔다. 그럴 즈음 그의 건강도 좋지가 않았다. 그렇게 아내와 함께  귀향을 했다.
도시에선 갖가지 직업을 편력했다. 경영학을 전공, 기업체 간부로도 일했고 한때 교단에 서기도 했다.  통신장비업체를 운영하기도 했고, 귀농 직전에는 번역을 했다.
그는 이재에 밝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몇 번의 기회가 왔으나 머물러주지 않았단다.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농사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농사는 제자리걸음이다. 거의 맨손으로 내려왔다는데, 귀농 5년 사이에 별반 불어난 게 없다.
낙천적인 미소를 보이지만 그동안 들판에 쏟은 땀방울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고. 귀농해서 성공하기가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이리라.
“귀촌인들의 농사 규모는 텃밭농사 정도가 적당하죠. 농사를 직업으로 삼는 건 힘듭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두려워할 일도 아녜요. 귀농이란 본질적으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일입니다.”
자연의 방식에 부합하는 신념으로 산다면 만족을 누릴 수도 있다. 비우고 살자는 마음가짐, 도시에서 가졌던 과욕이나 비즈니스 마인드 대신 마음을 비우면 된다. 마음을 비우는 일은 반드시 내공이 필요하다. 그는 그다지 조바심치지 않는 것 같다. 비우고 살려고 내려온 입장이니…

마음 비우기 노력

그는 이웃들에게 그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를 아예 밝히질 않았다. 자칫 오해와 편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의 알토팜농장은 콩 깨 등 밭작물을 주로 키우는 농장. 산 중턱에 자리를 잡은 노지다.
귀농 첫해부터 농사를 지은 건 부모님께서 경작하시던 농토가 있기에 가능했다. 밭 2000평에 참깨를 심었다. 현재는 규모가 늘어 밭이 1만 평이다. 레드비트도 재배하고 기계수확이 가능한 신품종 ‘청풍’ 수수도 심었다.
그는 친환경농법을 고수하고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 대신 액비를 뿌려 재배한다.
우선 밭을 깊게 갈아 부숙된 계분을 뿌리고 목초액과 바이오황을 충분하게 사용한다. 농약을 사용하는 대신 직접 풀을 뽑고, 화학비료 대신 천연액비를 만들어 뿌린다.
그는 2018년 2월 괴산군귀농귀촌협의회장에 취임했다. 협의회를 통해 귀농인들의 시행착오 없는 정착을 돕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일이에요. 돈벌이에 목적을 둔 귀농이라면 더 치열하게 공부를 해야죠. 이를테면 선택한 작물의 재배조건,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 환경 등을 심도 있게 파악해야 합니다. 이건 제 경험에서 우러난 겁니다.”

 “텃세를 메시지로 읽어야”

귀농인 멘토 입장에서 조언을 달라는 전제하에 질문을 던졌다.
귀농을 고려할 때 제일 중요하게 뭔가?
“추상적이긴 하지만, ‘자기에 대한 믿음’입니다. 시골로 오시는 분들은 대개 돈을 갖고 내려와요. 거의 1억은 갖고 오죠. 그러곤 그 돈에 발이 묶여요. 갖고 온 돈이 줄어들고 있단 생각에 불안한 거예요.”
농사지어서 생활비는 벌 수 있는가?
“농사로는 돈이 안 된다고 봐야죠. 씀씀이를 줄이고 현금을 융통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해요. 농사로 돈을 버는 건 아니다 싶어요. 농사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의 방법입니다”
토착민과의 융화도 쉽지는 않을텐데…
“시골의 자연환경이 파괴되었듯 인심도 변했어요. 합리성이 결여된 시골 분들이 많지요. 여기서 텃세 문제가 야기되죠. 그러나 그걸 불편하게 여기면 안 됩니다. 메시지로 읽어야 해요. 일단 불문율을 존중,  마을에 녹아들어간 뒤 바꿀 걸 바꾸는 노력을 하는 게 순서이지 않겠어요?”
귀농귀촌인협의회장을 맡았죠?
“경험을 전수해주는 거죠. 그러면 적응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시핼착오를 줄일 수 있죠. 
대체로 귀촌인이 만족도가 높습니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덜컥 귀농했다 망치거나 적막한 시골에서 우울증을 얻고 쓸쓸히 떠나는 사람도 있어요. 낭만적인 전원생활이란 환상을 가지고 시골로 들이닥치는 건 생고생을 자초하는 지름길인지도 몰라요.“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

아내 최선희 씨(63)의 얘기를 들어볼까?
“농사 경험 없이 덤벼들어 참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요. 그러나 이젠 도시에서 다시 살기 싫어졌어요.  맑은 공기와 손수 기른 깨끗한 먹거리, 그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향상된 걸 느껴요. 게다가 부부가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는 연풍성지가 가까이에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일이 어려우면 남들이 함께 걱정해주는 모습도 좋고 그런 것들이 사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단다.
고달픈 일상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삶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 보다 아름다운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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