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엽 증평읍이장협의회장
이기엽 증평읍이장협의회장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3.04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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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7년, 마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이 회장이 정원이 잘 가꿔진 그의 집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각장 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마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이 회장이 정원이 잘 가꿔진 그의 집에서 인터뷰했다. 그는 인터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각장 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마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농촌현장포럼 전국 최우수마을’ 만들어
소각시설저지대책위 공동위원장 맡아


과거 이장들은 마을을 대표하는 사람이었지만 역할은 보잘 것 없었다. 그저 행정기관의 지시사항을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이장의 역할은 바뀌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과 합심해 공모사업에 참여, 대규모 예산을 끌어오고 마을의 이익을 위해 행정기관과 협의를 진행한다.
요즘 농촌에서 이장들의 역할은 막중하다. 리더십, 파트너십, 소통능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주요 국정, 군정 내용을 마을주민에게 알려주고 주민 의견을 행정기관에 통보해 주며 마을 자체사업, 환경정비, 주민편익, 소득증대, 주민화합, 이해 조정을 하는 행정체계의 최첨병이다.
농촌 마을 이장의 위상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마을을 대표하는 일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다. 처리해야 할 업무만 70가지라고 한다. 도시민들은 통장을 잘 모르지만 시골에선 이장이 마을의 얼굴이다.

둔덕마을 ‘상전벽해’

그는 2012년 증평읍 남하2리 둔덕마을 이장에 취임했다. 그리고 7년 동안 눈부신 업적을 이룩했다. 그런 성과를 바탕으로  올 연초 증평읍이장협의회 11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가 이장으로 일하는 동안 대형축사 건립을 막아냈고, 도랑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으며, 인근에 소재한 디엔피코퍼레이션과 1사1촌 자매결연을 맺었다. 그리고 농촌현장포럼 최우수마을로 선정됐다.
2016년 마을에 대규모 축사 건립이 진행되자 이장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합심해 기금 마련 등의 반대운동을 펼쳐 축사건립을 저지했다. 이를 통해 주민들이 합심해야 청정마을을 유지한다는 것을 깨닫고 농촌현장포럼을 적극 추진해 좋은 결과를 냈다. 특히 주민들의 관심과 높은 참여율을 바탕으로 주민 공동체를 강화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 발굴에 힘쓰는 등 주민 스스로 마을 환경을 깨끗하게 가꿔나간 점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그는 최우수마을 선정 후로 주민들끼리 서로 돕고 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마을 분위기도 한결 따뜻해졌다고 했다. 
“마을주민들이 왜 힘을 합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설득하고, 변화에 따른 결과를 보여주면서 의식개혁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며 “농촌마을을 잘 가꾸는 일은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마을 분위기 한결 따뜻해져“

농촌현장포럼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것은 주민들의 공동체 정신과 같은 무형적인 자산도 한몫했다.
그는 마을행사나 총회와 같은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중요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일사불란하게 자신의 역할을 찾아 실행해온 주민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농촌현장포럼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로 마을주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모든 마을주민이 단순히 일손을 보태는 차원을 넘어 마을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스스로 고민할 정도로 마을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마을주민들이 처음부터 이 같은 주인의식을 갖게 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연세가 많은 어른들일수록 수십년간 이어온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 처음에는 마을을 바꾸자는 움직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결과물을 하나씩 만들어 보여드리자 어르신들도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이장의 업무도 늘어나고 있고, 역할도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장의 전횡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다 옛날 얘기에요. 마을 심부름꾼이에요. 힘들고  시간 빼앗기고… 봉사정신이 아니고선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이장 일에서 성취감을 느껴요. 보람도 느끼고 있습니다“

“주민건강 위해 소각시설 폐쇄돼야”

그는 인터뷰의 대부분의 시간을 소각장 문제에 할애했다. 그만큼 마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우진환경개발은 증평군과 경계인 청주시 북이면 금암리 일원에 쓰레기 소각시설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증설이 되면 하루 처리용량이 100톤에서 480톤까지 늘어나게 된다.
증평대책위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그는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시 열린 주민설명회를 저지했고, 지난 1월에는 대책위원회 구성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24일 증평군청 민원실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폐기물 소각시설 폐쇄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다른 공동위원장들과 함께 삭발했다.
그는 “지금도 매우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5배로 소각시설을 늘린다면 증평군민의 고통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이옥신 등 1급 발암물질을 유발하는 폐기물 소각장이 근접 거리에 위치해 주민들이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각시설 4km 이내에 학교, 아파트단지 등 증평 중심지 대부분이 포함돼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한테 돌아오게 됩니다. 유럽에서는 마을에서 7.5km 이내에는 소각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수준의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우선적으로 주민 건강을 위해 소각시설은 폐쇄돼야 합니다.

“남편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

이제 이장은 단순한 행정 전달자가 아니라 마을을 성장시키는 디자이너다. 그리고 좋은 마을 만들기 리더다.
전국적으로 이장은 3만6983명, 통장은 5만7337명이다. 이장이 잘해야 마을이 산다. 마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좋은 이장은 나라의 힘’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이 회장은 (주)삼보조경 이사로 재직 중이다. 슬하에 1남녀를 두고 있다. 아들은 군복무 중이고, 두 딸은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 김성숙 씨는 “남편은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이라 맞춤형 이장이라고 할 수 있다”며 웃었다.
“한번 마음 먹으면 끝장을 보는 스타일이라 성취감은 높겠지만, 너무 몰두하다보니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건전하고 반듯한 남편이지만, 일을 행복으로 여기는 에고이스트예요. 연민을 느끼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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