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를 쉼 없이 걸어온 '장인의 길'
반세기를 쉼 없이 걸어온 '장인의 길'
  • 신도성 기자
  • 승인 2019.01.03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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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환 (괴산민속대장간 대표)

 

민속대장간 운영 … 100여종 농기구 '수작업'
“관광객 직접 만든 기념품 가져갈 수 있어”

옛날에는 시골 장터나 마을 단위로 반드시 대장간이 있어 무딘 농기구나 기타 각종 연장을 불에 달구어 벼리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 자급자족하는 농어촌에서는 대장간은 필수적인 존재였다.
대장간이 없는 마을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연장을 벼루는 떠돌이 대장장이도 있었다.

100여 가지 농기구 생산

괴산에는 요즘 보기 힘든, 우리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대장간이 있다. 
3대째 대장장이의 맥을 잇고 있는 괴산민속대장간이다. 정성환(67) 씨가 주인이다.
대장간에 나열된 물건들이 눈에 들어왔다. 괭이, 쇠스랑, 갈고리, 호미, 낫, 삽, 가래, 도끼….
그 종류만도 100가지는 족히 될 것 같았다.
그는 "기계화에 밀리고 중국산에 치어 다 사라졌지. 나만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요"라며 무심코 내뱉었다.
일이 힘들다고 불평불만도 하지 않았다.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묵묵히 세월을 망치질했을 뿐이다.
정성환 씨는 충주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던 아버지로부터 일을 배웠다. 
그의 대장장이 인생은 50년이 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부터 대장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철들기도 전에 시작된 그의 대장장이 인생은 아버지를 따라서 시골 5일장 이곳저곳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게 했다.
"지독히도 가난했지. 상급학교 진학은 꿈도 꾸지 못했어. 먹고 사는 일이 급했으니까."

대장장이는 직업 아닌 가업

아버지 때부터 시작한 대장장이 일은 아들(민수)까지 3대째 이어지고 있다.
80-90년대를 지나 대장간에서 생산되던 호미, 낫, 괭이, 칼 등 농기구의 제작이 기계화되고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품이 들어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그로인해 잠시 대장간 일을 접은 적도 있었다.
호구지책으로 다른 일을 할 때도 마음은 언제나 대장간에 와 있었다.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도 또 이 일을 하고 있는 거야. 쇠 다루는 일이 천직이라 여기고 살아왔지”
그는 70년대에 충주에서 괴산으로 옮겨왔다. 괴산전통시장에서 태광철물점을 운영했다.
“당시에는 물건을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려나갔지. 물건을 써 본 사람들이 한결 같이 다시 대장간을 찾아와 물건을 사갔어”
대장간 일은 무척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좋은 물건을 잘 쓰고 있다는 말에 힘을 얻어 힘든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일을 하며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아직도 오랜 단골들이 이 대장간의 물건을 최고로 여겨 찾아오곤 한다.
현재의 '민속대장간'이라는 상호를 달고 정착을 한 것은 10년 전부터다.
그는 괴산민속대장간에서 생산되는 물건은 부러지면 부러질지언정 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만큼 물건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값싼 외산 물품과는 다르다고 힘주어 말한다.
한 번 단골이면 다른 물건을 못 쓴다고 만든 물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아들이 가업 이어

대학을 졸업 한 아들 정민수(36) 씨가 가업인 대장간 일을 배우겠다고 했을 때 집안에서는 극구 반대했다.
어머니는 "젊은 놈이 할 일이 그렇게 없냐"고 화를 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반대를 했지만 내심 기대감도 있었다고 했다.
여러 달이 지나도 아들의 태도에 변화가 없자 어머니도 대장장이의 일을 수락했다고 한다.
민수 씨는 대장장이의 일이 미래가 밝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집안의 가업을 잇고,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의 맥을 유지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전통과 현대 디자인을 접목한 새로운 물건을 내놓는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크고 작은 축제나 아이들 체험 장소가 제공되는 곳이라면 대장간을 알리기 위해 어느 곳이라도 달려간다. 아이들은 처음 대장간을 보고서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인다. 휴대폰이나 열쇠고리 장식을 만들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고 담금질을 하는 체험과정이 매우 인기가 많다. 여러 곳에서 체험요청이 들어온다.
그는 “괴산민속대장간에서 생산된 물건이 문화재로 등록된 대장간 제품으로 둔갑이 되어 팔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다행히도 민간부문에서 지난 2014년 대한명인회 주최 '제16차 대한명인 추대식'에서 그의 공로를 인정해 대장장이 분야 명인으로 선정돼 위안으로 삼고 있다.

“농업역사박물관에 체험장 마련을…”

그는 괴산농업역사박물관에 민속대장간을 만들어 문화체험의 장을 마련하고픈 꿈을 갖고 있다.
“전통문화 계승이라는 차원에서도 그렇고, 박물관 체험프로그램 다양화를 위해서도 필요하잖아. 군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야”
그는 전통문화의 맥을 잇는 이들에게 지자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곧 사라질지 모르는 대장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도 '전통계승자'라는 명칭이 붙여졌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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