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노년기 우울증의 또 다른 얼굴
[건강칼럼]노년기 우울증의 또 다른 얼굴
  • 괴산증평자치신문
  • 승인 2015.11.2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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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픈 것이 우울증 때문일 수 있다
추 정숙 괴산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 과장
추 정숙 괴산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 과장
며칠 전 칠순의 할머니가 클리닉을 방문하셨다. 할머니는 소화가 안 돼 속이 더부룩하고,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이 차갑고 저리며, 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픈 증상 때문에 힘들어 하셨다.

할머니는 내과, 가정의학과, 정형외과 등 많은 병원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병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약을 먹어봐도 증상은 좋아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주치의의 권유로 정신건강학과를 찾았다. 처음으로 클리닉을 방문한 할머니는 어리둥절해 하셨다.

면담을 하면서도 할머니는 온통 '온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만 했다. 면담을 진행하는 동안 조금씩 마음이 열리면서 할머니는 아픈 몸 외에 이야기를 하나 둘씩 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할머니의 인생은 그야말로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남편이 외도로 속을 썩이더니, 늘그막에는 자녀들 사업이 잘 안 풀리고, 며느리며 사위도 영 시원치 않았다.

몇 년 전부터 집안에 홀로 앉아 있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기분이 푹 가라앉고, 입맛도 없었다. 밤에도 잠을 못 이루고, 만사가 귀찮아졌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곤 했다.


몸의 통증으로 표현되는 노인들의 우울
스스로가 우울한지, 불안한지, 슬픈지, 화가 나는지 알아차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짜증나고 답답하다고 말할 뿐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거나 표현하지 못한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진료실에서 환자와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냐는 질문을 흔히 받는다.

의사는 면담을 하면서 환자가 느끼는 감정을 깨닫게 하고 이를 표현하게 한다. 처음엔 어렵지만 자꾸 시도하다 보면 감정 표현이 수월해지고 그것만으로도 여러 증상이 호전됨을 볼 때가 많다.

여러 연령 중에서 노인들은 자신의 기분을 말로 표현하는데 특히 서툴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기분은 몸으로 표현된다.

몸이 하는 말은 어떻게 표현될까? 우리가 우울할 때면 흔히 하는 말들이 있다. “가슴이 답답해”, “가슴이 조여와”, “한숨만 나와”, “속이 타 들어가”, “속이 썩어”, “아이구, 골치야”, “어깨가 무거워”, “기운이 하나도 없어” 일상 생활에서 푸념처럼 자주 하는 말이다. 신체증상이 특별한 원인 없이 지속되면 우울증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울증의 대표적인 신체 증상들이기 때문이다.


노년기 우울증의 현명한 극복
노인 우울장애 환자들은 다른 연령의 우울 장애 환자들에 비해 건강염려증적 호소와 불면, 초조 등을 더 많이 호소한다. 우울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지면서 치매로 오해 받기도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내과 질환이나 뇌경색과 같은 신경과 질환이 있는 상황에서도 우울 증상이 흔히 발생한다.

조기에 우울증을 발견하지 못하면 증상이 악화된 후 뒤늦게 치료를 시작하게 되거나 심하면 자살에 이르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를 권유한다.

우울증의 진단은 면담을 통해 일차적으로 이루어지며 치매, 건강염려증, 불안증, 수면장애와 같은 질환과 감별하게 된다. 다른 기질적인 원인과의 감별을 위해 내과적 및 신경과적 진찰을 시행하기도 한다. 우울증의 치료는 약물 치료와 정신치료가 대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의 약물 치료에 대해 걱정하시는 것 같다. 약에 의존성이나 내성이 생겨 평생 먹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기지는 않을지 염려하신다. 정신건강의학과의 약물은 법과 용량으로 처방 받았을 때 의존이나 내성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으며 치료계획에 따라 약물 중단도 어렵지 않다. 오히려 약물 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으로 오용하다 곤경에 처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누구나 정신적인 어려움은 겪기 마련이다. 그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확실한 투자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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