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가 반했던, 대하소설 ‘객주’ 무대인 ‘천혜의 땅’
김홍도가 반했던, 대하소설 ‘객주’ 무대인 ‘천혜의 땅’
  • 신도성
  • 승인 2015.08.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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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옥정관광지

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옥폭포 '백미'
문경새재 과거길 못지않은 '연풍새재 옛길'


괴산군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다 인공적인 개발까지 더해져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관명소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연풍면 원풍리에 있는 수옥정관광지다. 이곳에는 수옥폭포, 수옥물놀이장, 연풍새재옛길, 조령산자연휴양림 내몽고민속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김홍도가 반한 절경

'괴산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임꺽정이 고추를 끌어안고 있는 수옥정관광지 안내판을 끼고 오른쪽으로 가면 공원이 나온다. 바로 옆에 수옥폭포와 수옥정이 있다.

괴산군은 지난해 2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이곳에 공원, 물놀이장, 주차장, 기사쉼터, 화장실, 농산물 판매장 등 관광편의시설을 갖췄다.

사철 발길이 끊이지 않는 수옥정관광지는 수옥폭포가 백미. 조령관에서 소조령으로 흘러내리는 계류가 20m 높이의 절벽에 걸린 3단 폭포다. 폭포 아래 언덕에 조용히 숨어 있는 수옥정은 조선시대 연풍현감 조유수가 청백리인 삼촌 조상우를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라 전해진다. 당대의 것은 흔적도 없지만, 마을 주민들이 팔각정을 새로 만들어 놓았으니 빼어난 풍광은 변하지 않았다.

조선 풍속화의 대가 단원 김홍도도 그 풍광에 반해 자신의 화폭에 담았다. 김홍도가 이곳과 인연을 맺은 것은 조선 정조 때 연풍현에서 현감을 지낼 때다. 꿩을 이용해 매 사냥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호귀응렵도'와 수옥폭포 앞에서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모정풍류'는 그가 연풍현감으로 재직할 당시의 작품이다. 수옥정 물놀이장은 아름다운 자연속에 성인풀장, 유아풀장, 다이빙풀, 슬라이드 시설 등의 놀이기구와 함께 매점, 수영복 대여점 등의 이용객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드라마 촬영지 '인기'

수옥관광지는 피서지는 물론 드라마 촬영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수옥폭포 주변의 경관이 수려하고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탓이다. 거기다 정자와 폭포가 하나의 세트 역할을 하는가 하면 폭포 앞에 바둑판형 너른 바위가 있어 촬영도 편리하다. 이곳은 그동안 TV 사극 '계백', '동이', '왕건', '여인천하', '다모', '선덕여왕' 등 많은 작품의 배경이었다. 대표적인 풍속화가인 김홍도 등을 소재로 한 '바람의 화원'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폭포를 지나 모퉁이를 돌면 둑방 뒤로 수려한 신선봉 암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문경 새재 입구에서 펼쳐지는 주흘산의 산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신선봉 꼭대기와 눈을 맞추고 길을 나서면 몽골 천막들이 들어선 내몽고민속촌을 만난다. 한·중 합작으로 추진한 문화관광지인데, 제 구실을 못하고 식당으로 전락해 아쉽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괴산군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명품 길 '연풍새재 옛길'

백두대간 자락에 우뚝 솟은 조령산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산세가 절경이다. 이 산을 넘는 고갯길은 역사적으로 이야기 거리가 많고, 경치도 아름답다. 고갯마루에서 만나는 조령관은 조령의 관문이다. 예로부터 작은새재(소조령)에서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이십여리길을 연풍새재라고 불렀다. '연풍새재 옛길'은 문경새재 과거길과 비견되는 명품 길이다. 방치돼 있던 산길을 충북도에서 휴양림 입구에서 조령관까지에 이르는 1.5km 구간을 콘크리트 포장을 걷어내고 마사토를 깔아 흙길로 만들었다. 복원된 옛길은 역사와 함께 숲과 야생화 등 자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숲길로 다시 태어났다. 이제 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에 이르는 문경새재와 연결되는 트레킹 코스로 대접 받게 됐다.

'나는 새도 쉬어 넘는 고개' 새재는 조선 태종 때에 새로 뚫린 길이다. 영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새재 외에도 죽령과 추풍령을 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은 문경새재를 선호했다. 죽령을 넘으면 미끄러지고, 추풍령을 넘으면 과거시험에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는 그럴듯한 설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비 머물던 주막거리

숲길 양 옆으로 식당들이 자리 잡은 마을은 고사리다. 이곳은 예로부터 보부상, 과거시험을 보고 돌아가는 선비 등이 머물던 주막거리였다. 문경의 상초리가 한양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주로 묵었던 곳이라면 연풍의 고사리는 한양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던 사람들이 주로 머물던 곳이다. 그만큼 사연도 많았을 터. 과거시험에 합격한 선비는 즐겁고 기쁜 마음에 술잔을 기울였을 것이고, 낙방한 선비는 시름과 절망을 달래며 주막집에 머물렀을 것이다. 옛길 중간 곳곳에 세워놓은 '새재를 노래한 시'에는 이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떠돌이 보부상들의 애환을 질퍽하게 풀어낸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 첫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고사리를 지나면 호젓한 오솔길이 나온다. 예전에 이십리에 이르던 원래의 연풍새재길이 조금 남은 것이다.

고사리를 지나면 바로 조령산휴양림이 나온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백두대간 조령관 아래, 아늑한 계곡에 자리 잡고 있으며 주위로 조령산과 신선봉, 마역봉 등 명산이 감싸고 있다.

대하소설 '객주' 첫 무대

아름드리 소나무 숲속에 통나무로 만든 가족단위 숲속의 집과 임간수련장이 있다. 어린이물놀이장, 놀이터 등 놀이시설과 산림욕장, 임산물판매장 등을 갖추고 있다.

조령산에는 자연휴양림 시설과 연계해 백두대간의 역사·문화자료 전시실과 생태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백두대간생태교육장이 있다. 청소년에게 산림생태체험 공간으로 제공된다.

이곳에는 복합휴양관, 25동의 펜션, 물놀이장, 임간수련장, 정자 등이 있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에 자리한 펜션은 4인기준 4만원으로 저렴하다. 고사리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하늘이 탁 트이는 조령관에 이른다. 연풍새재 옛길이 끝나고 문경새재 과거길이 시작되는 관문 앞에는 광장을 만들어 놓았다. '연풍새재옛길'이란 석판이 보이고, '백두대간 조령'이란 글을 새긴 커다란 비석도 세워놓았다.

과거 보러가는 선비의 모습을 담은 석상이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세련된 다자인의 도상징탑이 눈길을 끈다. 이런 작품의 하나가 수옥정관광지 안내판에 있다면 '개념 없는 임꺽정' 모습보다 훨씬 나을 듯하다.

특별한 볼거리 '마애불'

수옥정관광지에 포함돼있지는 않지만, 신풍리에서 작은새재 쪽으로 가다보면 관광지 입구에 전국 어디서도 보기 힘든 특별한 볼거리가 있다. 거대한 바위벽에 새겨진 마애불이 그것이다.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눈을 지그시 감고 어깨를 맞대고 앉아있는 마애이불병좌상이다. 암벽에 새겨진 마애불이야 흔하지만, 석가와 다보가 함께 새겨진 쌍불은 드물다. 두 불상을 한 바위에 나란히 새긴 뜻은 무엇일까? 불국사 마당에 석가탑과 다보탑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처럼 심오한 뜻을 지니고 있을 터이다.

새재는 예로부터 영남과 한양을 최단 거리로 이어주던 조선의 경부고속도로 '영남대로'의 요충지였다.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힐링의 요람'

이곳에 서린 많은 이야깃거리를 발굴해 관광객의 대화 소재로 삼을 수 있다면 '스토리텔링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볼 것임에 틀림없다.

수옥정관광지의 숙소는 자연휴양림펜션 (833-7994), 웨스트오브가나안 (833-8814) 등이 있고, 식당은 숲속의식당 (더덕구이정식·833-0795) 거기찻집 (감자전·칼국수·833-2877) 등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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