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정’
‘삼보정’
  • 이승훈
  • 승인 2014.09.25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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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의 정신 이어받는 증평의 활잡이 모임

40명 회원 예절 습득하며 몸과 마음 수양
명궁 9단 강장석 사범이 체계적으로 지도

▲ 삼보정 사대에 나란히 선 사원 2명이 전방 145m 떨어진 곳에 있는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 삼보정 사대에 나란히 선 사원 2명이 전방 145m 떨어진 곳에 있는 과녁을 향해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증평읍 연탄리 보강천변에 자리한 삼보정(三寶亭). 조립식 사정(射亭)이 우뚝 서 있고 저 멀리로 과녁 3개가 보인다.
과녁을 향해 사대(射臺)에 나란히 올라선 사원들은 왼손으로 활대를 앞으로 밀고,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기며 호흡을 안정시킨다. 과녁에 정신을 집중하고 호흡에 맞춰 가볍게 시위를 놓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공간을 가르며 145m 떨어진 과녁에 꽂혔다. '탁~' 소리와 함께 과녁 뒤 경광등에 불이 들어오며 명중을 알린다. 궁사의 얼굴에 미소가 어린다.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무예에서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은 국궁. 화살 한발 한발에 긴장과 감동을 느끼는 내적인 묘미는 국궁만이 지니는 매력이다.

증평 유일의 국궁장 '삼보정'
증평의 연탄사거리에서 삼보로를 따라 반탄교를 건너기 직전 오른편으로 '삼보정'이란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300m 정도 가면 보강천변으로 조립식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국궁장인 삼보정이다. 증평군에서 국궁을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원래 삼보정은 지난 1992년 19명의 인원으로 결성한 증평 궁도인의 모임이다. 이들이 국궁장을 맡아 운영하면서 명칭을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현재는 40여 명의 사원(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여성사원도 6명이나 된다.

'정심정기(正心正己)'가 기본
이곳에서는 유독 바른 자세를 중요시한다. 궁도9계훈 가운데 바른 자세를 통해 마음을 곧게 한다는 정심정기(正心正己)를 가장 기본으로 삼고 있을 정도다. 사원들의 궁체(활을 쏘는 자세)는 교과서처럼 바르다. 초보자도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국궁 9단인 강장석(55) 사범이 체계적으로 직접 지도하고 있다.
강 사범은 “활을 쏘는 것은 어떤 자세로든 쏠 수는 있다”며 “하지만 145m 떨어진 과녁을 맞추기 위해서는 올바른 자세에서 온 몸이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진 힘과 감각이 필요하다”고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지난 6월 진천 화랑정에서 열린 제15회 생거진천쌀 전국 남여 궁도대회에서 우승한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지난 6월 진천 화랑정에서 열린 제15회 생거진천쌀 전국 남여 궁도대회에서 우승한 후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각종 대회서 우수한 성적 거둬
이들은 최근 대회 성적이 최상이다. 지난 8월에 열린 충북도민체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했고, 지난 6월에는 진천 화랑정에서 열린 전국궁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각종 대회에서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다. 충북 최강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만도 하다.
12대 사두(射頭 : 대표) 우창수(71) 씨는 “사원들이 부단한 노력을 한 만큼 좋은 성적을 얻어 자랑스럽다”며 “무급으로 봉사하며 사원들을 지도하는 강 사범이 항상 고맙다”고 전했다.

“바른 몸가짐 정신집중 필요”
국궁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운동으로 꼽는 데는 이유가 있다. 궁체를 통한 자세교정으로 평상시에도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국궁을 오래 수련한 사람 중 허리가 구부정한 사람은 없다는 것. 복식호흡과 집중력 향상은 치매 예방과 함께 건강한 생활을 돕는다. 그 외에도 화살을 수거하기 위해 145m의 거리를 왕복으로 몇 차례씩 걷는 것도 적지 않은 운동이 된다.
여궁사인 정유화(46) 사원은 “궁도의 마음가짐 중에 '쏘아서 맞지 아니하면 자신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다시 살피라'는 말이 있다”며 “그만큼 몸과 함께 정신집중을 요하는 운동이 국궁”이라고 설명한다.
이 모임은 처음 가입할 때 입회비로 10만 원을 받고, 월 회비로 2만 원씩 걷는다. 장비는 처음부터 구입할 필요 없다. 기본 수련과정이 끝나고 자신의 힘이나 팔 길이 등을 고려해 개인 장비를 구입하면 된다. 개량궁의 경우 20만 원대, 화살은 개당 8000~1만 원 사이다. 보통 10개 이상 구매한다. 깍지는 2만 원대로 구입할 수 있다.
우 사두는 “장비를 사용하는 운동 가운데 3년 정도를 100만 원 정도로 할 수 있는 운동이 얼마나 있느냐”며 “항간에 국궁이 귀족스포츠라고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 잡고 싶다”고 말했다.


미/니/인/터/뷰

우창수 사두(대표)
우창수 사두(대표)
“국궁의 대중화 이끌고 싶다”

우창수(71) 사두는 “일반인 체험 프로그램, 학생들을 위한 국궁교실 등 국궁의 대중화를 위해 추진하고 싶은 사업”이라며 “그렇지만 국궁의 전통성을 훼손하고 싶진 않기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사두는 올해로 12년의 국궁 경력을 지녔지만 입단을 하지 않았다.
그는 “국궁은 입단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며 “활을 쏜다는 것은 자신을 단련하는 것이고, 입단이나 대회 등은 자신의 수련에 대한 확인일 뿐”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이어 “삼보정의 활동과 활터를 위해 애써주는 모든 사원에게 감사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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