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풍노인회 ‘실버노래교실’
연풍노인회 ‘실버노래교실’
  • 괴산증평자치신문
  • 승인 2017.12.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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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50명 모여 즐기는 ‘힐링센터’
▲ 회원들이 청주에서 열린 노인회날 행복나눔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공연했다.
▲ 회원들이 청주에서 열린 노인회날 행복나눔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공연했다.


강사 손짓 따라 박자 타며 스트레스 풀어
음치라도 문제 없이 유행가 거뜬히 배워

“행여 오늘도 다시 만날까~ 그날 밤 그 자리에 기다리는데
하마터면 주현미 콘서트장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중장년 여성 50여명이 한데 모여 '신사동 그 사람'을 목 놓아 부르는 게 어디 흔한 풍경이랴.
매주 화요일 50명 이상 참석
흥이 넘치는 이곳은 연풍노인회 회의실, 다름 아닌 '실버노래교실' 현장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에 열리는 노래교실. 노래교실 수업을 맡은 이재명 강사의 힘찬 목소리에 학생들이 엉거주춤 일어섰다. 수줍어서 쭈뼛대며 서로 눈치 보는 모습이 영락없는 소녀다. 곧이어 가요 '안동역에서'가 울려 퍼지고, 가수 출신 노래강사의 노래가 시작됐다. 어느새 다함께 박자를 타며 몸을 흔들흔들한다. 눈으로는 회의실 앞 스크린에 뜬 악보와 가사를 쫓고, 입으로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 바쁘다.

“아이구 신나지요. 어디 가서 이렇게 노래를 불러보겄어요. 가슴이 뻥 뚫리네.”

어깨를 덩실대던 황신경(84) 할머니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할머니는 “노래를 듣는 것만 좋아했는데 이렇게 가르쳐주는 걸 따라 부르며 배우니 신이 난다”고 말했다.

두시간 동안 다함께 성인가요 몇 곡을 내리 부르는데도 누구 하나 지친 기색이 없다. 진행이 능수능란한 강사 덕에 웃음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김장하다 나왔어요”

인기 있는 노래를 일주일에 한곡씩 배우고 있다. 악보를 보고 한소절씩 쪼개부르며 전곡을 정복해나가는 과정이다. '요즘 잘 나가는 곡' 하나 정도는 자신 있게 부를 수 있게 말이다.

김장하다 말고 노래교실에 나온 참가자가 있을 정도로 노래교실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증명했다. 부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박대순(84) 씨는 “노래교실 문을 연 뒤로 한번도 빠진 적이 없다”며 “여기와서 노래 부르는 것도 듣는 것도 아주 즐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복임 회장은 “내가 서울에서 온 지 10년 되었는데 여기 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며 “같이 노래 부르고 수다도 떠니까 몸도 건강해지고 생활이 즐겁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 활력 불어 넣어
연풍노인회 '실버노래교실' 이곳은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50대부터 80대까지 보통 50명 이상이 노래를 배우러 온다. 농촌지역의 노인분회에서 매회 50명 이상의 노인들을 불러 모아 노래교실을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1년도 아니고 3년 이상이나.

이 노래교실이 인기를 끄는 것은 노래강사 이재명(68) 씨의 공이 절대적이다. 그는 젊은 시절 서울에서 가수로 활동했으며, 음반제작을 하기도 했던 음악인이다. 서울소재 교회에서 실버대학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는 귀향해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마음을 갖고 있던 중에 연풍노인회 경한호 회장과 허명수 사무장과의 만남이 이루어져 실버노래교실 재능기부로 이어졌다. 이웃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더불어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고 있던 그는 노인회의 노래교실 운영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 제가 잘 하는 것으로 주민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것도 재능나눔이라고 생각해서 노래교실에 와서 함께 즐기고 있습니다.”

회원이 100만원 기탁하기도
이 노래 교실에 나오는 김차름(84) 할머니는 '실버노래교실'에 1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할머니는 '실버노래교실'에 나와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어울리는 게 너무 즐겁다고 했다. 할머니는 “자식들이 생일날 노래교실에서 배운 노래를 신나게 부르는 것을 보고 기분이 너무 좋아 감사의 표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한호 연풍노인회장은 노인회관을 준공하고서 지역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실버노래교실을 열었다.

경 회장은 " 노래를 통해 활력있는 노년기를 보내실 수 있도록 '노래교실'을 운영하게 되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주민맞춤형 행복 프로그램을 발굴하여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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